브런치를 오아시스라 부르는 스팀박이 말하길,
"샘! 웃긴글 써요 웃긴글. 학교에서 샘이 얘기하는 그런거 쓰면 얼마나 웃기겠어. 길게 쓰지 말고 짧게, 요즘은 다들 짧게 쓰니까."
첫째, 스팀박 말 한마디에 다섯 줄 짜리 글을 발행했다. 분량 압박에서 벗어나 매거진 하나를 쉽고 짧게 쓰는 것으로 재정비 했다. 물론 아무도 모르지만.
둘째, 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것을 외면해 왔을까 생각한다. 싸이월드 미니홈피에도, 휴대 전화 사진첩에도, 인스타 저장 폴더에도 언제나 나와 함께 했던 '웃긴 거'. '유머' 라는 똑 떨어지는 단어가 있음에도 '웃긴 거'라고만 이름 붙이는 이상한 고집과 어느 누가 보아도 터질 고퀄만을 '선별'해 모아두는 정성까지. 웃긴 것을 향한 내 사랑을, 다른 이도 아닌 나 스스로 왜 모른체 했을까.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나는 왜 이렇게 말을 잘 듣는가. 예순쯤 되어야 귀가 순해진다는데 마음만은 육십세였던가. 자청이 말하는 자의식 해체, 그게 바로 이런건가. 그 어떤 방어기제 없이 순순히 고분고분 어쩜 이래. 글쓰는 사람은 다정하고 사고가 유연해 진다던데 벌써 그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
아마도 누군가가 글에 대해 말해 주기를 간절히 기다렸나보다. 내 글이 어떤지, 읽는 사람이 보기에 어떤지. 전문가, 대가들이 알려주는 '그리란 이런거시다' 이런 이야기 말고. 쓰는 것을 업으로 삼아 성과를 내신 '대다난' 분들 말고, 극히 평범한 독자의 눈에는 내 글이 어떤지 말이다. 누구라도 글에 대해 뭐가 됐든 뭐라고든 말 좀 해줬으면 해서, 그래서 스팀박의 말을 이렇게도 잘 듣나보다. 브런치를 오아시스라 부르는, 내 글 한 편 읽어보지 못한 그녀의 말을. 관심 받지 못하는 관종의 마음이 참 애닳다 애닳어.
사진출처: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