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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사쁨 Apr 22. 2024

브런치 후배님, 브런치북과 매거진은 말이죠

브런치북이든 매거진이든 같은 주제의 글들을 한데 모으는 폴더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글을 발행하면서 어느 폴더로 넣을지 지정만 하면 끝.


차이점이라면 매거진은 아무 때나 발행이 가능하고, 브런치북은 발행일을 지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만 다행스럽게도 발행일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경고장이 날아오거나 계정이 정지되거나 작가에서 짤리는 일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발행일을 왜 정하느냐. 작가의 입장에서도, 독자의 입장에서도 '약속' 으로써의 의미가 가장 크다고 생각됩니다. 특히 작가에게 글을 써야만 하는 강력한 이유이자 동기가 되어 준다는 점에서 중요한 요소이죠.


개인적으로는 북이 좀 간지? 누구나 내가 갖지 못한 것을 탐하기 마련이라 매거진만 잔뜩 만들어 놓고 찔끔찔끔 쌓아가는 제 눈에는 브런치북이 그랬습니다. 하려는 이야기가 명확한 작가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저도 만들었습니다. 간지 좀 내보려고. 매거진 하나를 열 편 정도 작성하고 나니 '그게 그거 아이가' 하는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클릭만 하면 언제든 만들 수 있지만 내가 정한 주제 안에서 어느 정도의 제재가 나올지, 그리고 그 순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미리 세심하게 계획을 세웠습니다. 메모장 안에 여러 차례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야심 차게.


그런데 사람이 그렇고 사는 게 그렇잖아요. 시험은 망치라고 있고, 수업은 째라고 있고, 약속은 깨라고 있고. '쓰고 싶은 글'이 아니라 '써야 하는 글'로 의무와 당위의 개념이 개입되니, 어머 너무 쓰기 싫어요. 그래서 결론,


 야박하게 짜인 구조 안에서 능률을 발휘하시는 분들에게는 브런치북을 추천합니다. 불도저 또는 칼 같은 분들이요. 정하면 정한 대로 하는 분, 그대로 해야 속이 시원한 분들이요. 아마도 J?


 선천적으로 의지가 박약하게 태어나 억울하신 분들, 마감 시간을 어기는 것으로 자유의지를 실현하시는 분들은 매거진이 더 맞다고 느낍니다. 그래요 P일거예요. 저도 P거든요.


 다만, 글이 좋아서든 그걸로 팔자 좀 고쳐볼 셈이든 어차피 쓰려고 시작한 브런치라면 어떤 식으로든 '쓰는 약속'은 분명 필요합니다.


 제가 지난 3월 책동생(무서운 동생 하나 있습니다)과 아주 단순한 두 개의 규칙으로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는데요 그때 비로소 브런치에 정착했습니다. 일주일에 두 편 쓰기, 못 지킨 사람이 커피 쿠폰 쏘기. 정말 단순하죠. 이 두 가지 이외의 다른 어떤 규칙도 없었는데 말이죠, 동생한테 커피 쿠폰 하나 보내기가 그렇게 아까웠던 걸까요. 단 한 번도 약속을 어기지 않았습니다. 저는 제가 약속을 그렇게 잘 지킬 줄 몰랐어요.


 지금은 책동생 사정으로 다시 저 혼자 쓰는 중이지만 '일주일에 최소 두 편'이라는 쓰는 약속이 깊이 각인되었고, 브런치 서랍장을 불나게 열고 닫는 중입니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했을 때 페널티가 필요하다는 자기 계발 선구자들의 조언에 10,000% 동의합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토요일이 바로 저의 브런치북 발행일인데 약속글은 쓰지 않고 후배 작가님 어쩌고 꼴값을. 같이 쓰자고 하고 싶은데 낯가리는 E라 자신은 없고, 그래도 도움이 되셨다면 구독과 좋아요. 검지손가락으로 화면을 콕 찍으며 윙크하고 싶네요. 간 글 쓰고 싶었는데 슬슬 가고 있는지, 말이 술술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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