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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블리 Oct 06. 2020

06 글은 누구에게나 쉽게 읽혀야 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여섯 번째]




사람들이 글을 쓸 때 착각하는 것이 있다. 자기가 알고 있는 전문지식을 그대로 담으려 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게 쓰는 이유는 전문적으로 보이고 싶은 욕구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 본다.


물론 글이 쓰이는 용도나 읽는 사람의 특성에 따라 다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학회 학술지처럼 읽는 사람이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불특정 다수가 보는 글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함으로써 사람들에게 공감을 얻기 위한 행위다. 나는 좋은 글을 썼다고 생각하지만 읽는 사람이 어렵게 느끼는 순간 책을 덮어 버리게 된다. 맛이 없는 음식은 쓰레기통에 버려지듯이 읽어 줄 사람이 없으면 쓸모없는 글이 된다. 따라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술술 읽힐 수 있도록 간결하고 쉬운 문체로 써야 한다. 글은 누군가에게 읽히기 위해 쓰는 것임을 잊지 말자.




얼마 전 심하게 몸살을 앓았다. 목이 붓고 심한 독감으로 결국 병원을 방문했다. 병원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의료계 종사자들은 그들만의 의학용어로 환자를 대한다는 것이다.(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환자에게 건강 상태를 설명할 때도 다수의 의학용어를 사용한다. 당연히 진료기록부에도 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의학용어로 기록한다. 추측컨대 이렇게 전문용어로 환자를 대하는 건 일부러 전문가로 보이기 위한 행동은 아닐 것이다. 학생 때부터 그렇게 배웠고 매일 사용하는 그들만의 용어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정작 몸의 주인인 나는 무슨 말인지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면 보통 사람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이다.


사진출처: JTBC 뉴스

2017년 3월, 대한민국 헌법이 제정된 이래 최초의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었다. 국민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대통령을 탄핵하도록 국회를 압박했고, 결국 국회는 탄핵 소추 訴追를 가결했다. 이로써 헌법재판소의 최종 결정만이 남게 된다. 여덟 명의 헌법재판관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엄중하게 증인 신문을 거쳤으며 장고 長考 끝에 탄핵안을 가결했다. 당시 흥미로웠던 사실은 많은 이들이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읽은 탄핵 결정문을 역사에 길이 남을 명 판결문이라고 입을 모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웬만한 재판은 다루지 않는다. 대한민국 법령의 위헌 여부 및 분쟁 심판 등을 관장하는 최고 기관으로 법원 제청에 의한 법률의 위헌 여부 심판, 탄핵 심판, 헌법 소원에 대한 심판 등을 주로 다루는 기관이다. 법을 잘 알지 못하는 시민들에게는 가까이하기 쉽지 않은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명 판결문이라고 입을 모은 이유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탄핵 결정문은 총 89쪽으로 작성되었는데 사건의 개요부터 탄핵 소추 사유의 요지, 심판 진행 과정, 국회 의결 절차의 위법 여부, 8인 재판관에 의한 탄핵 심판 결정 가부, 탄핵요건, 결론에 이르기까지 어느 하나 어려운 용어나 막힘이 없을 정도로 명확했고 이해하기 쉬웠다는 것이다. 탄핵 결정문을 주도적으로 작성한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본 사건이 전 국민의 관심 사안이었기 때문에 헌법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며칠 밤을 지새우며 수없이 판결문을 수정했다고 한다. 


책 ‘법의 정신’을 쓴 프랑스의 정치철학자 몽테스키외 baron de La Brède et de Montesquieu는 이런 말을 남겼다.


‘법 문체는 아이들도 금세 이해할 만큼 쉬워야 하고, 법 언어는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


글은 쉬워야 한다. 남녀노소 누가 읽더라도 술술 읽히고 이해가 되어야 훌륭한 글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쓰는 글도 마찬가지다. 지금 이 글을 읽으면서 문장이 어색하거나 어렵게 느껴졌다면 좋은 글이라 할 수 없다.


간결하고 쉬운 언어로,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이해할 수 있는 글을 쓰도록 노력해보자.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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