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다섯 번째]
인생을 살다 보면 몇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한다. 그 순간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내게도 그런 기회가 있었다.
어떤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 때,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 있다. 바로 '왜'라는 질문이다. 철학적이지만 ‘왜’라는 질문은 당신의 삶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반대로 방향이 명확하지 않으면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기 일에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인생이 재미없어진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 John Stuart Mill은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방식이 최선이어서가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시민 작가는 사람이라면 자기 삶의 주인공으로 살아야 함을 강조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는 일이며, 남이 시키는 대로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의지로 내가 설계한 삶을 옳다고 믿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철학자 강신주도 인생이 답답하게 느껴지는 이유를 자기 성찰에 있다고 말한다.
나 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루아침에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만, 부단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생각이 정리되고 명확해질 것이다.
글을 왜 쓰려고 하는가? 이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다. 글을 왜 써야 하는지, 어떤 목적으로 무엇을 쓸 것인지 명확하지 않으면 좋은 글을 쓰기 어렵다.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글을 쓰다가도 쉽게 포기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먼저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내가 쓰는 글의 주제는 일곱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주제는 사회사업 실천 글이다.
이 글은 신입 사회복지사로 입사한 지 3일째 되던 날부터 쓰기 시작했다. 실천 과정을 기록함으로써 스스로 성찰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15년이 지난 지금도 꾸준히 쓰고 있다. 때가 되면 쓴 글을 책으로 만든다. 판매와 상관없이 원본 파일을 그대로 공유한다. 출판을 통해 돈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회사업 글쓰기는 내가 사회복지사로 존재하는 이유이다.
두 번째 주제는 지금 쓰고 있는 사회복지사의 글쓰기다.
나는 체계적으로 글 쓰는 법을 배우지 못했다. 요즘은 블로그나 유튜브에 ‘글쓰기’만 검색해도 수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15년 전만 해도 찾기 어려웠다. 그러다 보니 글은 어떻게 쓰는 것인지, 무엇을 중심으로 써야 하는지, 출판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려웠다. 세상에 많은 책이 있지만 크기는 왜 다른지, 글자 간격과 여백 차이 같은 사소한 것까지 궁금했다.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출판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물어보기도 했다.
사회복지사의 글쓰기 책을 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복지사는 전문적으로 글 쓰는 사람이 아니므로 글을 잘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책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사회복지 현장의 주옥같은 이야기를 글로써 담아내는 동료가 많아지길 바라며 쓴 것이다.
세 번째 주제는 조직론, 리더십 글을 쓰고 있다.
사회복지현장도 하나의 조직사회다. 조직을 잘 운영하기 위해 리더십은 필수조건이다. 사회복지사는 사람과 사회를 이롭게 만드는 사람인데 종종 인간적이지 못한 현장을 보게 된다. 그런 곳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화도 난다. 그래서 쓰기 시작한 것이다.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경험과 사례를 공유하기 위한 목적이다.
네 번째 주제는 유년 시절 일기다.
가끔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보고 유년 시절 추억이 떠오르곤 한다. 추운 겨울 아버지께서 썰매를 만들어 주던 모습, 그 옆에 쪼그려 앉아 썰매 만드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내 모습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스쳐 지날 때가 있다. 좋은 추억이지만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럽게 잊히는 것들이다.
이렇게 떠오른 유년 시절 일기를 부모님께 책으로 선물하고 싶었다. 더 늦기 전에, 후회하기 전에 책을 완성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부모가 되어보니 부모란 존재가 얼마나 위대하고 소중한지 새삼 깨닫곤 한다. 40년이 지난 이야기이니 지금의 나처럼 젊고 건강하실 때였을 것이다. 막내아들의 유년 시절 일기를 읽으며 아련했던 그날을 떠올리실 부모님 얼굴을 상상해 본다.
다섯 번째 주제는 아이들 일기다.
나에게는 두 딸이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사랑한다 표현하고 아이들을 안아주곤 한다. 이 글은 30년 전 아버지가 나를 아껴주신 것처럼, 사랑하는 딸의 성장과정을 기록한 이야기다.
아이가 어릴 때 새벽에도 몇 번씩 일어나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갈았던 기억, 처음으로 뒤집기를 하고 스스로 의자를 짚고 일어서던 모습, 처음으로 ‘아빠’하고 불러주었을 때 벅차올랐던 마음, 엄마 없이 두 딸과 함께한 1박 2일 서울 여행, 힘들었지만 행복했던 아이들과의 추억을 글로 기록하는 것이다. 훗날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책으로 선물할 계획이다.
여섯 번째 주제는 아파트 공동체 기록이다.
택배원, 경비원, 환경미화원을 위해 집 앞에 마련해 둔 한 평 카페가 각종 뉴스에 보도되면서 전 국민으로부터 응원과 칭찬을 받았다. 한마디로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생각해도 과분하고 감사하다.
한 평 카페 보도가 나간 이후로도 아파트에서 크고 작은 일을 주민들과 함께하고 있다.
이사 오면 아이들 손잡고 옆집에 먼저 인사해 보자고 제안했던 '똑똑똑 캠페인'
택배원, 경비원, 환경미화원을 위한 ‘한 평 카페’
경비원 아저씨 해외여행을 보내 드리기 위한 ‘서프라이즈 프로젝트’
김장할 때 한 포기만 더 해서 어려운 이웃과 나누기 위한 ‘+ONE 김장 한 포기만 더’
이웃집 아저씨가 산타가 되어 옆집 아이에게 선물을 나눠 준 ‘우리 아파트에 산타가 나타났다.’
2018년 한 해 동안 내가 사는 아파트에서 했던 일이다.
2019년에는 아파트 입주민 인문학 교실과 일상생활 배움 학교를 진행했고, 2020년 1월에는 아이들 손으로 직접 기획하고 떠나는 겨울방학 기차여행을 다녀왔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추진하기가 조심스럽지만, 코로나가 터졌을 때도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서로 안부를 묻는 활동을 제안하기도 했다.
흔히 아파트라고 하면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고 삭막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내가 사는 아파트는 이웃 간에 배려하는 모습, 인정을 나누며 사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아파트에 사람 사는 냄새가 나는 것이다. 생각만 해도 즐겁고 행복한 아파트 이야기를 글로 정리하고 있다. 아파트 공동체 이야기는 시간을 두고 하나씩 소개할 예정이다. 내 글을 통해 많은 이들이 자기 일상에서 사람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주길 소망한다.
마지막 주제는 ‘농촌 사회사업 실천’ 이야기이다.
내가 농촌으로 내려온 것은 2013년이다. 서울에서 일할 때 다짐한 것이 있었다. 만약 내가 이 직장을 그만둔다면 그땐 농촌으로 내려가겠다는 다짐이었다. 서울살이를 정리하고 내려온 곳이 김제였다.
내 고향은 경북 청도의 시골 마을이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27년을 농촌에서 자랐다. 농촌에 대한 애정 때문인지 언젠가는 농촌으로 내려가 농촌을 살리기 위한 일을 해보고 싶었다.
젊은 사람은 다 떠나고 늙고 힘없는 노인만 남아 있는 농촌
어린아이 울음소리 들어본 지 오래되었고 외부인이 오면 개 짖는 소리마저 반갑다는 농촌
한 집 걸러 빈 집이라 적막이 흐르는 농촌
희망이 사라진 지 오래된 농촌에 활력이 넘치게 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쓴 글이다. 농촌에서 일하는 사회복지사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쓰고 있다.
앞에서 나열한 주제는 하나같이 목적이 분명한 것들이다.
글을 왜 쓰는지,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이기를 바라는지 목적이 분명할수록 글 쓰는 재미가 생긴다. 글 쓰는 즐거움을 한 번 맛보면 계속 쓰고 싶은 마음이 들 것이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먼저 글 쓰는 목적을 분명히 하길 바란다.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