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네 번째]
글쓰기가 처음이라면 막막함이 먼저 밀려올 것이다. 흰 바탕에 무엇을 채워야 할지 시작부터 어렵게 만드는 것이 글이다.
이제 막 글쓰기를 시작했다면 되도록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글이 좋다.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글 쓰는 재미를 느끼려면 내가 잘 알고 있는 경험을 위주로 써야 글이 술술 써진다.
과제를 하다 보면 진도가 안 나갈 때가 있다. 아무리 노력해도 빈칸이 채워지지 않으면 과제를 하기가 싫어진다. 글이라는 게 그렇다. 술술 써지고 앞으로 쭉쭉 나가줘야 쓰는 맛이 생긴다. 내 경험을 중심으로 글을 쓰면 그 맛을 볼 수 있다. 직업인이라면 자기 분야의 글을 쓰길 권한다. 적어도 그 분야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전문가이다.
자기 분야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기도 하고, 스스로 성찰하게 만든다. 그래서 내가 쓰는 글도 사회복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이 일을 왜 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사람을 도우려고 했는지, 그래서 어떤 의미가 있고 어떻게 변화되었는지를 기록하는 것이다.
내가 만약 의사라면 어떤 마음으로 환자를 치료하려 했는지, 치료 과정에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환자와 가족에게 어떤 희망을 주었는지를 기록할 것이다.
내가 만약 환경미화원이라면 어떤 마음으로 청소를 했는지,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하는 행위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내가 깨끗이 청소한 장소를 찾는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기록할 것이다.
내가 만약 버스 운전기사라면 매일 아침 어떤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는지, 버스 운전을 하면서 기뻤던 일, 유익했던 일을 기록할 것이며, 버스를 이용한 승객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기록할 것이다.
이처럼 내가 하는 일이 어떠하든 글로써 기록하고 성찰할 수 있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은 내가 살아온 삶 전체를 돌아보고 온몸으로 표현하는 과정이다.
5년 전 일이다.
장애인복지관 직원 글쓰기 요청을 받았다. 장애인복지관은 50명 가까운 직원이 근무한다. 그중 80%는 사회복지사이고 나머지는 치료사, 상담사, 기능직 직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 대상이 사회복지사라면 사회복지사에게 맞춰 전달하면 되지만, 대상이 다양하면 핵심을 전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경우 강사는 어떤 대상에 맞춰 전달해야 할지 선택해야 한다.
당시 나는 수강생의 80%인 사회복지사에게 맞춰 교육을 진행했다. 사회복지사는 글을 왜 써야 하는지, 무엇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식당 조리사와 운전기사는 자신과 상관없는 이야기처럼 느꼈는지 난감해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교육 시간에 일부를 나머지 20%에 할애했다.
나: “조리사 선생님은 이곳에서 몇 년째 근무하셨나요?”
조리사: “개관할 때부터였으니 한 7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나: “그럼 지난 7년 동안 복지관 이용자와 직원들은 선생님이 조리한 음식을 먹었겠죠?”
조리사: “네, 맞아요.”
나: “조리사님은 음식 조리 전문가시죠? 혹시 여기서 일하는 동안 음식을 대충 만들려고 했던 적이 있었나요? 아니죠?
조리사: (끄덕끄덕)
나: 아마 그런 마음으로 음식을 만드는 조리사는 없을 거예요. 음식 만드는 사람이라면 내가 만든 음식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는 낙으로 요리할 것 같은데, 그런가요?”
조리사: (끄덕끄덕)
나: “그럼 지금까지 제가 말한 것을 중심으로 글을 써 보면 어떨까요? 처음 이곳에 출근했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동안 만난 장애인과 가족, 직원들을 위해 어떤 마음으로 음식을 만들었는지, 기뻤던 순간, 보람찼던 순간을 글로 기록해 보는 겁니다.”
나: “운전기사님도 마찬가지예요. 지난 7년간 몸이 불편한 분을 태우고 오갈 때 선생님은 어떤 마음으로 운전하셨나요? 그분들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려는 마음이 아니었나요? 기억에 남는 일도 많았을 것 같은데 그날을 떠올리며 조금씩 글을 써 보면 어떨까요?”
사실 두 분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애초에 사회복지사를 위한 교육이었고, 그분들은 어쩔 수 없이 교육에 참여한 듯 보였기 때문이다.
6개월쯤 지났을까?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볼일이 있어 그 기관을 다시 찾게 되었는데 조리사님이 반갑게 인사하며 나에게 이렇게 말한 것이다.
조리사: “선생님~ 예전에 선생님 강의를 듣고 매주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진지하게 내가 하는 일을 돌아보게 되었어요.”
나: “와! 정말요? 식당 일하면서 글 쓰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정말 대단하세요.”
조리사: “요즘 제가 하는 일을 기록하는 게 즐거워요. 꾸준히 글을 쓰다 보니 보람도 느껴지고요. 나중에 내 책을 만드는 게 꿈이에요.”
나: “와~ 책까지 만들고 싶다니! 저도 그 꿈을 응원합니다. 꼭 성공하세요!”
그분이 지금도 글을 쓰고 있는지, 정말 자기 책을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글쓰기와 무관한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의 인생에 조금이나마 도움된 것 같아 기뻤다.
다시 글의 주제로 돌아가 보자.
어떤 주제로 글을 써야 할지 막막하다면 자신이 하는 일과 관련된 주제로 시작해 보면 좋겠다. 기왕이면 어두운 이야기보다 밝고 힘이 나는 이야기를 쓰는 것이 좋다. 힘든 날도 있었겠지만, 의미 있었던 일, 보람되었던 일을 찾아보는 것이다. 긍정적인 글은 독자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 긍정적인 기운은 그 일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이다.
글쓰기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지금 바로 시작해 보자.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