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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블리 Oct 13. 2020

08 글은 논리적이어야 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여덟 번째]


유시민 작가
글을 쓸 때 꼭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첫째,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한다. 둘째, 주장은 반드시 논증한다. 셋째,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한다. 위 세 가지 규칙만 잘 따르기만 해도 어느 정도 수준 높은 글을 쓸 수 있다. - 책,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 작가는 글을 쓸 때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하고 주장을 했으면 반드시 논증해야 하며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할 때 수준 높을 글을 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먼저 취향 고백과 주장을 구별해보자.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이 김태희라고 한다면 이것은 개인의 취향 고백이다. 미美의 기준이 사람마다 다르므로 김태희가 예쁘다고 주장했다면 왜 그러한지를 논증해야 한다. 눈이 크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관상학적 미의 기준을 설명하는 논증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쓴 사례관리 실천기록 책에 사람을 도울 때 마땅함을 좇아야 함을 강조했다. 초고가 완성되었을 때만 해도 나는 논증은 하지 않고 주장만 했다. 내가 생각하는 마땅함이 무엇인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마땅함을 좇아 실천할 수 있는지를 논증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처럼 주장만 하고 논증이 없으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사람들로부터 공감을 얻으려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사실과 논리를 갖춰야 상대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



사람이 언어로 전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크게 언어적 메시지와 비언어적 메시지로 나뉘는데 언어적 메시지는 말과 글을 뜻하며, 비언어적 메시지는 표정, 몸짓, 태도 따위를 말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그 사람의 생각 가치 철학 감정을 글로써 전달하는 방법이다. 글로써 내 생각을 표현하고 독자는 글쓴이의 생각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는 과정이다. 따라서 글의 의도를 잘 전달하려면 주장한 바를 반드시 논증하는 것이 필요하다.


2006년 4월,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독도와 울릉도 사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침범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국민에게 특별 담화문을 발표했는데 역사에 길이 남을 명연설로 전해지고 있다. 전문을 한 번 살펴보자.


故 노무현 대통령, 독도 연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에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 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중에 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했던 땅입니다. 러일전쟁은 제국주의 일본이 한국에 대한 지배권을 확보하기 위해 일으킨 한반도 침략 전쟁입니다. 일본은 러일전쟁을 빌미로 우리 땅에 군대를 상륙시켜 한반도를 점령했습니다. 군대를 동원하여 왕궁을 포위하고 황실과 정부를 협박하여 한일 의정서를 강제로 체결하고 토지와 한국민을 마음대로 징발하고 군사시설을 마음대로 설치했습니다. 우리 국토 일부에서 일방적으로 군정을 실시하고 나중에는 재정권과 외교권마저 박탈하여 우리의 주권을 짓밟았습니다. 일본은 이러는 와중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고 망루와 전선을 가설하여 전쟁에 이용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점령 상태를 계속하면서 국권을 박탈하고 식민지 지배권을 확보하였습니다. 지금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의한 점령지의 권리, 나아가서는 과거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국의 완전한 해방과 독립을 부정한 행위입니다.


독도는 우리 땅이지만 일본에 의해 분쟁지역으로 세계에 인식되어 있다. 이에 노무현 대통령은 분명하고 확고한 태도로 국민에게 설명했다.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독도가 우리 땅임을 먼저 밝혔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니라 40년 통한의 역사가 새겨진 땅임을 설명했다. 이어지는 담화문에 러일전쟁 중 우리 땅을 빼앗고 지배권을 말살한 침략 전쟁임을 강조했다. 그리고 일본이 독도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제국주의 침략 전쟁에 의한 식민지 영토권을 주장하는 것이며 한국의 해방과 독립을 부정하는 행위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대통령으로서 나라에 대한 자존심이 걸린 문제임을 분명하고 논리적으로 밝힌 것이다.


-중략-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제 정부는 독도 문제에 대한 대응 방침을 전면 재검토하겠습니다. 독도 문제를 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와 더불어 한일 양국의 과거사 청산과 역사 인식, 자주독립의 역사와 주권 수호의 차원에서 정면으로 다뤄 나가겠습니다. 물리적인 도발에 대해서는 강력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갈 것입니다. 세계의 여론과 일본 국민에게 일본 정부의 부당한 처사를 끊임없이 고발해 나갈 것입니다. 일본 정부가 잘못을 바로잡을 때까지 전 국가적 영향과 외교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 그 밖에도 필요한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어떤 비용과 희생이 따르더라도 결코 포기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의 역사를 모독하고 한국민의 자존을 저해하는 일본 정부의 일련의 행위가 일본 국민의 보편적인 인식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한일 간의 우호 관계, 나가서는 동아시아의 평화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가 결코 옳은 일도 그리고 일본에 이로운 일도 아니라는 사실을 일본 국민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감정적 대응을 자제하고 냉정하게 대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본 국민과 지도자들에게 간곡히 당부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사과를 요구하지 않습니다. 이미 누차 행한 사과의 부합하는 행동을 요구할 뿐입니다. 잘못된 역사를 미화하거나 정당화하는 행위로 한국의 주권과 국민적 자존심을 모욕하는 행위를 중지해 달라는 것입니다. 한국에 대한 특별한 대우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와 기준에 맞는 행동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역사의 진실과 인류사회의 양심 앞에 솔직하고 겸허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연설문 말미에는 국민에게 호소하는 진심이 느껴진다. 일본의 만행을 국민에게 충분히 설명했고 독도 문제를 단호하게 대응하되 어떤 방법으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다. 의지와 결단, 이해와 노력, 대화와 타협, 객관적인 자료에 기초한 사실과 논리가 곳곳에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의 글쓰기’ 저자 강원국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대부분 연설문을 직접 썼다고 밝혔으며 오히려 연설문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대통령이 비서관을 가르쳤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비서관이 밤을 지새우며 쓴 연설문을 짧은 시간에 명연설문으로 탈바꿈시킬 정도로 글 쓰는 능력이 탁월한 사람이었다.

 

독도 연설문처럼 글은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해야 한다. 이 책의 주제처럼 글쓰기 초보자를 위한 책이라면 철저하게 초보자 수준에 맞춰 글을 써야 한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라면 책의 크기부터 제목 정하는 법, 목차 만드는 법, 글씨 크기, 여백, 문단 간격 따위의 아주 기초적인 부분조차 궁금할 것이다. 철저하게 초보자에 맞춰 이야기를 담아내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주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며, 주장에는 반드시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 사실을 기초로 논증할 때 논리적인 글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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