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열두 번째]
결혼하고 아내가 처음으로 요리하던 모습을 지금도 기억한다. 6시쯤 요리를 시작했는데, 밤 10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아내도 요리가 처음이었기 때문에 음식을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투입 시간과 노력에 비해 맛은 별로였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선의의 거짓말이 필요했다. 만든 이의 정성과 수고를 알아줘야 요리한 사람이 보람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후로도 아내의 요리 솜씨는 좀처럼 늘지 않았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그럼에도 아내는 최고의 음식 맛을 내기 위해 끊임없이 조리법을 연구했고, 점차 시간도 단축되었다. 어느새 요리 10년 차가 된 아내는 웬만한 요리쯤은 뚝딱 만들어 낸다.
요리 초보였던 아내의 실력이 높아진 데는 이유가 있다. 음식 맛을 내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했고 실패와 성공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요리를 처음 배울 땐 누구나 잘 만들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하지만 초보가 하루아침에 셰프처럼 음식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글쓰기도 그렇다. 초보가 하루아침에 좋을 글을 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글쓰기에 관한 여러 책과 정보를 찾아보았지만, 글을 잘 쓰는 방법은 딱 한 가지다. 훌륭한 어휘와 문장으로 된 글을 많이 읽고 자주 쓰는 것이다.
첫째,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을수록 어휘나 표현 능력이 풍부해진다. 무작정 열심히 읽어서는 안 되고 글쓰기에 도움되는 책을 읽어야 한다.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된 책을 읽는 것이다. 유시민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이나 박경리 선생이 쓴 ‘토지’를 여러 번 읽는 것이 방법이라고 했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책은 이오덕 선생님의 ‘우리글 바로 쓰기’,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이다. 이오덕 선생님은 우리말을 바로 쓰는 것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우리말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 ‘말의 품격’ 책도 좋다. 글이 담박하고 깔끔해서 읽기 편하고 여운이 오래 남는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다면 이런 책을 반복해서 읽으면 좋다. 얼마쯤 지나면 글 쓰는 수준이 일취월장해진 나를 만나게 될 것이다.
둘째, 자주 써야 한다.
일단 쓴 글이 있어야 다듬을 수 있다. 글이 논리적인지 공감되는지 따져보는 것은 다음 일이다. 어떤 주제라도 좋으니 잘 쓰든 못쓰든 개의치 말고 일단 써보자. 쓰다 보면 내 표현이 맞는지 확인하게 되고, 소리 내어 읽다 보면 어색한 문장이 보이게 될 것이다. 더 잘 쓰기 위해 자연스레 정보를 찾고 노력하게 된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2005년쯤이다. 사실 나는 책을 거의 읽지 않는 사람이었다. 글쓰기라곤 고등학생 때 교내 백일장에 나간 것이 전부였다. 글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로 가방엔 언제나 책 한 권을 넣어 다녔고, 화장실과 책상, 자주 머무는 곳엔 항상 책을 놓아두었다. 나는 그런 방식으로 책을 가까이하려 노력했다.
그리고 매주 블로그에 기록하는 습관을 들였다. 글 쓰는 재미가 생기니 새벽이 되어도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어느 정도 쓴 글이 모이면 반드시 책으로 만들었다. 정식 출판이 아니더라도 책의 형태를 갖춰 만들었다. 책이 완성되었을 땐 말로 표현하기 힘든 희열을 느끼곤 했다. 내가 살아 있는 느낌, 잘살고 있는 것 같아 대견했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13권의 책을 만들었다. 연평균 1.3권의 책을 만든 것이다.
2020년이 저물어 가는 지금도 여러 주제의 글을 쓰고 있다. 아이들이 크면서 총각 때만큼 글을 쓰진 못하지만, 그래도 꾸준히 쓰려고 노력한다. 나처럼 직장과 육아로 글 쓸 시간이 없는 이들에게 나름의 방법을 소개하자면 ‘의도적으로 글 쓰는 모임’을 만들거나 특정 시간을 정하여 계획적으로 글을 써 보길 권한다. 글 쓰는 유부남 모임을 만들어 일주일에 한 번 글을 다듬을 때도 있었다. 바쁜 일상에서도 글쓰기를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한 것이다.
글쓰기를 잘하는 유일한 방법은 많이 읽고 자주 쓰는 방법밖에 없다. 정확한 어휘와 훌륭한 문장으로 된 책을 많이 읽고 자주 쓰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쓸 때 지도교수님이 자주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논문을 무작정 많이 읽는다고 써지는 게 아니야! 잘 쓴 논문을 많이 읽어야지! 그리고 논문은 엉덩이로 쓰는 거야. 엉덩이를 의자에 얼마나 오래 붙이고 있느냐에 따라 글의 수준이 달라지는 거야.’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