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수백 번 다듬어야 비로소 좋은 글이 된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열세 번째]
‘모난 돌이 정 맞는다.’라는 말이 있다. 그냥 두면 볼품없는 돌일 뿐이지만 수없이 정을 맞고 깎이다 보면 아름다운 조각상으로 탄생하게 된다.
글도 마찬가지다. 글쓰기를 처음 시작한 초보자의 글도 볼품없는 돌과 같다. 글쓰기 고수라 할지라도 초고를 쓰고 돌아서면 어색한 문장이 보이기 마련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까?
오늘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글 다듬는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사회복지사다. 사회복지사가 되려면 교생 실습처럼 사회복지사업법에서 정한 현장실습을 이수해야 한다. 그래서 매년 여름과 겨울방학 때 실습생을 가르친다.
우리 기관 실습은 방학 두 달을 온전히 전념해야 한다. 이 기간에 특히 중점을 두는 것이 바로 글쓰기 훈련이다. 낮에는 실천하고 밤에는 숙소로 돌아가 실천과정을 기록하는데, 이를 가리켜 ‘주경야록晝耕夜錄’ 실습이라 부른다. 실습 첫날부터 마칠 때까지 두 달 동안 이 과정을 매일 반복하는 것이다. 글쓰기가 취약했던 학생에게는 자신과의 싸움이다.
2016년 여름방학 실습, 오광환 선생님실습의 마지막 관문은 자기 책을 만드는 과정이다. 두 달 동안 쓴 글을 책으로 엮는 것이다. 보통 교정에만 2개월 정도 걸리는데 내가 교정 작업 전반에 관여하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들이 알아서 다듬도록 맡기기도 한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초보자가 좋은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적당한 수준에서 마무리하고 인쇄를 맡긴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실습이 끝나도 꾸준히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어떤 학생은 포트폴리오처럼 대학 생활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입사할 때 제출하기도 했다. 그 학생은 책을 완성하기까지 수백 번 다듬고 고쳤을 것이다.
이처럼 정식 출판이 아닌 책도 수없이 다듬기를 반복하는데 하물며 정식으로 출판하거나 사람들에게 읽힐 만한 글을 쓰려면 수백 번은 읽고 다듬기를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 좋은 글이 탄생할 수 있다.
초보자가 글을 다듬는 아주 쉬운 방법은
첫째,
초고를 아래아 한글에 쓴다. 한글은 웬만한 오타와 띄어쓰기를 바로 잡아준다. 소위 빨간 줄이 생긴 곳을 고치면 된다. 한글은 최신 버전일수록 정확도가 높다. 글쓰기를 마치면 F8을 눌러 오타와 띄어쓰기를 교정한다.
둘째,
한글에서 교정한 글을 국립국어원 우리말 배움터에서 2차로 검사한다. 우리말 배움터에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가 있다. 쓴 글을 복사해서 붙여 넣기만 하면 잘못된 표현을 콕 집어 알려준다. 어느 정도 글쓰기 수준이 오르면 한글만으로도 충분하다.
국립국어원 우리말 배움터, 한국어 맞춤법/문법 검사기셋째,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
한글과 우리말 배움터에서 맞춤법을 알려주지만, 문맥의 흐름과 시의적절한 단어 선택까지 봐주는 것은 아니다.
초보자 때는 쓴 글을 출력해서 소리 내어 읽고 다듬었다.예시: 글쓰기, 참 쉬워요. / 글쓰기, 정말 쉬워요. / 글쓰기, 아주 쉬워요. / 글쓰기, 매우 쉬워요. / 글쓰기, 너무 쉬워요.
참, 정말, 아주, 매우, 너무,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문맥 흐름에 따라 독자에게 다가오는 것도 달라진다. 단어 하나, 글자 하나에도 글의 느낌이 달라질 수 있음을 기억하자. 참고로 ‘너무’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용어이므로 구분해서 표현하길 바란다.
글의 완성도를 높이려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으면 된다. 한 문장씩 소리 내어 읽고 어색하지 않으면 다음 문장으로 넘어간다. 그리고 문단 전체를 읽어본다. 앞줄과 이어지는 문장이 잘 어울리는지, 문단 흐름과 어울리는지, 주제 전체를 살피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글을 다듬으면 좋은 글이 된다.
참고로 나는 위와 같은 방식으로 글을 쓴 이후에도 브런치에 최종 발행을 누르기까지 수십 번 읽고 고치기를 반복한다. 나도 아직은 글쓰기 초보를 벗어나지 못했다.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