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열한 번째]
일상에서 떠오른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종이 따위에 적는 행위를 우리는 ‘메모’라고 부른다. 최고의 위치에 오른 사람들의 성공 비결에는 하나같이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주머니에는 늘 펜과 메모지가 있었으며 습관처럼 메모를 즐겼다는 것이다. 이처럼 메모하는 습관은 떠오른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중요한 출발점이 된다.
메모하는 사람 중에서도 그 행위가 심한 사람을 일컬어 ‘메모광’이라고 부르는데 대표적인 이가 에디슨이다. 2000년에 출판된 책 『에디슨은 메모광이었다.』에는 에디슨이 메모를 얼마나 습관처럼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세상을 바꾼 에디슨의 발명품들은 다름 아닌 메모하는 습관에서 시작된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문을 담당했던 강원국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도 펜과 메모지를 늘 옆에 두고 지냈다고 한다. 책을 읽다가도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면 곧바로 메모지에 옮겨 적었으며 그렇게 메모한 내용으로 참모들과 토론하기를 즐겨했다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임기 동안 825만 건의 기록물을 남길 정도로 기록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가 글을 쓰기 시작한 것은 대학생 때부터다. 한 달간 전국 각지를 돌며 우리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을 만났다. 순례 길에 처음 만난 사람은 박원순 변호사였다.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당시 아름다운 재단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하며 많은 이들을 변호하던 시절이었다. 박원순 변호사는 자신을 찾아온 대학생들에게 기꺼이 시간을 내어주었다. 특강이 끝나고 나는 이렇게 질문했다.
“변호사님, 대학생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꿈이 있으면 보이는 것이 다릅니다. 여러분이 꿈도 없이 일하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기록을 잘해야 합니다. 저는 항상 안주머니에 메모지를 넣어 다닙니다. 그때그때 기록하지 않으면 놓치는 것이 많아요. 그러니 여러분도 메모하는 습관을 지니길 바랍니다.”
박원순은 학생들에게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기르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것을 찾기보다 기존의 것을 발전시키는 것이 자신의 아이디어 획득 방법이라고 귀띔했다. 박원순은 서울시장이 된 이후로도 주머니에 메모지를 넣어 다니며 메모한 것을 시정에 반영하곤 했다.
두 번째로 찾아간 곳은 다산茶山정약용 선생의 생가였다. 그곳에서 다산의 정신을 좇아 사는 사람을 만났다. 다산 선생은 특히 글쓰기를 즐겨했으며, 목민심서를 비롯해 평생 500권의 저서를 남겼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때까지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는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이미 잘 알고 있다. 다만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드물다. 메모는 하되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글의 쓰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되 실행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한 발 더 내딛기를 바란다.
나는 평소 떠오른 생각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한다. 책을 읽다가, 길을 걷다가 떠오르는 주제가 있으면 즉시 메모장에 기록한다. 그때 그 순간에 기록하지 않으면 잊히는 건 순간이다. 그래서 한두 줄이라도 기록해두는 것이다. 핵심 주제만 기록해 놓아도 살을 붙일 수 있다. 짧은 기록도 살을 붙이면 한 편의 글이 된다. 떠오른 생각을 메모해 두었다가 구체적으로 기획하고 실행에 옮길 때가 많다.
평소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고 행위로 이어질 수 있다면 글쓰기뿐만 아니라 삶의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 믿는다. 나는 그렇게 글 쓰는 즐거움을 찾았다.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