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당신에게 [열 번째]
SBS 예능 프로 ‘맛남의 광장’이 시청자에게 큰 호응을 얻은 적이 있었다. 화제가 된 사건은 ‘못난이 감자와 고구마’ 편이었다. 못난이 감자와 고구마는 말 그대로 상품성이 떨어지는 B급 상품이다. 소비자는 예쁘고 먹음직스러운 상품을 찾기 때문에 맛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어도 못생긴 상품은 시장에서 늘 외면을 받았다.
농사는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농부는 품질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1년 내내 구슬땀을 흘리지만, 강수량 태풍 전염병 등의 영향으로 1년 농사를 망치기도 한다. 맛남의 광장은 이러한 이유로 판로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감자 농가를 돕기 위해 백종원이 발 벗고 나서는 과정을 다룬다.
백종원은 유통업계의 큰손으로 불리는 키다리 아저씨(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정부회장은 30톤이나 되는 물량을 통 크게 수락했고 곧바로 전국 이마트에 ‘강원도 못난이 감자’라는 이름으로 판매를 시작했다. 정부회장은 이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SNS에 ‘못난이 감자로 감자옹심이 해 먹음’이라며 감자 홍보에도 동참했다. 이는 순식간에 화제가 되었고 방송을 본 시청자들은 앞다투어 못난이 감자를 구매했다. 방송의 힘이었을까? 사람들에게 늘 외면받던 못난이 감자는 놀랍게도 판매 이틀 만에 전량 매진되었다.
몇 달 뒤, 맛남의 광장은 고구마 판매로 어려움을 겪는 해남의 농가 이야기를 다루게 된다. 백종원은 이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정부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감자보다 10배가 넘는 무려 300톤 물량이었다. 정부회장도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이내 흔쾌히 받아들인다. 그리고 어김없이 자신의 SNS에 ‘고구마 맛탕’ 사진을 올렸다. 해남 못난이 고구마도 수일 만에 완판되었다.
사람들이 못난이 감자와 고구마를 외면하지 않은 것은 방송의 영향이 컸겠지만, 조금 못났어도 저렴하고 먹기에 아무 문제가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감자와 고구마는 조금 못났지만, 적어도 사람들에게 외면받지는 않았다.
하지만 글쓰기는 다르다. 감자나 고구마는 좀 못나도 사람들이 찾지만, 못난 글은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다. 직업이 기자나 글을 쓰는 사람이면 더욱 그렇다.
나는 평소 포털사이트 기사를 즐겨본다. 시사 정치 경제 스포츠 연애를 망라하며 보는데 나름의 순서가 있다.
첫째, 제목을 먼저 본다. 이목을 끄는 흥미로운 주제를 클릭한다. 덕분에 낚시 기사를 덥석 무는 날도 많다.
둘째, 기사의 첫 문장만 읽고 계속 읽을지 말지를 결정한다. 제목이 흥미로우면 내용도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첫 문장부터 못난 글이 보이거나 주제와 다른 이야기가 전개되면 그만 읽고 싶어진다. 따라서 글을 쓸 땐 첫 문장부터 독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기사에 달린 댓글을 살펴본다. 기사 내용이 술술 읽히면 끝까지 읽지만, 중간중간 오타가 많거나 어색한 문장이 보이면 읽는 것을 중단하고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본다. 사실 기사보다 댓글이 더 재미있다. 요즘은 독자의 수준이 높아서 오타가 있거나 잘못된 정보를 쓰면 기자 수준이 의심된다며 물어 뜯기기에 아주 좋은 떡밥이 된다.
글을 잘 쓰려면 잘못된 표현을 알아보는 감각이 필요하다. 유시민은 훌륭한 글을 쓰고 싶다면 잘 쓰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못난 글을 피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주 헷갈리는 표현: 결제 vs 결재 / 에요 vs 예요 / 로서 vs 로써 / 쫓다 vs 좆다 / 틀리다 vs 다르다 /
자주 틀리는 표현: 몇일 vs 며칠 / 바래다 vs 바라다 / 설레이다 vs 설레다 / 오랜만에 vs 오랫만에 /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헷갈리거나 틀리는 표현이다. 못난 글은 글쓴이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므로 평소에 올바른 표현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 헷갈리거나 확신이 없을 땐 즉시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나는 글을 쓸 때 항상 네이버 국어사전 창을 띄워 놓는다. 확신이 없거나 헷갈릴 때는 바로바로 확인하고 수정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습관은 못난 글을 피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못난 글을 피하는 간단한 방법이 또 있다.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이다. 눈으로 볼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소리 내어 읽으면 어색한 문장이 여지없이 보이기 마련이다. 이런 글을 고치면 좋은 글이 된다.
글은 남녀노소 누가 읽어도 쉽게 읽히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적인 용어나 화려한 문장을 쓴다고 해서 훌륭한 글이 되는 것은 아니다. 독자가 읽기 편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는 것이 글쓰기의 기본이다.
아랫글은 2015년 5월 12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 국무회의 자리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우리의 핵심 목표는 올해 달성해야 할 것이 이것이다 하고 정신을 차리고 나아가면 우리의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것을 해낼 수 있다는 그런 마음을 가지셔야 한다.”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다시 다듬어 보자.
“올해 목표는 OOO입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힘을 냅시다.”
다음은 2012년 11월 8일, 대통령 후보 시절 외신기자들과 기자회견 중 ‘한중 관계 발전을 어떻게 해나갈 것인가?’에 대한 답변이다.
“지금까지도 이렇게 협력을 이루어 왔지만, 그 관계가 더욱 이렇게 지속이 되면서 또 나아가서 더욱 업그레이드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런 그 중요한 협력적 동반자이기 때문에 이 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가고 업그레이드 시켜 나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읽어도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선 글이 매끄럽지 못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접속사, 조사, 반복어가 섞여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다시 다듬어 보자.
“한국과 중국은 우호적인 나라입니다. 지금까지 잘 협력해 왔고 앞으로도 발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아래는 젊은 남녀의 연애편지를 예시로 각색해보았다.
To. 보고 시푼 수현씨.
지난 5월에 맛나고 6개월만이네욧!
그동안 수현씨가 겁나게 그리웠읍니다.
수현씨도 제 맘과 가탔겠쬬?
오랫만에 수현씨 맛나러 전주 가는 길임미다.
수현씨 맛날 생각에 가슴이 둑은둑은거립니다. ㅎㅎㅎ
설램미다.
이렇케 설래는 마음 처음임미다.
수현씨 맛날 생각에 밤새 잠 몬 이루엇어요.
이제 몃 시간만 지나믄 수현씨를 볼 수 있단 사실에
그저 행복합미다.
상대방에게 이런 편지를 받는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계속 만나고 싶을까? 열에 아홉은 당장 헤어지고 싶을 것이다. 그래도 만나는 사람은 정말 사랑하거나 수준이 고만고만하거나 둘 중 하나일 가망이 크다.
언어에도 품격이 있다. 말과 글은 곧 그 사람의 인격 수준을 보여주는 기준이 된다. 어른이 되어서도 초등학생이 쓸법한 소위 ‘급식체’를 쓴다면 이는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어른답게, 배운 사람답게 올바른 표현을 쓰도록 노력하자.
글을 잘 쓰려면 훌륭한 어휘와 문장으로 된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잘 쓰고 싶은 욕심을 버리고 못난 글을 피해야 한다. 못난 글을 피하려면 텍스트를 소리 내어 읽으면 된다. 확신이 없을 땐 즉시 확인하는 습관을 기르자.
* 글쓰기를 처음 시작하는 초보자를 위한 글입니다. 글 쓰는 방법부터 책 출판 과정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글에 오류가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세요. 바로 잡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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