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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은권 Oct 03. 2021

The story of 개인형퇴직연금

또 IRP?

오늘은 개인형퇴직연금인 IRP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네. 알고 있습니다. 

개인형퇴직연금, DB, DC 정말 지긋지긋하시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글을 쓰려고 합니다. 


50억(?) 퇴직금이 있다면 이런 글 읽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지만 생계형 직장인에게는 무엇보다도 퇴직 이후에 대한 준비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재테크 책 또는 블로그에 실려있는 상품에 대한 설명 또는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가상의 신입직원을 토대로 IRP를 가입 후 관리하는 순간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대학을 막 졸업한 사회초년생 나은권 씨는 모든 게 낯설다. 특히 은행 쪽 관련된 업무는 두고두고 생각해 봐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얼마 전에는 급여통장을 만들기 위해 은행을 방문했다가 재직증명서를 가져가지 않아서 두 번 찾아간 적도 있다.


이에 반해 같은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동기 김민주 씨는 펀드와 적금 그리고 주식투자 등 은권 씨보다 훨씬 앞서 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은권 씨는 내심 금융상품에 궁금한 점을 민주 씨에게 물어보고 싶었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하는 것 같아서 쉽게 말이 안 나온다. 


하지만 얼마 전에 끝난 연말정산 때 민주 씨가 많은 세금을 환급받았다는 말을 듣고 은권 씨는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


은권 : 민주 씨, 어떻게 하면 연말정산 때 돈을 환급받을 수 있죠?
민주 : 저 같은 경우에는 작년에 가입한 IRP 혜택을 톡톡히 봤어요.

은권 :  IRP요?
민주 : 네. 작년 여름에 가입하면서 매월 30만 원씩 자동이체하다가 연말에 나온 보너스로 추가입금을 좀 했더니. 이번 연말정산 때 100만 원 정도 세금 혜택을 본 것 같은데요.

은권 : 백만 원이요? 한꺼번에 백만 원이나 세금을 돌려받았다고요?


은권 씨는 백만 원이라는 말을 듣고 작년에 미리 가입하지 않은 본인을 자책하기 시작했다. 당장 거래하는 은행에 문의해보니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만 있으면 언제든지 가입할 수 있다고 한다. 이에 은권 씨는 신분증과 재직증명서를 갖고 회사 1층에 있는 은행에 바로 찾아갔다.

 
은권 : IRP를 가입하고 싶어요.
은행원 : 네 감사합니다. 처음 가입할 때는 얼마로 할까요?
 
은권 : 우선 10만 원 입금해주시고 다음 달부터는 매월 3일에 30만 원씩 자동이체 등록해주세요.
은행원 : 네 알겠습니다. 지금 조회해보니 1년에 최대로 1,800원 만원 한도로 입금이 가능하십니다. 저희 은행에 가입하는 IRP에 한도 전액을 등록해드릴까요?
 
은권 :  그게 무슨 말이죠? 
은행원 : IRP는 금융사별로 1개씩 가입을 할 수가 있습니다. 즉, 신한은행에 가입할 수도 있고 동시에 국민은행에도 가입이 가능합니다. 다만 전 금융기관에 1년 동안 최대로 입금이 가능한 금액은 1,800만 원으로 제한되고 있습니다. 고객님은 다른 금융회사에 가입한 것이 없는 상태에서 이번에 처음 가입하므로 1,800만 원까지 입금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혹시 다른 금융회사에 IRP를 가입할 예정이라면 일부 한도는 남겨놓고 원하시는 한도만큼 이번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은권 : 1,800만 원을 등록하면 올해 꼭 1,800만 원을 입금해야 하나요?

은행원 : 그렇지 않습니다. 1,800만 원이라는 금액은 어디까지나 입금할 수 있는 최대한도를 의미하므로 1,800만 원 내에서 입금하면 됩니다.  


은권 : 너. 그럼. 저는 어차피 한 은행만 거래하고 있어서 다른 은행에서 가입할 일이 없습니다. 1,800만 원 모두 한도로 등록해 주세요


은행원 : 네 알겠습니다. 고객님 IRP 완료 전에 꼭 염두해야 할 사항을 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시다시피 이 상품은 연말정산에 입금금액의 최대 16.5%를 세액공제로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세액공제란 어디까지나 고객님이 이미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는 것을 의미하므로 납부한 세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면 돌려받을 세금도 없다는 점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또한 IRP를 가입하고 난 뒤 5년이 지나고 고객님의 나이가 만 55세가 된 이후에 연금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2개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지만 연금으로 받을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만약에 연금이 아니라 일시금으로 받거나 가입을 한 뒤 5년이 지나지 않아 찾거나, 고객님의 나이가 55세가 안되었을 때 이 상품을 해지한다면 그동안 받았던 세액공제 금액을 다시 토해내야 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세액공제를 받은 금액과 더불어 수익이 난 부분에 대해서도 16.5% 기타 소득세를 부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고객님께 손해가 될 수 있습니다


은권 : ‘(속으로) 어.. 이런 얘기는 민주 씨한테 들은 게 없는데.. 그래도 가입을 해야 하나..’  잠시만요. 제가 다시 생각해보고 방문하겠습니다.


은행 지점을 나온 은권 씨는 마음이 복잡해진다. 분명히 민주 씨 이야기만 들을 때는 무조건 빨리 IRP를 가입해야 하는 상품이라고 생각되었지만 막상 은행원이 말한 것을 들어보니 왠지 섣불리 결정하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이때 반대편 복도에서 이쪽으로 걸어오는 민주 씨가 보인다. 자초지종을 들은 민주 씨는 침착하게 이렇게 말한다.


민주 : 은권 씨가 고민하는 부분은 솔직히 저도 가입할 때 생각했던 부분이에요. 중간에 해지할 때 손해가 나니까요.. 하지만 어차피 저는 오랫동안 회사를 다닐 예정이라 매년 연말정산으로 이익을 보는 게 더 커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이직을 했을 때도 퇴직금을 받아서 IRP에 넣어서 운영할 수도 있고요. 나중에 제 사업을 하더라고 마찬가지로 세액공제 혜택은 유지되고 있는 상품이라서 저는 가입 결정을 했어요. 이 상품은 개인사업자도 가입이 가능하거든요. 사실, 은행 상품 특징이 일단 가입을 하면 다른 쪽을 아껴 써야 하는 부담감이 생겨서 조금은 더 타이트하게 돈을 쓸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그리고 중간에 자동 이체되는 금액을 줄일 수 있어서 제 노후를 위해 끝까지 유지할 생각입니다.


은권 : 정말 대단하시네요. 은행 상품 하나 가입할 때 먼 훗날까지 생각하다니..

(은권 씨는 어제 찾은 은행을 다시 방문해서 IRP 가입을 완료했다.)


시간은 어느덧 1년이 지났다. 은권 씨는 이번 연말정산할 때 세액공제되는 IRP를 바라보면 1년 전의 선택이 잘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민주 씨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은권 : 민주 씨 덕분에 이번 연말정산 때는 돌려받는 금액이 상당하네요.

민주 : 다 은권 씨가 선택해서 가입한 것뿐이에요. 혹시 최근에 수익률은 좀 어때요? 전 미국장이 계속 오르면서 10%를 조금 넘겼어요.


은권 : 네? 수익률요? IRP는 세금 혜택만 보면 되는 상품 아닌가요?

민주 : 그럴 리가요. IRP로 엄연히 은행 상품이에요. 은권 씨 은행 어플에 로그인해봐요 제가 확인해드릴게요. (잠시 후) 여기 은권 씨 상품 내용을 보면 정기예금에 100% 가입을 하고 있네요. 저는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펀드에 50% 채권형 펀드에 20% 그리고 나머지는 정기예금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은권 씨는 이제야 1년 전에 은행원이 어떤 상품으로 편입할지 물어본 것이 기억나기 시작했다. 내 노후를 준비하는 상품이라 최대한 보수적으로 운영하고 싶다고 말했었다. 펀드상품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지만 은권 씨 나이가 55세가 되려면 한참 남아 있기에 이번 기회에 상품 비율을 검토해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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