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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잇다 Mar 12. 2016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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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으로 비추던 어느 날이었다.


'띵동'

'21번 고객님~'


50대로 보이는 여성 고객이 내 앞에 앉으셨다.

손 안에 정기예금 통장을 쥐고 있는 것으로 봐 아마도 예금 만기가 돼서 은행에 찾아오신 것 같다.

고객은 가만히 내 얼굴을 보더니

인상이 참 좋으시네요...

라고 하신다.


'......................'

'......................'

'......................'


그때의 당황스러움을 직접 그려봤습니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고객의 칭찬에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진다.

고객과 상담하는 내내 고객의 칭찬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실 지나가는 말로 할 수 있는 것일 수도 있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말이다.

어느덧 평소보다 더 상냥하고 친절하게 응대하고 있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말 한마디의 힘이 참 크다는 걸 느끼는 하루였다.




(영화 : 반칙왕)의 한 장면

- 국민배우 송강호 씨가 리얼하게 은행원 역할을 연기했던 게 기억난다.

- 특히 사진 속에 부지점장 역할을 맡으신 분의 헤드락으로 갈구는 솜씨는 일품이었다.

- 언제쯤 소심한 모습에서 벗어나 근사하게 은행원을 묘사해주는 영화가 나올지 기대해본다.




어찌 보면 참 서로 짜증 나고 힘든 삶이다.

다른 사람에게 먼저 인사하는 것도 사치인 것 같고 누구든 내 영역을 침범한다고 여겨지면

바로 쌍욕이 쉽게 나가는 세상이다.

하물며 가장 민감하다는 돈에 얽힌 사연이 넘치는 은행에서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은행원들은 고연봉에 낮은 생산성으로 쉽게 매도되기 쉬운 대상이다.

하지만 하루 종일 아쉬운 얘기를 해야만 하는 직업 특성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지만은 않은 일만은 분명한 것 같다.


이렇게 감정적으로 지쳐 있는 은행 직원에게 고객이 먼저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한다던가 수고하신다라는 의례적인 인사 한마디라도 건네면 그 반가운 마음은 이루 헤아리기 어렵다.


한편으로는 이 브런치의 제목이 은행을 이용하는 권리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서 고작 알려주는 게

은행원에게 먼저 인사하자라는 것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심스럽게 한 번 해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분명 다를 것이다.



대부분 은행에서 창구 전결권이라는 것을 운영한다.

창구 전결권은 말 그대로 창구에서 일하는 직원이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다.

대출 상담 시 금리인하 폭과 예금 신규 시 금리우대 폭 그리고 환전을 할 때 환율우대 폭 등

그 범위는 대부분의 업무를 차지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창구 전결권은 창구 직원이 행사할 수도 있는 것이고, 행사를 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서두에 언급한 21번 여성 고객의 경우 창구에서 최대한 우대를 해드릴 수 있는 예금 금리와 함께 별도로 본점에 승인을 받아 우대금리를 적용한 기억이 선명하다.


은행원도 여지없이 사람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부분과 더 노력해서 해드릴 수 있는 부분까지 고객에게 해드리려고 애쓰는 건 아무래도 먼저 웃으며 손을 내미는 분들이라고 해도 무리가 안될 것이다.


은행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리고 은행을 찾는 고객 모두

서로 웃을 수 있는 조금한 여유가 있었으면 한다.


나. 은. 권

(나는 은행을 이용할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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