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베란다에 실외기실로 나가는 철문은 바람이 많이 불면 덜컹거린다. 하자접수 후 관리소에서 문을 보러 왔지만 별 방법이 없다고 하면서 도어클로저를 달라고 했단다. 하지만 도어클로저를 달아주진 않는다고...
남편이 이 일을 처리했고, 어느 날 택배가 왔다. 이 물건은 완충재 포장도 안된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왔다. 묵직한 것이 쨍그랑 하고 떨어져서 무언가 깨진 줄 알고 깜짝 놀랐었다. 나중에 알고보니 남편이 나도 모르게 도어클로저를 주문했었나보다.
주말에 남편이 밀리는 길을 운전하여 외출을 하고 집에 돌아 왔다. 남편은 이런 경우 피곤하다면서 바로 방문을 닫고 침대에 누워 쉬거나 잠을 청했을텐데 오늘은 달랐다. 도어클로저를 다는 것에 지대한 열의를 보인 거다. 쉬지도 않고 바로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여 도어클로저 다는 법을 익혔다. 전동드릴로 철판에 구멍을 내고 못을 박는 법도 배웠다. 남편은 무심하게 '한번도 안해봤지만 이런 것도 해보면 느는 거지..'라고 말했다.
난 사실 조금 걱정스러웠다. 남편이 물건을 만지다가 망가뜨린 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괜히 무거운 전동드릴을 사용하다가 크게 다칠까봐 겁이 났다. 얼마 전에 직장동료의 한 가족구성원이 간단한 수술만 받았으면 별일 없었을텐데 병원에서 받아주지 않아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제때 수술을 받지 못해 돌아가신 일이 있어 더 그랬다.
그래서 남편이 잘 모르겠다고 할 때 나는 수리해주실 분을 부르자고 했지만 남편은 의지를 꺾지 않고 끝까지 해보고 싶어했다.
나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남편을 거들어주기 위해 옆에 서 있었다. 남편이 철판을 뚫다가 혹시나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전원을 차단하기 위해 나는 스위치 바로 옆에 붙어 있었다. 그런데 이게 처음이다보니 진도가 생각만큼 나가지 않는다. 못만 잘 박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철판 뚫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영상을 보다가 공구를 잡고 해보다가 하기를 여러 번...
첫번째로 철판에 구멍을 뚫고 못을 하나 박고 나니 이제는 조금 요령이 생겨 두번째부터는 훨씬 수월했다. 하지만 전동드릴의 선이 짧아 내가 덜덜거리는 철문을 잡고 있어야 했다. 못을 일곱 개까지 박고서 드디어 현관문에서 보던 도어클로져의 모습이 되었다! 하지만 뭔가 이상했다. 문이 닫힐 때 틈이 없이 꽉 닫히도록 조이는 힘이 작용해야하는데 그 반대였다. 열릴 때 힘을 써야 열리고 닫힐 때는 헐거운 느낌이었다. 뭐가 잘못되었는지 찾지 못했지만 밀폐력은 있는 것 같아 거기까지만 하기로 했다.
한번도 안해봐서 위험해보이는 일을 하니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남편이 안해본 일도 해보면 잘하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 너무나 기특했다. 요즘 나의 인생을 되돌아보면서, 내가 한계지어 둔 범위 내에서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려고 시도했지만, 그 밖의 것들에 대해서는 무심했다는 생각을 하던 차였다. 나의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심을 꺼두었다. 하지만 한계를 짓지 않고 조금만 관심을 갖고 해보면 곧 익숙해지고 잘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점에서 남편의 생각이 참 마음에 들었다.
비록 문에 설치한 도어클로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남편에 대한 믿음과 고마움 덕분에 기억에 오래 남을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