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아이가 제시간에 일어나지 못한 날은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 아침을 준다. 아이가 먹기 싫다고 해도 아침을 먹는 버릇을 들이고 싶어서 조금이라도 꼭 먹도록 한다.
이전에는 차 안에서 먹어도 한번도 그런 적이 없었는데, 매우 적은 양의 구운 고구마와 달걀 후라이를 먹고는 속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더니 갑자기 차를 세워달라고 한다. 차를 금방 세울 수가 없어서 조금더 천천히 전진하다가 차를 세웠는데 갑자기 구토를 한다. 체험학습으로 큰 버스를 탈 때는 멀미가 난다고 한 적은 있었지만 자가용 안에서 멀미를 한 적은 없었는데... 다행히 이후엔 점심과 저녁을 잘 먹었다고 했다.
발매트에 흔적이 남아서 내부세차를 하려고 여기저기 전화를 해봤는데 구토 때문이라고 하니 면적과는 관계없이 비용이 수직상승했다. 사실 오물이 묻은 부분도 아주 작은 면적이었고 식도 아래까지 내려가기 전이었는지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코일로 된 매트라서 두꺼웠고 오물이 잘 제거되지 않았다. 몇 군데 전화를 하다보니, 차라리 발매트를 새로 사는 게 저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을 해보니 역시나! 그래서 발매트를 사고 기본 내부세차를 하기로 했다.
남편에게 물어보니 예전에 차를 살 때 받았던, 사용하지 않은 발매트가 있다고 한다! 발매트를 깔고 내부세차할 곳을 찾아 지역카페에 추천 글이 있던 손세차장에 전화를 했다.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었는데 다행히 비어있었다. 칼퇴를 하면 겨우겨우 시간을 맞춰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평소보다 엑셀을 많이 밟아 간신히 도착!
기본내외부세차는 청소기만 사용해 내부세차를 하는데 오만원이라고 한다. 내부 스팀을 추가하면 3만원을 더 내면 된다고... 차량출고 이후 제대로 청소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왕 온 김에 스팀까지 하기로 했다. 1시간 반이 걸리고, 근처에 있다가 오라고 한다. 건너편에 카페가 보여서 들어갔다. 오늘 읽기로 계획했지만 끝마치지 못한 책을 마져 읽으면 되겠다 싶었는데 퇴근 후 저녁시간이라서인지 한 시간반은 생각보다 길게 느껴졌고 집중이 잘 되지 않았다. 아까는 괜찮았는데 이제는 배도 고프다. 한 시간 반이 지났는데도 전화가 안온다. 기다리다가 연락이 오면 바로 나가려고 짐까지 싸두었다.
두 시간이 되어서야 전화가 왔다. 얼마나 열심히 하셨는지 쌀쌀한 저녁 날씨인데도 사장님이 땀을 뻘뻘 흘리고 계셨다. 차는 정말 오랫만에 반짝반짝 윤이 났다. 운영시간이 7시까지라고 적혀있었는데 7시반이나 되어서 끝났다. 차량관리에 대해 이것저것 여쭤봤는데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이렇게 자기 차처럼 깔끔하게 구석구석 청소해주시니 정말 감사하고 믿음직스러웠다. 그리고 표정을 보니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이렇게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나서 뿌듯함을 느끼시는 듯 보였다.
나중에 아이가 커서 어떤 일을 하게 될 지 모르지만, 이 분처럼 자신이 하는 일에 즐거움과 보람을 느끼면서 충만하게 생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간의 일을 어느 정도까지 기계가 대체할지 모르겠지만, 정부에서 기본소득을 제공하여 일을 하지 않는 세상이 올 수도 있지만, 일을 통한 인간의 행복은 남길 바란다.
조금 피곤했지만 아주 개운한 마음이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몸쓰는 힘든 일을 안하려한다는데 이런 젊은이도 있는 걸 보니 대한민국의 미래가 아주 어둡진 않아 보여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