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를 통해 아침에 걷기를 하고 있다. 원래는 러닝챌린지이지만 달려본 지가 너무 오래된 나는 걷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새벽 6시.
이르다면 이르고 늦다면 늦은 시간이다. 이제 겨울을 향해 가는 초입이라 아직도 어둡다. 집에서 나온 후 약간 쌀쌀한 날씨에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자 살짝 두려움이 앞선다. 설마 나밖에 없는 건 아니겠지? 하며 처음 오는 곳인양 두리번거리며 둘레길로 접어들었다.
그곳엔 황색 가로등이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그리고 나의 걱정과는 달리 걷거나 뛰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대부분 혼자 운동하는 사람들.. 나의 경계심이 스르르 사라졌다.
위치 설정을 켜고 러닝앱도 켰다.
3, 2, 1 시작!
학생 때 이후로 너무나 오랜만에 들어보는 카운팅이라 새롭고도 정겹다.
어둠으로 시각이 제한되니 다른 감각들이 살아난다. 하천 옆 둘레길을 걸으니 물 흐르는 소리도 들리고 간혹 차가 지나가는 소리도 들린다. 어제 낮엔 분명 들리지 않았던 소리인데 말이다.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지만, 어제도 분명 물은 흐르고 있었을 것이다. 나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았을 뿐...
지금 이 순간에도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나의 무관심 혹은 무감각으로 인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대상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세상을 처음 만났을 때에는 너무나 신기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무뎌져서 보이지 않는 많은 것들... 이제는 새로운 눈과 새로운 마음으로 다시 태어난 듯 모든 것을 만나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