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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재발견

by 새로운하루

결혼 전에는 제대로 요리를 해 본 경험이 손에 꼽을 정도였고, 결혼 후에야 이것저것 해 보면서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샐러드 채소를 다듬고 씻는 데 한 시간이 걸릴 정도로 요령도 없고 손도 느렸다. 양가에서 주신 음식을 냉동실에 쟁여 두었다가 하나씩 꺼내 먹기도 하고 둘만 먹기에는 양이 많으니 먹다가 지루해지면 다른 재료를 넣어 새로운 음식처럼 먹기도 했다. 이를테면, 명절에 받아온 갈비찜은 냉동실에 넣었다가 갈비찜에 대해 잊을 때쯤 꺼내어 한 끼 먹는다. 보통은 한 끼 이상 먹을 정도로 남기 때문에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2-3일이 지난 후 떡이나 면을 넣어 먹거나 청양고추를 넣어 좀 맵게 먹는다거나 이런 식이었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나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요리의 기초를 좀 다지게 된 것 같다. 다양한 크기로 썰어보고 다양한 조리법도 활용해보았다. 아이가 조금 크고 난 후에는 먹는 것에 까다로운 아이였기 때문에 뭘 잘 먹을지 고민도 하면서 영양을 골고루 잘 챙겨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늘 정성껏 만들긴 했지만 항상 마음 한켠에는 배우자에 대한 불만이 있었다. 흡족하지 않게 가사 및 육아분담을 하고서, 나만 시간이 많이 걸리고 좋아하지도 않는 요리를 맡아서 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도 그도 결혼 전에 요리를 많이 하지 않았던 건 똑같은데, 나만 열심히 연습하다보니 잘하게 되었고 언젠가부터 그는 "잘하는 사람이 하자"라면서 선을 그었다. 이후로도 불만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냥 상황에 익숙해져 갔다.


그런데 최근 내가 나 스스로에게 깜짝 놀란 일이 있었다.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데 공부를 하기가 너무 싫다보니 요리가 상대적으로 재미있게 느껴진 것이다. 전에는 만드는 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먹는 건 순간인 요리가 너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해서 싫다고 생각했는데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기간에는 부엌에 서서 일하는 게 어찌나 보람있고 즐겁던지 부엌을 떠나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아이에게 자꾸 간식도 만들어 먹이고 싶고 어떻게 하면 조금더 맛있어질까 하는 생각도 더 많이 했다. 식재료를 쟁였고, 피클도 만들고, 대량구매하면 저렴한 것들을 사서 냉동실에 소분해 넣었다. 심지어 '요리 자격증을 따볼까?' 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한식? 양식? 중식? 떡제조기능사? 제빵기능사? 내가 벌써 요리사가 된 양 생각만 해도 설레였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 나의 생각이 나의 모든 상황을 지배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되었다. 같은 일이라도 어떤 측면에서 보는지에 따라 그 사건은 완전히 다르게 경험될 수 있는 거다. 그리고 그 사건은 현재 진행중인 것뿐 아니라 과거에 일어났던 것과 미래에 일어날 것까지 모두 포함된다. 내가 경험했던, 경험하는, 경험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느냐, 부정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일들은 나의 미래에 다시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매순간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나의 생각은 긍정적으로 유지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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