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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05. 2021

아트 아론 질문 15.

당신의 삶에서 가장 큰 성취는 무엇인가요?

 지금의 내 모습.      

 


 많이 늦지 않은 나이에 나쁘지 않은, 적당한 직업을 가지고 있고 결혼을 했으며 예쁜 딸아이가 있다. 그리고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 지역이지만 집을 소유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 자체가 가장 큰 성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더해 나를 알아 가기 위해 또한 찾아가기 위해서 하고 있는 일에만 매달리지 않고 도전이라 할 수 있는 유튜브 영상의 제작과 글을 쓰는 모습 자체가 역시 또 하나의 커다란 성취라 할 수 있다.     

 


 어렸을 때 공부를 꽤 잘했다. 물론 세상이 바뀌어 공부 잘한 것만으로 미래의 삶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그때는 그랬다. 공부를 잘한다면 나름 미래의 삶도 보장된다는 믿음이 지금보다는 있었다. 뭐 지금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지금은 조금 더 다양한 길이, 방향이 있는 것 같다.      

 


 여하튼 공부를 잘했던 어린 시절엔 지금의 직업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이 그리 녹록지 않았다. 아니 세상이 녹록지 않은 것보단 그런 세상 속을 살아가려는 나 자신을 이겨내는 게 어려웠다. 지금도 어렵다. 언제나 항상 의지가 부족했고 게을렀으며 쉽게 마음이 흔들리고 두려움도 많았고 그에 상응하게 용기도 부족했다.     

 


 환경적인 요인도 어느 정도 작용했지만 그런 부분은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에 의하면 어떻게 받아들이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반전시킬 수 있다. 이런 경험적인 결론에 의하면 나에게 환경이란 부분이 그리 큰 영향을 주진 않는 것 같다. 그런 환경을 탓하며 환경 뒤에 숨어 교묘하게 피해 가려는 내 모습을 수시로 발견할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해 보고 싶은 거 다하면서 여기까지 온 것 같기도 하다. 반대로 휘둘리듯이 등 떠밀리듯이 흘러 흘러 온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후회도 많고 이거 저거 건드린 건 많은데 하나 제대로 해보진 못한 것 같은 내 삶에 한스러움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하는 일 100%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름 괜찮다. 누가 뭐라고 해도 지금 하는 일을 하면서 결혼도 하고 차도 나름 좋은 차로 바꾸고 집도 샀으니까.(물론 은행돈으로 사고 열심히 갚고 있는 중이긴 하다.)     

 


 결과론적으로 물리적인 상황을 만들어 냈고, 금전적인 결과를 얻게 해 준 일이긴 하다. 그럼에도 한편으론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과연 결혼도 못하고 차도 못 바꾸고 집도 못 샀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랬을 가능성이 높긴 한데 그래도 삐딱하게 한 번 더 생각은 해 보고 싶다.     

 


 솔직히 지금 하는 일 하기 전 나의 모습은 현실이란 측면에서 놓고 본다면 참담 그 자체였다. 나이는 중요한 게 아니라지만 중요하다. 나이는 30대 중반을 넘어 서고 있었고, 이거 저거 한 건 많은데 이렇다 할 명확한 전문분야는 없었다. 모아둔 돈도 없고 환경 탓하긴 싫지만 상황을 설명한다는 측면에서 부연한다면 애초에 있는 집안 자식도 아니었다. 더 정확히는 부모님의 부가 있고 없고를 이야기할 수준도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도 부모님께서 부족하지 않게 키워주신 건 맞지만 없는 집안인 건 확실하다.(부모님 죄송합니다.)     

 


 여하튼 정말 참담했다. 답답하기도 했다.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는 구나하는 자괴감에 몸서리치며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절대 좋은 표현이 아니지만 지금은 생각조차 하지 않지만 그때는 ‘아, 사람이 이러다가 삶을 접고 싶어 할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도 했었다.      

 


 돌아보면 이거 저거 하면서 잘났다고 떠들고 다닌 인생인데 냉정하게 돌아보면 참 대충 살아온 것 같다. 사실 지금 하는 일을 하기 전엔 자존심이 찢겨 나감을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했다. 왜냐하면 이 바닥일은 다시 하지 말자고 이미 예전에 다짐을 했었다. 하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 일에 다시 기대려고 하는 내 모습을 도저히 바라보고 인정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삶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이 자존심은 개나 줘 버리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하긴 했지만 성취는 위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지금까지는 상당히 만족스럽다.     

 


 그런데 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예전의 삶에 비하면 충분히 만족스러운 지금의 이 삶의 한 복판에 서서 다시 갈피를 못 잡고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다. 물론 이런 머뭇거림 속에서도 또 다른 살 길이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유튜브를 시작하고 있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그래서 지금의 이런 내 모습 자체가 커다란 성취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그렇게 말하고 싶고 지금의 이런 고민과 머뭇거림 속에서 피어나는 또 다른 길이 예전의 기억과 경험처럼 다시 한번 만족스러운 결과, 성취를 안겨주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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