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수 좋은 카페 매니저 3

by 이야기하는 늑대

불만이 쌓이기 시작하니 평소에 그냥 넘어가던 문제들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사님은 카페가 처음인 분이었다. 그래서 다른 카페에서 이런 걸 하더라. 요즘엔 이런 메뉴가 유행이더라. 이런 식의 의견 제시가 많았다. 다시 말해 실무를 담당하는 입장에서 봤을 땐 우리 카페와 어울리지 않은 제안을 많이 하셨다. 다행이라고 해야 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은 이사님의 제안은 제안에서 끝났다. 하지만 그때마다 쌓인 감정적인 앙금은 남아 있었다. 그 앙금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은근히 알바들의 노동의 대가를 소위 후려치는 경향이 있었다. 법정 최저시급은 분명히 지켰지만 휴일, 야간, 주말 수당은 전혀 챙겨주지 않았다. 아직 어린 알바들은 그러려니 했지만 상대적으로 사회적 경험이 있던 내 눈엔 그런 상황이 보다 잘 보였고, 당연히 불합리함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간혹 가다 그런 불만을 토로하는 알바들도 있었다. 이탈리아 음식까지 팔기 시작하면서 일은 더 많아져 알바들의 불만도 조금씩 쌓여 갔다. 주말에 한 참 바쁠 때 나가야 될 음료를 다 만들고 나면 나는 미친 듯이 쌓이는 이탈리아 음식 설거지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홀에서 무거운 접시까지 들어가며 서빙하는 알바들에게 설거지까지 시키고 싶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나와 알바들의 불만과 공감대가 동시에 쌓여 갔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탈리아 음식을 하겠다고 온 셰프가 은근히 우리 위에 서려고 했다. 난 음료 부분을 담당하는 매니저였기에 셰프와 나름 동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없어 보였으나 셰프의 행동은 그랬다. 이런 일련의 사태가 도화선이 돼 결국 내 행동과 표정에 있는 그대로 드러나게 됐다.



세세한 걸 다 이야기할 순 없다.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이 나지도 않을뿐더러 일일이 나열하기엔 그 사례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쉽게 이야기하면 사사건건 셰프 그리고 이사님과 부딪혔다. 물론 나도 살아야 했기에 치열하게 부딪히지는 않았다. 그렇게 부딪혀 봐야 잘리기 밖에 더 하겠는가? 경계를 넘나드는 선에서 부딪혀 나갔다. 이사님도 이 미묘한 분위기의 변화를 감지했지만 내가 선을 잘 지켰는지 특별히 뭐라 할 만할 상황까지 몰아갈 수는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사님이 최종 무기 하나를 들고 나왔다. 나는 매니저이기에 일반 알바들과는 다르게 어느 정도 카페 영업에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 이 지점을 문제 삼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음식까지 시작했는데 매출이 제자리라는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준비할 것도 많고 투자비용도 카페의 음료보단 많이 들어간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게 단가도 높다. 그래서 매출 증대를 노리고 과감하게 이탈리아 음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매출이 그대로라는 것이다. 물론 이탈리아 음식의 매출이 음료의 매출을 잠식한 부분도 없지 않아 있다. 이런 경우다. ‘파스타 하나 먹으면 아메리카노 무료’ 같은 경우 손님들은 특별히 음료를 주문하지 않는다. 그리고 매출은 이탈리아 음식에 잡히지 음료에 잡히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자리인 매출의 이유를 더 설명해야만 했다. 하지만 할 수가 없었다.



커피를 하고 싶었고, 더 정확히는 배우고 싶었다. 커피 만드는 것만 열심히 하면 될 줄 알았다. 그럼 커피도 배우고 내 커피도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이가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 참 생각의 폭이 좁았던 것 같다. 거기까지만 생각했던 것이다. 장사, 영업, 매출 이런 부분은 눈으로는 볼 수 있는 분야였으나 마음으로는 들여다보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최종 보스인 사장님에게 호출이 됐다. 카페 업무는 주로 이사님이 관리하셨는데 사장님이 등판했다는 건 완벽한 상황 정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 상황 정리의 대상은 당연히 나였다. 사장님들은 늘 그렇듯이 분위기는 좋게 유도한다. 한가한 시간대의 카페 2층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지난 카페의 사장님보다는 단도직입적이긴 했다. 매출이 제자리다. 전 매니저를 보내고 너를 받았을 때는 나름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그 기대에 부흥하지 못한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최근에 그런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말은 길었지만 나가라는 소리다. 표현과 표정은 부드러웠지만 버틸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해 2월 마지막 날이었다. 당장 내일부터 그만해 줬으면 했다. 처참하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단, 다음 날이 삼일절 공휴일로 바쁘니까 하루만 더 해달라고 했다. 못 하겠다고 하면 못나 보일까 봐 알겠다고 했다. 다음 날, 여느 공휴일과 마찬가지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마지막 마감을 하고 그만뒀다. 아니 잘렸다.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부당해고를 당한 경우였다. 일을 잘하고 못하고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져야 되는 것들이 있다. 직원에게 해고 통보를 해고 직전 일에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더욱이 그 카페에서 1년이 넘는 시간을 일했다. 받아야 될 퇴직금은 당연하다는 듯이 못 받았다. 아마도 고용노동부(?)에 신고하면 바로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럴 만한 염치가 없었다. 운수가 좋았던 두 번째 카페 매니저의 경험은 그렇게 끝이 났다. 어쩐지 운 좋게 매니저가 되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