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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04. 2021

불안

 불안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니 한숨부터 나온다. 이미 전에 불안을 주제로 한 두 편 정도의 글을 쓰기도 한 것 같다. 확인해보면 되는데, 귀찮다. 그보다도 같은 주제긴 하지만 그때 느낀 불안과 지금의 불안은 또 다를 테니 다시 써도 괜찮을 것 같다. 무엇보다 내 마음이다. 그런데 뭘 써야 될지 모르겠다. 이 마음, 어떤 내용을 써야 될지 모르면서 불안을 주제 삼아 글을 쓰겠다고 하는 지금의 내 상태가 딱 불안이란 단어와 어울리는 것 같다.     

 


 많이 불안하다. 안 그랬던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최근에 유달리 불안하다. 물론 그렇다고 정신질환으로까지 확대되는 불안은 아니다. 불안장애, 공황장애, 불면증 등 아직 이 영역까지 넘어간 것 같지는 않다. 분명히 불안하긴 한데 조절은 되는 그런 불안이다. 그리고 넘어가서도 안 된다.      

 


 하고 있는 일이 예전만큼 되질 않고 있다. 불안하다. 물론 시작은 내 선택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일을 하기 싫어하는 내 마음에서 비롯됐다. 그러니 어쩌면 일이 안 되는 상황에서 오는 불안은 내가 만들어 낸 것이다.     

 


 불안의 원인제공자가 나 자신이니 해결하는 방법도 내가 알고 있을 것 같지만, 그건 또 다른 문제다. 뭐랄까? 심어 둔지 오래된 나무 같다고 해야 될까. 그런데 그 나무가 뿌리를 상당히 깊고 넓게 내린 그런 상황이다.     

 


 뽑아내면 그만이긴 할 텐데 그 크기가 만만치 않아 혼자 힘으론 안 될 것 같다. 그렇다고 도움을 받아 뽑아낼 수도 없다. 마음이라는 상당히 내밀한 공간 속에 뿌리내린 나무이기 때문에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혼자 뽑아야 한다. 그런데 두렵다.      

 


 과연 뽑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시도조차 만만치가 않다. 설령 뽑아낸다 한들 깊고 넓게 내린 뿌리까지 온전히 다 뽑아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래저래 쉽지가 않다.     

 


 직업 특성상 공휴일이나 주말 없이 일을 할 때가 있었다. 불과 작년 말까지 그렇게 일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주말에 일을 쉬고 있다. 돌이켜 보면 그때는 몸이 너무 힘들어 불안 등을 생각할 겨를도 없었던 것 같다. 쓰다 보니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답이 나온 것 같긴 한데, 다시 주말도 없는 그런 상황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래 맞다! 이 지점이 결국 문제다. 나름의 해결방안, 그러니까 나무를 온전하진 않더라도 분명히 뽑아낼 방법이 있긴 있다. 다만 그 방법을 다신 쓰고 싶지 않다는 것이 문제다.     

 


 완벽하진 않지만 방법을 알고 있는데, 쓰지 않는 이유가 뭘까? 혼란스럽다. 그래서 불안이 더 가중되는 것 같다. 어쩌자고 이러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흔히 쓰는 표현이 있다. ‘번아웃 burnout’ 나도 그런 건가 하는 불안한 예감이 든다. 그런데 인정하고 싶지 않다.     

 


 뜻을 찾아보니 단순하게 설명하면 ‘극도의 피로, 연소 종료, 단선’이라고 한다. 극도의 피로까지는 모르겠고 만성적인 피로는 분명히 있다. 작년까지 주말도 없이 일을 해서 상당히 피곤했지만 극도의 피로라고 할 것 까지는 아니었다. 연소 종료라는 것은 더 이상 탈 것이 없다는 소리일 텐데…. 이건가? 단선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더 이상 찾아보고 싶지도 않다.     

 


 여하튼 극도의 피로나 연소 종료 같은 상황이라고 인정하고 싶지가 않다. 만성적으로 쌓여 가는 피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더 이상 탈 것이 없는 삶이라곤 생각지 않는다. 아직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데 벌써 다 타버렸다면 남은 생은 어쩌란 말인가. 물론 장작을 해 오듯 다시 채워 넣으면 되겠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무엇보다도 난 아직 확실히 더 태울 것이 남아 있다. 그래서 번아웃이라고 인정하고 싶지는 않다. 격하게 반응하는 걸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한데 아니라고 버티고 싶다. 그래서 불안한가?     

 


 건드리면 당장이라도 혼탁해질 진흙탕 물 같은 불안. 무저갱으로 스멀스멀 밀려들어 가는 것 같은 불안. 끈덕지고 찝찝하게 들러붙은 불안. 그런데 당장은 별 티가 나지 않는 그런 불안. 언젠가는 터질 수도 있는 그런 불안. 그리고 그 시기가 조만간이지 않을까 하는 불안.     

 


 불안한 나를 불안하게 바라보는 내가 그나마 다행인 건 글이라도 써서 조금이나마 불안을 털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앞으로도 불안이란 주제로 자주 글을 써야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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