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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11. 2021

하늘

 가을이다. 하늘이 높다.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란 말을 괜히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조금 웃기다. 가을이라고 하늘이 특별히 다른 계절과 다를까? 물론 대기가 분명히 다르긴 할 것이다. 전문분야가 아니기에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그럴 것이다. 하늘이 다른 계절에 비해 보다 맑고 높아 보이는 것을 보면 뭐가 달라도 다를 것이다. 물리적으로 대기의 구성이 달라지건 그걸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지건 간에 뭐가 달라져도 달라진 것일 테다.     

 


 그럼에도 우습다. 지극히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물론 내가 사람이니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런데 우리 인간은 그런 사람의 관점에 매몰돼 결국 본래의 모습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 부분을 일목요연하게 사례를 들어 설명할 능력은 없다. 그냥 그렇게 생각한다.     

 


 우리 입장에서야 하늘이지만 우주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하늘이 아니다. 그저 뭐랄까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일정 구성의 기체 덩어리 정도? 표현이 맞는 건지 모르겠다. 우주를 창조한 조물주 혹은 신이 있다면 그런 존재의 입장에서는 지구라는 동그란 구조물의 껍데기 정도가 우리가 이야기하는 하늘일 것이다.     

 


 우습지 않은가. 창조한 쪽에서 보면 껍데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 부분을 우리는 하늘이라고 우러러보기까지 한다. 오죽하면 하늘 아래 한 점 부끄럼 없는 맹세까지 하는 사람이 있을까. 그저 껍데기일 뿐인데…. 그리고 그런 하늘을 보면서 꿈을 꾸기도 하고 망상 혹은 공상을 하기도 한다.     

 


 이 글 역시 그런 하늘을 본 나의 망상에서 시작된 것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맑은 하늘을 고까워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망상일 수도 있다. 마음같이 안 되는 것들이 수두룩한데 하늘은 뭐 저리 맑은지? 그냥 맑은 것도 아니고 가을이랍시고 높기까지 하다. 그래서 더더욱 맑아 보인다. 시원하게 맑아 보인다.     

 


 내 속이 시원하지 않아서, 맑지 않아서, 깊지 않아서 질투가 나는 것 같기도 하다. 질투라면 내가 또 한 질투한다. 그래서 난 부족한 사람이다. 다른 대상을 질투할 시간에 나를 돌아보면 될 텐데 그러질 못하고 질투 속에서 허우적거릴 때가 다반사다. 그런 내가 넓고 높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니 아주 그냥 물 만난 물고기처럼 질투라는 바다에서 제대로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걸로 상을 주면 1등 상은 따 놓은 당상인데 아쉽다.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 이런 부분도 상을 주면 이 세상이 조금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라는 또 다른 망상을 해 본다.     

 


 큰일이다. 망상이 심해지면 편집증, 정신분열증, 정신병적 우울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하니 이쯤에서 그만해야겠다. 이미 벌써 이 글에서 약간은 분열되는 정신상태를 보이고 있으니 멈춰야겠다. 그래도 다행이다. 선을 넘지 않고 멈출 수 있는 자각은 가지고 있어서…. 정신병적인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 사이에 선이 있다면 그 선을 타고 노는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런 선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듯이 높고 맑은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중이라 이런 글을 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선을 넘어가면 안 되니 그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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