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었는데 그지같구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하늘이 보였다.
쨍~한 하늘.
맑고 푸르렀다.
높았다.
아직 8월 말인데 가을이구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 따위로 저 하늘을
온전히 담을 수 있겠냐만은
그냥 나도 모르게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찍었고, 확인했다.
역시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그렇지 뭐.
그런데 고화질 카메라를 들이대면
뭐가 달라지나?
어차피 사진인데.
초초초초초초초초초 고화질 렌즈를
들이대 봐야 가짜 사진이다.
저 높고 맑은 하늘을
어찌 담을 것인가?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한다.
대상을 찍는 것도 싫어하고
내가 찍히는 것도 싫어한다.
절경을 찍어 봐야
그림 나부랭이 같아 실망스럽고
나를 찍어 봐야
늘 보는 조금은 꼬인 나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또 살다 보니
이래저래 찍게 된다.
싫다고 했다가 찍기도 한다고 했다가
왔다리 갔다리
지 멋대로다.
그나마 하늘의 본모습에 가깝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은
내 눈에 담는 것이다.
찍어서 꺼내 보거나 보관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초고화질 카메라가 와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다만 순간이라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 아쉬움 부여잡고자
거지 같은 스마트폰 카메라라도 잡고
찍어대는데 늘 언제나 항상 실망스럽다.
우리 삶도 그런가 싶다.
늘 언제나 항상 안 될 거 알면서
혹시나 하고 들이댄다.
그리고 대부분은 역시나 안 되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리고 실망하고 후회하고
마음을 닫기도 한다.
그런데 바보 같아서
돌아서면 또 혹시나 하고
불에 타 죽는 줄도 모르고
부나방처럼 달려든다.
부나방처럼 홀랑 타 버리면
끝이 날 텐데
자연의 섭리인지
신의 장난인지
또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또 들이대고 들이대고
엎어지고 후회하고 실망하고
울고 짜고 기대고
대단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다시 일어선다.
거 썅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드럽게 퍼렇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