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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ug 27. 2022

쓰레기를버리러나갔다하늘이이뻐어이제가을이구나싶어사진을

찍었는데 그지같구나.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

하늘이 보였다.

쨍~한 하늘.

맑고 푸르렀다.

높았다.

아직 8월 말인데 가을이구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스마트폰 따위로 저 하늘을

온전히 담을 수 있겠냐만은

그냥 나도 모르게 들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이었다.

찍었고, 확인했다.

역시나다.

스마트폰 카메라가 그렇지 뭐.

그런데 고화질 카메라를 들이대면 

뭐가 달라지나?

어차피 사진인데.

초초초초초초초초초 고화질 렌즈를 

들이대 봐야 가짜 사진이다.

저 높고 맑은 하늘을 

어찌 담을 것인가?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한다.

대상을 찍는 것도 싫어하고 

내가 찍히는 것도 싫어한다.

절경을 찍어 봐야 

그림 나부랭이 같아 실망스럽고

나를 찍어 봐야 

늘 보는 조금은 꼬인 나만 보일 뿐이다.

그래서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한다.

그런데 또 살다 보니 

이래저래 찍게 된다.

싫다고 했다가 찍기도 한다고 했다가

왔다리 갔다리 

지 멋대로다.

그나마 하늘의 본모습에 가깝게

담을 수 있는 방법은

내 눈에 담는 것이다.

찍어서 꺼내 보거나 보관할 수는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그 어떤 초고화질 카메라가 와도 

상대가 되질 않는다.

다만 순간이라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 아쉬움 부여잡고자 

거지 같은 스마트폰 카메라라도 잡고 

찍어대는데 늘 언제나 항상 실망스럽다.

우리 삶도 그런가 싶다.

늘 언제나 항상 안 될 거 알면서

혹시나 하고 들이댄다.

그리고 대부분은 역시나 안 되는 

결과를 맞이한다.

그리고 실망하고 후회하고

마음을 닫기도 한다.

그런데 바보 같아서 

돌아서면 또 혹시나 하고

불에 타 죽는 줄도 모르고 

부나방처럼 달려든다.

부나방처럼 홀랑 타 버리면 

끝이 날 텐데 

자연의 섭리인지 

신의 장난인지 

또 그 정도까지 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또 들이대고 들이대고 

엎어지고 후회하고 실망하고 

울고 짜고 기대고 

대단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다시 일어선다.


거 썅 그러거나 말거나 

하늘은 드럽게 퍼렇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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