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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17. 2021

글을 쓰면 안 되는 이유

1. 글을 써서 경제적 안정을 얻을 수 없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글 써서 경제적 안정을 유지하는 작가는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다. 

2. 글을 써서 유명 인사가 되고 싶다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게 좋다. 소수의 유명 작가가 있지만 글밭에서 유명 인사가 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생각하라. 대신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자가 되는 길이 곧 작가의 길이니 고달픔도 함께 짊어져야 한다. 

3. 죽는 날까지 돈벌이가 아니라 영혼을 갈고닦는 향기 그윽한 인품으로 독자의 마음을 쟁이고 쟁여라.

4. 글과 행동을 통해 남을 조금이라도 기쁘게 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게 살 작정을 해야 한다.

5. 스승은 도처에 있다. 스승은 찾아오지 않는다. 내가 찾아 나서야 한다. 책 한 권을 잘 읽으면 글쓴이가 곧 스승이니 적어도 1000권의 책을 읽어 1000명의 스승을 모셔라. 꽃 한 송이를 보고 기뻐할 줄 알면 내가 행복해지듯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게 내 스승이라고 생각하는 너른 마음을 가지면 천하를 얻는 것과 같다.

6. 문학 밭에서 이름난 사람에게 엄중한 문학비평을 하되 시샘과 질투로 비난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 현자는 타인의 성공에 질투하지 않고 실수를 도닥여 준다. 문사는 모두 우리 세상의 보물 같은 존재다.

7. 문학 모임이나 문학잡지에 애정을 갖고 참여해서 뭐든 거들고 돕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바닥에 이런저런 입씨름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것은 편견이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걸 인정하는 존중을 결코 잊지 말라.

8. 실패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글이든 삶이든 실패 없는 인생은 진화할 수 없는 돌멩이와 다를 바 없으니 실패를 두려워 말라.

9. 선비다운 선비가 되어야 한다. 참선비가 되려면 사리에 밝고 도량이 넓으며 어질고 남을 먼저 세우는 자비심을 가져야 한다. 선비정신으로 살면 몸도 마음도 강건해진다. 작가는 현대판 선비라는 걸 명심하라.

10. 자기 이름을 지켜라. 내 이름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남의 몫이 아니다. 남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게 기쁨이 되게 하기 위해서 자신을 지극히 사랑해야 한다. 내가 소중하고 귀한 만큼 타인을 소중하게 여겨라.


[글 속에 피가 흐른다.] 중에서 - 김홍신




1. 글을 써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자 합니다. 능력이 일천하여 가능할까 싶지만 그래도 도전해 보려 합니다. 지금까지 해 온 다양한 일과 지금 하고 있는 일이 그저 생계를 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나름 하고 싶은 일들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생계라는 측면에 치우친 건 사실입니다. 한 번 살다 가는 인생, 더 이상 생계에 치우친 일만 하다 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변명이라면 할 말이 없지만 책임져야 할 가족이 있기에 지금 하고 있는 일, 과감하게 그만둘 수는 없지만 그 속에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능력이 부족하니 매일매일 연습이 답이다라는 생각으로 '잘'은 모르겠지만 '열심히'는 써 보겠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사는 세상, 잘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지만 그 시작은 꾸준한 반복을 통한 지루한 연습을 이겨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지금 할 수 있는 방법이 그저 매일 조금씩의 글을 쓰는 것 밖에 없습니다. 막연하고 막연하지만 사람일 모르는 거라고 정말 누가 알겠습니까? 몇 년 뒤에는 민망하지만 작가라는 직업을 갖고 부족한 책이라도 하나 낼지...



2. 유명인사... 유명의 뜻은 이름이 있다. 정확히는 이름이 알려지다가 되겠습니다만 알려지건 그렇지 못하건 이름이 없는 사람은 없으니, 정도의 차이일 뿐 누구나 유명인사입니다. 네 궤변인 거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라도 위안을 삼으려 하는 마음 안쓰럽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유명인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글을 써서 생계도 유지해 보고 싶다고 마음먹고 있으니 유명해져야 합니다만 그리 큰 기대는 하고 있지 않습니다. 제 수준을, 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누굴 막론한고 살아온 삶을 털어 내면 소설 한 편씩은 나올 겁니다. 그래서 제 속에 있는 것들을 털어 내려합니다. 제 속에 있는 걸 털어 내려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봤습니다. 결론이 글쓰기입니다. 아직은 일기 쓰기 수준에 그치고 있고, 몇 년이 지나도 역시 일기에 머무를 수 있지만 우선 시작했으니 털어 내려합니다. 거창하게 내가 누구인지, 삶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을 알고 싶다고 떠들기도 합니다만 그냥 글이 쓰고 싶습니다. 언제 꺼질지 모를 불같은 욕망, 욕구지만 꺼지는 그 순간까지 글을 써 보려 합니다.



3. 글 쓰는 과정이 돈벌이라는 결과로 매듭지어져야 하는데, 영혼을 갈고닦으라고 하시니 그렇게 하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능력도 없는데 글은 쓰고 싶고, 결과적으로 돈벌이도 되어야 하는데 당장은 그럴 수 없으니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결과로 돈을 바라는 건 맞지만 시작은 제 속의 것들을 털어 내고자 함이니 그 과정이 영혼을 갈고닦는 과정과 조금이라도 비슷하지 않은 걸까 하는 기대로 글을 쓰겠습니다. 제 속을 털어 내고 털어 내서 비우면 독자의 마음을 쟁일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4.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게 살아온 저의 삶이라고 하는 것이 그리 특별할 건 없습니다. 오히려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지루할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저와 비슷한 경험을 바탕으로 비슷한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이 최소한 한 명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합니다. 그 사람이 제 글을 읽고 '아!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하고 손톱만큼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세상에 밀알 하나 정도 심는 보탬은 되는 거라고 인정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책 많이 읽겠습니다. 어린 시절 소위 말해 문학소년처럼 책을 참 많이도 읽었는데, 점점 책을 읽는 게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배워야 하니 많이 읽겠습니다. 배우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저부터 책을 읽지 않으면서 부족한 제 글 누군가 읽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한 다는 건 도둑놈 심보이기에 최소한의 양심을 위해서라도 읽겠습니다. 많이 읽겠습니다.



6. 부족한 사람이라 시샘과 질투가 많습니다. 시샘과 질투가 없었다면 조금 더 성공적인 삶을 살아오지 않았을까 하고 후회도 해 봤습니다. 하지만 글 쓰는 삶을 제2의 인생으로 삼으려는 목표가 아직은 충만하고, 실력이라고 말할만한 것도 없기에, 누군가의 글을 감히 시샘과 질투는 고사하고 비평할 시간도 없고 어렵습니다. 글을 조금 쓰다 보면 언젠가는 올챙이 적 생각 못하고, 누군가의 글을 비평도 하고 시샘과 질투도 할지 모릅니다만 그렇게 되지 않도록 '겸손'이란 단어를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7. 시대에 걸맞게 브런치를 통해 비대면으로 다양한 분들의 글을 보고 배우겠습니다. 브런치 활동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글을 쓰면 누군가는 한 두 번이라도 읽어 주는 브런치가 활성화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라도 열심히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지역에서 시의 지원을 받아 글쓰기 강의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그 모임 활동도 열심히 해 시문화 발전에 조금이나마 공헌하도록 하겠습니다.



8. 정말 많은 실패를 해 온 삶입니다. 누가 안 그렇겠습니까? 지구 상의 인구가 80억이니 최소한 80억 개의 실패가 있을 겁니다. 그럼에도 지구는 돌아갑니다. 실패를 많이 해서 무언갈 새롭게 시작할 때 두렵기도 합니다만 그럼에도 계속해서 꾸역꾸역 시도해 왔습니다. 글이랍시고 써 놓고 보면 죄다 찢어 버리고(노트북으로 쓰니 노트북을 집어던지고라는 표현이 맞겠습니다.) 싶지만 그런 실수, 실패도 제가 만들어 낸 결과니 끌어안고, 다음이 보다 나을 수 있는 재료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9. 꼴 같잖은 마음으로 감히 가르치려 들지 않겠습니다. 개인이지만 지극히 평범한 개인이기에 저와 비슷한 삶 또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있을 겁니다. 그들에게 저라는 사람이 제 속을 어떻게 털어 내며 살아가는지 그냥 보여 주고 싶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보여 주고 싶습니다. 사리에 밝아질지, 도량이 넓어지고 어질어 질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속을 있는 그대로 털어 내는 작업을 진행하다 보면, 최소한 솔직함이라는 진정성이라는 건 보여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 아직 마음의 크기가 크지 못해 저 자신은 조금 사랑할 줄 아는데 남을 제 마음에 담아내는 건 어렵습니다. 약간의 가시를 돋우고 살아왔던 삶입니다. 우스개 소리로 세상이 나를 버리기 전에 내가 세상을 버린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왔습니다. 다소 외로워지는 순간엔 인간은 어차피 외로운 존재야 하고 자위하며 살아왔습니다. 높고 굳건한 성벽 같은 걸 세우고 살아 오진 않았지만, 약간의 울타리는 치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의미가 다를 수 있지만 저는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글쓰기를 통해 제 속의 것들을 털어 내려하고 있으니 울타리를 바로 치울 순 없지만 문은 열어 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문을 열고 제가 더 단단해지면 울타리도 차츰차츰 치워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단단해지는 과정을 글쓰기를 통해 다져 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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