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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18. 2022

추석엔 호캉스지 2

2022년 9월 6일 ~ 8일

# 시리얼로 연명하다. 20220906 ~ 0908     

 

 진짜 결국 입원을 해 버렸다. 몽롱했다. 졸려서 그런 거겠지만 현실감각이 떨어졌다.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저 월요일에 늘 봐주는 선생님 만나고 ‘별 거 아닙니다. 열도 떨어졌네요.’ 이 소리 듣고 집에 올 거였는데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이지? 시간은 새벽 4시가 다 됐다. 하루 정도의 짐만 챙겨 왔기에 아내는 아이와 함께 있고 나는 집에 가서 짐을 다시 챙겨 오기로 했다.     

 

 이때 코로나로 인한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을 맞닥뜨리게 됐다. 분명 입원 결정 후에 검사를 하라 해서 검사를 했고 음성으로 문제가 없었는데 집에 갔다가 다시 입원실에 들어오려면 코로나 검사를 또 해야 한다고 했다. 아니 저기요? 지금 검사를 했고 음성으로 정상이고 집에 갔다가 눈 좀 붙이고 짐 챙겨 대략 5~6시간 정도 뒤에 다시 들어 올 건데 무슨 코로나 검사를 또 해요? 그게 원칙이란다. 대화를 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이해는 한다. 병원이니까. 다른 곳도 아닌 아픈 사람들이 입원해 있는 입원실이니까. 더욱이 면역력이 성인들보다 약한 아이들이 입원해 있는 소아병동이니까 충분히 이해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건 너무 한 거 아니냐고! 성인이 아닌 소아 입원이니 반드시 어른 한 명이 함께 있어야 했다. 보통은 엄마들이 함께 있었다. 엄마들이 일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은 몇 개월밖에 안 된 아이들이 주로 입원하는 곳이기에 일을 하는 엄마들일지라도 출산 혹은 육아 휴직을 낸 상황이라 보통은 엄마들이 함께 있게 되는 것 같다. 다른 병실을 둘러봐도 엄마들이 보통 있고 더 있어 봐야 할머니 정도다. 그리고 아빠들은 일을 하러 갔다 추가적인 짐들이 있다면 챙겨 들어와서 아이 한 번 보고 나가고 뭐 그런 상황을 일반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들어올 때마다 코로나 검사를 하라니. 검사를 하고 결과가 바로 나오는 것도 아니다. 4~5시간 정도가 걸렸다. 그럼 아침에 와서 검사하고 일 보고 저녁에 들어오면 된다는 건가? 그 와중에 밖에서 다른 확진자와 접촉이라도 해서 걸린다면 어쩔 거란 말인가? 확진이 돼서 증상이 확실하면 당연히 검사 유무와 관계없이 못 들어오겠지만 무증상이라면 막을 방법이나 있는 건가? 최소한의 조치인 건 이해한다. 그래도 너무 한 거 아니냐고! 검사를 했고 유예기간을 3일 정도 두고 그 사이에 들어올 때마다 체온 정도 확인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거 하기 싫어서 아이가 아파서 안 그래도 힘든 엄마, 아빠들 더 힘들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입원병동에 의사, 간호사, 밥 해주시는 분, 청소해주시는 분, 이런저런 필요한 물건 가지고 들어오는 분 등등 들락거리는 인원들이 수두룩한데 그 인원들이 모두 출입을 할 때마다 엄마, 아빠들처럼 검사를 하는지 묻고 싶다. 아마 절대 아닐 것이다. 병원에서 근무하면 코로나가 피해 가는 건가? 아니면 자신들의 집은 코로나 방역 구역인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환자 혹은 환자의 가족 입장이 아닌 코로나라는 시국 뒤에 숨은 병원 편의를 먼저 생각한 조치인 것 같았다.     

 

 더 웃긴 건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병원 1층 등으로 가서 코로나 검사를 하지 않은 다른 가족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게 뭐지? 코로나를 막을 의지나 있는 건가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해선 안 되지만 나는 분명히 정상이었기에 입원 첫날 검사를 통해 받은 바코드 찍고 그냥 입원실에 들어갔다.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까지 들어갔는데 목요일에 결국 걸렸고 쫓겨났다. 하! 잘못한 건 맞지만 상황이 곱게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그 와중에 2~3일 정도면 이런저런 검사를 통해 확인할 걸 다 하고 내가 쫓겨 난 목요일이면 퇴원을 할 줄 알았는데 입원이 연장됐다. 요로감염은 세균을 배양하면서 신장 부위를 초음파를 통해 중복 확인했지만 결과적으로 아니라고 판명이 났다. 그런데 열은 떨어지지 않고 동네 병원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렇다 할 특별한 역학적인 근거가 부족해 병명을 규명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진을 돌던 의사가 혹시 모르니 가와사키 병이 의심된다고 하여 심장 초음파까지 했지만 다행히도 아니었다. 그 이후론 우선 지켜보면서 열을 내리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열제와 세균을 때려잡기 위한 항생제를 계속 투여했다.     

 

 입원 이후부터 소변과 대변의 상태와 양을 기록하면 간호사가 추가적으로 확인을 했다. 대변의 상태가 입원 이틀째부터 묽어지더니 설사로 바뀌었다는 기록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는 장염이 아닐까 하는 의심으로 마무리가 됐다. 그렇다면 열이 정상 체온으로 돌아올 때까지 지속적으로 해열제를 먹으면서 항생제 투여 외에는 특별한 방법이 없는지 그 과정을 반복하면서 퇴원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이 부분도 조금 웃긴 게 이건가 싶어 이런 검사를 해 보고, 저건가 싶어 저런 검사를 해 보고, 아닌가? 뭐지 아! 그렇다면 장염일 것 같습니다 도 아니고 장염이 의심됩니다 는 말만 남기고 의사는 연휴라고 떠나 버렸다. 수학 문제 잘 못 푸는 학생이 이 방법, 저 방법으로 찔러보다 이건가 싶어 대충 푸는 모습과 너무 비슷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지만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졌다.      

 

 아이의 빠른 퇴원을 기도하는 마음으로 병원과 집을 왔다 갔다 하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아니고 시리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다. 아이가 퇴원하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만큼의 최대한으로 맛있는 걸 챙겨주고 아내와 나도 퇴원 축하파티를 하자하는 마음으로 시리얼만 먹었다. 혹여 내가 집에서 무언가 맛있는 걸 혼자 먹으면 괜히 부정 타 퇴원이 늦어질 것만 같은 유치한 마음이 앞섰다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 추석엔 호캉스지 !!! 20220909~0912     

 

 결국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날 넉넉히 사나흘 분량의 짐을 싸고 먹을거리 등을 사서 병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이 번엔 며칠간 함께 어쩌면 연휴 기간 내내 있을 수도 있기에 원칙대로 코로나 검사를 받고 들어가기로 했다. 여기서 다시 한번 ‘빡’이 쳤다. 검사 비용을 내는데 며칠 전(입원 결정 날)에 검사를 하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비급여로 보험 처리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나도 하기 싫다고요! 당신들이 하라면서! 보험처리도 안 되는 코로나 검사, 매일 하라면서! 접수하는 직원이 죄는 없으니 수납을 하고 다시 한번 코에 면봉을 꽂았다. 대학병원이라 그런가? 드럽게 깊게 꽂았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이 번에 처음 알았다. 4일 연휴 내내 병원은 휴원을 해 버렸다. 연휴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동네병원들도 그런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큰 대학병원이라 다 쉬는 건가 싶기도 하고 여하튼 입원 환자를 돌보는 인원과 응급실을 지키는 필수 인원을 제외하고는 다 쉬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당연히 일반 외래 환자들도 없었다. 그야말로 커다란 대학병원 건물이 텅텅 비어 있었다. 흡사 아포칼립스를 맞이한 대도시에서 좀비 등으로부터 피하기 위해 모두가 다른 곳으로 도망가 비어 있는 병원 건물에 숨어든 느낌이 들 정도였다.     

 

 

 본관 1층의 넓은 홀 의자에 벌렁 드러누워 보기도 했다. 코로나 검사 후 4~5시간을 기다려야 하는데 평소 같으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는 환자들로 득시글했을 1층 홀 의자에 누워 잘까 생각도 했다. 등받이가 없는 의자가 있었는데 3~4명이 앉을 수 있는 정도의 크기여서 작은 평상 같기도 했다. 그래도 이건 아닌가 싶어 뭐할까 병원 여기저기를 어슬렁어슬렁거렸다. 순간, 이 세상은 참 좋은 세상이지 하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차에서 영화를 보면 되겠구나! 의자를 최대한 눕히고 스마트 폰 거치대를 핸들에 부착하고 스마트 폰을 걸면 이거 뭐 그냥 딱 1인 영화관이었다.      

 

 간식을 조금 챙겨 먹으면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다. 아직 2시간 정도가 더 남았다. 몸을 풀기 위해 차에서 나와 병원 여기저기를 돌았다. 휑한 느낌이 물씬 났다. 좀비의 침입을 막기 위해 주변 경계가 잘 되어 있는지 확인해야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차로 돌아와 유튜브도 보고 게임도 하다 질리고 질려 잤다. 자는 동안 창문을 열어 두었는데 모기들이 신나게 공격을 했다. 자면서도 모기들의 공격은 잘 막아냈다. 한 두어 방 맞은 정도로 끝냈다. 근 밤 9시가 다 돼서 드디어 검사 결과가 문자로 왔다. 정상이었다. 당연하지! 아 짜증 나. 다시 입원실 출입 바코드를 받았다.     

 

 검사 결과가 나오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아내가 미리 내려와 있었다. 1층 접수하는 창구 앞에서 무슨 이산가족 만나듯이 만났다. 아프면 성숙한다고 아이는 그새 컸는지 전에는 쓰지 않던 마스크를 아무렇지 않게 쓰고 있었다. 대견하면서도 안쓰러웠다. 당당하게 바코드를 찍고 입원실에 들어갔다. 시간이 어느덧 밤 10시를 향해가고 있었기에 바로 잘 준비를 하고 집에는 없는 TV를 조금 보다 잤다.     

 

 물론 아이는 쉽게 잠들지 않았다. 집에서 몸 상태가 정상일 때도 아직 잠을 재우는 게 조금 힘들었다. 집보다 더 좁은 침대에서 열이 지속적으로 나는 상태였기에 잠을 재우는 게 결코 만만치 않았다. 더욱이 꽂고 있는 수액 줄에 의해 자유롭지 못한 아이는 많이 답답해했다. 성인이라면 수액 줄이 꽂혀 있는 상황의 불편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조심할 텐데 아이는 그런 걸 인지할 수가 없었다. 줄이 계속 꼬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강아지가 목에 줄이 묶여 있는 걸 생각지 않고 빙빙 돌다 줄이 꼬여 낑낑 거리는 모습과 같았다.     

 

 게다가 내가 평소에 이어폰 줄이나 전기 줄 같은 게 꼬이는 걸 못 보는 성격이다. 줄에 묶여 있는 강아지 같은 상황의 아이가 얼마나 답답할까 생각하는 것과 동시에 그걸 바라보는 내 마음도 너무 불편했다. 풀면 꼬이고 풀면 꼬이고 아이에게 조심하라고 할 수도 없고 물론 말이야 조심하라고 하지만 아직 그런 말을 이해하기엔 너무 어린아이였다. 그럼에도 시간은 흘렀고 아이는 피곤했는지 결국엔 잠들었다, 지속적으로 열을 확인하기 위해 밤낮없이 간호사는 들어왔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밤에는 잠든 아이가 깰까 봐 신경이 곤두섰다. 잠들긴 힘들었지만 잠들고 나면 평소와 다르게 아파서 그런지 다행히 잘 깨지 않았다.     

 

 자는 둥 마는 둥 밤을 보내고 아침이 되면 아이의 기저귀가 흥건했다. 수액을 맞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2~3배는 더 많은 소변을 보는 것 같았다. 밖으로 새어 나온 소변으로 젖은 환자복과 침대 시트를 갈아입히고 갈면서 아침을 시작했다. 아침을 먹이고 아무도 없는 커다란 병원 여기저기를 산책하고 돌아와 조침(?)을 조금 하고 나면 점심시간이 됐다. 점심을 먹이고 오침 후에 또 산책을 나갔다. 입원실이 답답하기에 아이가 계속 나가자고 하는 통에 입원실에 곱게 있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돌아오면 저녁 시간이 되고 저녁을 먹이고 다시 산책이다. 이 때는 재우면 안 된다. 그럼 정작 자야 될 밤 시간에 잠을 자지 않고 또 나가자고 한다. 그러니 잘 버티다 잠을 자야 할 시간에 재우면 된다. 물론 늘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럼 또 산책을 나가야 한다. 물론 역시 아무도 없는 커다란 병원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하는 게 산책의 전부다.     

 

 

 이런 일상이 연휴 기간 내내 반복됐다. 정말 사람 죽을 맛이었다. 의사는 연휴라고 보이지도 않고 하는 처방이라곤 지속적으로 체온 확인, 대소변 상태 확인, 해열제와 항생제 맞기 밖에 없었다. 아이는 그 와중에 다행히 열이 조금씩 내려가고 몸 상태가 올라왔다. 하루빨리 퇴원하고 싶어 간호사에게 물어보면 늘 같은 대답이었다. 선생님이 연휴라 안 계시니 응급실 당직 선생님에게 물어보겠다. 그리고 대답을 기다리면 항상 돌아오는 대답은 아직 조금 더 지켜보자였다. 확실히 하겠다는 건 알겠는데 연휴가 아니었고 정상적으로 의사가 매일 확인을 했다면 조금 더 나은 상황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계속 들었다. 연휴라고 쉬고 있는 의사를 나오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반복되는 대답이라도 답답한 마음 달래기 위해 계속 상황 변화에 대한 질문을 했다.      

 

 결국엔 연휴 마지막 날인 월요일에 지속적으로 열도 내려가고 몸 상태도 좋아지고 있으니 혈액 검사를 통해 염증 수치를 한 번 더 확인해 보자고 했다. 결과는 다행히 긍정적이었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연휴 끝나고 내일 선생님 나오시면 퇴원 여부 결정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대답을 겨우 들었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아내와 아이만 입원실에 있었을 때 혹시라도 나 혼자 맛있는 걸 먹으면 벌 받아 퇴원이 늦어질까 노심초사하면서 시리얼로만 연명했는데 이렇게 연휴 4일을 꽉 채웠다. 어이가 없었다. 어이야, 어디 갔니?     

 

 분위기 상 화요일이면 퇴원을 할 것 같았다. 그런데 100% 확신할 순 없었다. 그래서 연휴 마지막 날 밤에 아이가 잠들면 집에 갔다가 혹시 퇴원이 안 되면 추가적인 짐을 챙겨 오기로 했다. 아이가 잠들고 밤 12시가 넘어 집으로 갔다. 꿈인가 싶었다. 추석을 이렇게 보내다니! 아이가 아픈 것도 싫었고, 그 상황에 의해 병원에 꼼짝없이 갇혀 있던 것도 싫었다. 그리고 어마무시하게 불어난 병원비는 더 싫었다.     

 

 저기 정치하는 양반들 보세요. 의료 민영화는 절대 안 됩니다. 민영화가 되면 서민들은 죽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돈이 없어 병원에 못 가 정말 죽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제발 정치적 혹은 본인들의 기득권에 바탕을 둔 이익을 위한 의료 민영화, 제발 저울질하지 마세요. 다 죽ㅇ… 버리기 전에!     

 

 집에 돌아와 착잡한 마음을 다잡으며 제발 내일이라도 퇴원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잠을 잤다. 아침이 됐고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밝은 목소리다. 한 두어 가지 더 확인만 하면 퇴원을 할 수 있다는 소식이었다. 대상도 없는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 하는 기도를 했다. 얼마 뒤에 다시 전화가 왔다. 퇴원 결정이라는 기쁜 내용을 아내의 밝은 목소리를 통해 들었다. 바로 병원으로 갔다. 감옥 같은 병원에 조금이라도 아이와 아내를 두고 싶지 않았다.     

 

 아이가 열이 나기 시작한 시점부터 10.5일, 입원한 시점부터 7.5일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에 우리 가족의 즐거운 호캉스(hospital + vacance)는 막을 내렸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신난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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