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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22. 2022

클래식 왜 들어?

>클래식 왜 들어?


>>그냥 들어.


>뭐 알고 들어?


>>아니 그냥 들어.


>그런데 왜 들어?


>>음악이 나오고 귀가 열려 있으니 듣지.


>클래식을 주로 어떻게 들어?


>>차에서 라디오로 들어.


>클래식이 나오는 채널을 찾아 듣는 거야?


>>아니, 우연찮게 채널이 잡혔어.

왜 그럴 때 있잖아.

보통은 기존에 듣던 채널이

저장돼 잡히는데 

우연찮게 랜덤으로 잡히는 경우.

처음에 나도 그랬어.

그런 날이 있었는데 바빴는지

채널을 고쳐 잡지 않고 

그냥 주행을 한 거 같아.

바빠서 정신이 없어서 그랬을 건데 

우연찮게 잡힌 클래식 채널을 통해 

클래식을 들어서 그런 건지

바쁜 일이 해결이 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마음이 편안했어.

그 이후로 채널을 저장하고 

간간히 들어.


>그럼 어느 정도 들었으니 조금 알겠네.


>>아니, 잘 몰라.

라디오 통해 듣는 거니 

여느 라디오 프로처럼 DJ가 곡 소개를 해 주는데 

곡당 플레이 타임이 팝이나 가요보다 길어서

주행 중에 듣는 곡의 제목을 듣기도 힘들고

들어도 너무 길어서 잘 모르겠고

뭐 그래.


>그래도 뭐라도 좀 알고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 알아야 듣는 거 아니야?


>>글쎄, 그냥 음악인데 

음악을 뭘 꼭 알고 들어야 되나?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들린다고 

알면 좋겠지만 

말 그대로 운전하면서 그냥 듣는 거야.

무언가를 더 알아야 할 만큼의 

의지나 노력은 필요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

보통은 일반 가요나 팝을 들려주는 

채널의 프로를 듣는데 

가끔은 음악을 들으려는 라디오인데

DJ가 너무 말을 많이 하거나 

재미있는 채널을 만들겠다고 

여러 게스트 초대해

시끄럽게 떠들기만 한다거나 

하는 경우에 들어.


>그래도 꽤 오랜 시간 들었을 텐데 

아는 곡 있어?


>>아니, 없어 ㅋ

아! 하나 있다.

라디오를 통해 클래식을 들어서라기보다

아이에게 사준 사운드 북이 있는데 

각종 악기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이야.

악기 하나하나의 소리를 들려주고 

책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악기의 소리를 모아 

오케스트라가 완성돼 하나의 곡을 들려주는데 

그 곡이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이야.

이거 하나 알아.

아마 너도 알 걸. 워낙 유명한 곡이니까.

그거 말고 누구나 다 하는 

베토벤의 '운명',

비발디의 '사계'

뭐 이 정도인데 

이런 곡은 워낙 유명하니까 

다 아는 곡이잖아.

베토벤의 운명이란 곡의 제목이 

원래 제목이 아닌 별칭이란 것 정도?

그런데 이런 건 클래식 채널을 들어서 

아는 것보단 그냥 기존에 알던 

나름 상식이라면 상식이었던 거지 

클래식을 들으면서 알게 된 건 아니야.


>그래, 그럼 혹시 유식해 보이고 싶어 들어?


>>아니,

그리고 클래식 들으면 유식한 거야?

그럼 클래식 안 들으면 무식한 거고?

클래식을 듣고 안 듣고 가 왜 유식, 무식으로

연결되는 건지 모르겠는데

아마 곡이 길고 다소 복잡(?)하고 

제목도 어렵고 쉽게 접하는 게 아니라서 

들으면 유식하다고 하는 걸까?

뭐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수도 있겠네.

위에 이야기한 것들을 

나름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만한 노력이 필요하니까.

그런데 음악이잖아.

그냥 들으면 되지.

뭘 꼭 알아야 되나?

그리고 그거 조금 안다고 유식으로 연결하는 건

한 편으로 오히려 조금 무식한 거 같은데?


>그럼 가요나 팝은 안 들어?


>>아니 잘 듣지.

좋아하는 가수도 많고 음악도 많아.

아까도 대충 이야기한 거 같은데

보통은 가요나 팝을 들려주는 라디오를 들어.

그러다 가끔 클래식 채널을 듣는다니까.

가요나 팝 앞엔 보통 '대중'이란 단어가 붙지.

팝이란 단어는 단어 속에

아예 대중이란 뜻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보통 사람들은 

대중이란 단어가 들어가면 

뭔가 조금 낮은 수준의 문화라고 생각을 하는 거 같아.

그런데 우리가 듣는 클래식이라고 하는 음악도 

만들어진 당시에는 대중음악이었어.

당연히 지금도 대중음악이고.

물론 그때의 대중과 지금의 대중은 그 성격이 다르지만 

여하튼 클래식이나 지금의 가요, 팝이나 

모두 대중을 위한 음악이야.

그리고 소위 예술이라고 하는 것들이 

대중이 없으면 예술로서 의미가 있을까?

물론 그걸 표현하는 사람 스스로의 만족을 위한 

혹은 누군가 알아주든 그렇지 않든 

본인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일 수도 있겠지만

그 부분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조금 더 좋지 않을까?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철저하게 대중을 무시하고 

개인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음악을 만들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고 해도

누군가가 알아준다면 

더 기분이 좋을 거 같은데? 아니면 말고.

아니 최소한 싫어하진 않을 거 같은데.

물론 나를 알아주는 걸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개인을 위한 표현이 결국 대중의 선택을 받으면

본인이 원하든 그렇지 않든

그냥 알려지는 거잖아.

정말 대중이 알아주는 게 싫으면 

무언 갈 만들어서 혼자 보관하면 되겠지.


>아, 물어본 내가 죄다.


>>그래 그냥 듣는다니까. ㅋ

왜 자꾸 캐물어. ㅋ

아이가 가장 먼저 들은 클래식이 

아까 말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5번'인데

그 곡이나 라디오 듣다가 

한 번 신청해 보려고 해.

그런데 보통 주행을 하면서 듣다 보니 

신청을 할 수 있을까 싶어.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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