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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23. 2022

공부는 흥미? 재미?

공부를 흥미 있게 하길 바라지 마세요.

공부에서 재미를 찾길 바라지 마세요.


공부는 원래 

세상을 간접적으로나마

배울 수 있는 도구입니다.


다만 그 의미가 변질되고 주객이 전도돼

세상을 배우는 수단으로써의 공부가 아닌

공부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

그러니까 필요악이 돼 버린

지금의 상황이 문제긴 합니다.


국영수사과를 통해

이 세상 사람들은 어떤 말과 글을 쓰고

또한 이 세상은 어떻게 생겨 먹었고

어떤 일들이 있는지 등을

알아가는 게 주목적이었을 텐데

이왕 알아가는 거, 그걸 바탕으로

경쟁을 시켜 보다 효율적인 인간을 만들어 써먹자!

해서 여기까지 온 걸 겁니다.


경쟁이라는 개념이 끼어든다는 건

모두가 함께 모든 걸 동등하게

누릴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니 치열해질 수밖에 없고

이 지점에서 재미는 안드로메다를 향해

광속으로 날아가 버립니다.


원래 목적인 세상을 알아가는 도구로

제대로 활용했다면

국어책 속의 문학작품에 빠져 들고,

영어책 속에서 다른 나라의

신기하고 재미있는 문화를 보게 되고,

수학책 속에서

복잡 다단한 그래서 모든 것이 불규칙하고

혼란스러워 보이는 이 세상을

간결하고 깔끔한 수식으로 정리하는

아름다움을 볼 것이며,

사회책 속에서 우리 인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과학책 속에서 우리 인간이

자연을 어떻게 이해해 왔는지 등을

확인하고 배울 수 있었을 겁니다.


이렇게 공부를 했다면

공부는 말 그대로 재미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한정적인 재화를

나눠 먹기 위해

아니 정확히는 내가 더 먹기 위해

경쟁을 할 수밖에 없으니

이렇게 된 지금의 상황도

나름 이해가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싫어하는 수학 수업 시간에

시간의 제약이라든가 시험 등을 고려치 않고

삼각형의 넓이 구하는 공식이

왜 '밑변 × 높이 ÷ 2' 인지

탐구해 보자고 모둠을 짜서

이 주제 하나만 가지고 한 달 내내

아이들에게 마음껏 토의해 보라고 하면

아마 재미있게 할 겁니다.


그 과정 속에서 웃고 떠들고 때론 싸우고

틀려도 좋으니

한 달 뒤에 어떠한 형태로든 결과를 내고

그때 가서 선생님이 설명을 한다면

분명히 지금보단 재미있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적인'이라는 아주 좋은 핑계로

우린 그럴 수 없고, 그렇게 하지도 않을 겁니다.


재미를 잃은, 죽어버린 공부를 하는 아이들에게

내가 하는 것도 아니면서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찾아보라는

말만큼 공허한 게 또 없을 겁니다.


물론 이런 상황 속에서도

아이들이 어떻게든 흥미를 느끼고 재미를 찾을 수 있게

애를 쓰시는 선생님, 부모님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존경스러울 정도입니다.

언 발에 오줌 누기 같은 상황인데

뭐라도 해 보겠다는, 해 주겠다는

정말 단어 그대로의 불굴의 의지는

분명히 높게 사는 바입니다.


지만 분명히 한계가 있습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배워야 될 양과 수준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고등학생들에게 '솔'톤으로

'여러분 우리 오늘 미적분의 세계를 탐험해 봐요.

선생님이 재미있는 교구를 가져왔으니

조를 짜서 재미있게 만들고 가지고 놀아 봐요.

그 과정 속에서 미적분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호호호호호 호호호호...'

이럴 순 없을 겁니다.


배우는 내용이 상대적으로 쉽고

그 양이 얼마 안 되는 어린 시절에

조금이라도 재미있는 방법을 찾아

제시해 주는 과정을 통해

앞으로 학년이 올라가고 배우는 내용이 많아져도

어릴 때 나름 재미있는 방법을 통해

근했을 때의 즐거운 기억만이라도 끄집어 내

적용해 주길 바랄 수 있지만

이 역시 한계는 있을 겁니다.


왜?! 학년이 올라 갈수록

배워야 될 내용이 많아져도

너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공부는 그냥 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밥 먹고 양치하고

화장하고 옷 입고 나가는 것처럼

해야 되니까 그냥 하는 겁니다.


아침에 일어나 나가는 지극히 평범한 과정을

보통은 재미를 찾아가며 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하는 거지요.

어쩌면 잠이 덜 깬 상태에서

몸이 익힌 대로 나도 모르게 움직이는 겁니다.


공부도 그냥 그렇게 하는 겁니다.

재미가 없는데

이미 벌써 재미라는 건

안드로메다로 날아가 버렸는데

있지도 않는 재미를 자꾸 찾으라 하니

아이들도 죽을 맛일 겁니다.


오해를 할 수도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아무리 생각해도 재미가 없는데

왜 자꾸 재미를 찾으라고 하지?

내가 못 찾는 건가?

공부의 재미를 찾을 수 없으니

그럼 난 공부엔 재능이 없는 거 겠구나!

이렇게 연결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인적인 견해로는

공부도 분명히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재능이란 게 존재하겠지만

일정 수준까지는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옛말이

가장 적절하게 들어맞는 게 바로 공부입니다.


재미를 찾고

기가 막힌 학습 방법을 배우는 게 아니라

그저 매일 조금씩 지루하지만

꾸준히만 해 내면

공부만큼 그에 합당하게

정직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그냥 할 수 있게 옆에 서 있어 주세요.

안아줄 수 있는 가슴을 열어 두시고,

기댈 쉴 수 있는 어깨와 등을 세워 주세요.


선생님, 파이팅!

엄마, 아빠 파이팅!

그리고 이 땅에 공부하는

소중한 모든 학생들, 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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