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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17. 2022

낡은? 늙은? 청주 동물원

2022년 10월 22일

 모든 부모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럴 것이다. 특히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주말을 어떻게 보내야 할까 가 지상 최대의 과제까지는 아니어도 그에 준하는 고민거리인 것만큼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지난 주말에 규모도 있고 관리도 잘 되는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을이라는 계절에 걸맞은 ‘화담 숲’에 다녀왔다. 괜찮은 곳을 가면 이동하는 시간이 걸리고 돈을 생각보다 쓴다 할지라도 긍정적인 기회비용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라면 아까운 시간을 쓴 거고 피 같은 돈을 버린 경우가 된다. 이런 지점을 해결하기 위해 늘 어디를 갈까에 대한 가성비의 문제를 풀게 된다.



 이번 주의 정답은 바로 ‘청주 동물원’이다. 이전부터 가고자 하는 목록에 있던 장소였다. 다만 상황과 우선순위 혹은 해당 주말의 기분에 따라 밀리고 밀린 장소다. 청주에 있는 곳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가볍게 갈 수 있어서 더 뒤로 밀린 감도 없지 않아 있다. 솔직히 개인적으론 가까운 곳이지만 그 정도의 노력이라도 들여 갈 만한 곳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에 반해 아내는 보육교사 출신이라 아이들과 갈만한 곳이라면 본인 의지와 상관없이 나보다 더 많이 다녀 본 경험이 있다. 그런 아내의 추천이라면 추천으로 청주 동물원도 영 갈 곳이 없다면 가야 되는 목록에 있었을 뿐이다.(동물원이라면 모름지기 판다를 볼 수 있는 ‘에버랜드’를 최고로 생각한다.)



 더 찾아보면 갈만한 곳이 있겠지만 마땅히 떠오르는 곳도 없고 판다는 몰라도 호랑이는 볼 수 있다고 해서 가기로 했다. 내가 또 잘 생기고 위엄 있고 품격 있는 호랭이를 좋아한다. 어흥! 어쩜 그리 잘 생기고 멋있는지 모르겠다. 준비할 게 정말 없는 나들이다. 1~2시간은 우습게 차를 끌고 여기저기 다니는 우리 가족에게 20분 남짓한 거리는 동네 산책 수준이다. 몸도 마음도 짐도 가볍게 챙기고 집을 나서 외곽도로를 타고 20여 분만에 도착했다. 도착하고 보니 전에 아내랑 와 봤던 곳이다. 그만큼 인상적이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청주 동물원은 ‘청주랜드 관리 사업소(이하 청주랜드)’에 묶여 있는 곳이다. 청주랜드는 동물원뿐만 아니라 어린이 회관, 어린이 체험관, 천문관과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공간 등을 갖추고 있다. 하나의 단지처럼 옹기종기 모여 있다.(https://www.cheongju.go.kr/land/index.do) 시설 규모나 수준은 솔직히 조금 허접하다. 내가 나고 자란 사랑해마지 않는 청주라는 도시에 정말 미안하지만 허접하다. 어찌 보면 청주라는 도시 규모에 걸맞은 수준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인구가 90만에 육박하는 나름 유서 깊은 대도시인데 이 정도밖에 안 되나 하는 아쉬움도 동시에 들었다.



 청주랜드를 전체적으로 다 돌아본 건 아니기에 잘 모르고 하는 소리일 수도 있는데 전반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건 사실이다. 연혁을 살펴보니 동물원은 1997년 7월에 개관을 했다. 25년 정도라는 시간이 지났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일 수 있는데 실제 가서 봤을 땐 25년밖에 안 됐는데 이렇게 낡았나 하는 의구심보다는 아쉬움이 앞섰다. 물론 최근에 새로 만들어진 우리인지 입장하자마자 수달이 예상되는 그 ‘깨발랄함’으로 반갑게 맞이해 주는 모습을 통해 보완과 개선을 해 나가고는 있구나 하는 최소한의 긍정적인 반가움이 들기도 했다.



 조금 더 들어가 보니 지역의 다른 기관과 연계해 책 읽는 행사도 진행하고 있었고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만들기도 한창 진행 중이었다. 직접적으로 참여는 안 했지만 느껴지는 생동감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동물원을 돌다 보니 마침 행사가 조금 겹쳤는지 동물원 음악회 컨셉으로 공연 준비를 하고 있는 걸 보기도 했다. 시간이 맞지 않아 공연을 보질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입구로 나오는 길에 음악회를 하기 위한 연주자들이 악기를 바리바리 들고 동물원 카트를 타고 가는 걸 봤다.



 무엇보다도 멋진 호랑이를 봐서 나름 만족했고 생각지도 않았던 깨발랄 수달을 봐서 의외의 소득이 있었다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부족하고 낡았지만 무언가 행사가 계속 진행 중이라는 부분을 통해 청주시민으로서 동물원이 조금이나마 시민들과 호흡을 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확인한 시간이기도 했다. 이왕 걱정한 거 조금 더 해 보면 입장료가 저렴해도 너무 저렴하다. 성인 기준 천 원이다. 성인가족 4인 기준이라고 해 봐야 4천 원인데 너무 저렴한 비교 일지 모르지만 이 돈 내고 호랑이를 본다는 건 예의가 아닌 거 같다.


 시에서 운영하는 곳이기 때문에 세금이 들어가겠지만 더해서 조금 더 나은 환경(갇혀 있는 동물들을 위해서라도)과 볼거리 등이 제공된다면 내 마음대로 정해서 5천 원 까지는 충분히 낼 수 있을 것 같다. 그 이상이면 대전 동물원(대전 오월드)을 가는 게 맞고 또 그 이상이면 사랑하는 판다를 볼 수 있는 에버랜드를 가는 게 맞기 때문에 5천 원 이상은 안 된다. 그럼에도 정말 동물원 환경 개선에 모든 걸 쏟아붓는다는 확실하고도 확실한 전제가 깔린다면 청주에 살아갈 다음 세대를 위해서 맥시멈 만 원까지는 낼 의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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