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어느 날

10년 전 모월 모일 바리스타로서의 하루

by 이야기하는 늑대

평일이다.

가게가 한가하다.

한가하다.

커피 공부도 하고

관련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뒤져 보기도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커피도 만들어 보고 마셔도 보고

하고

하고

하고

할 만큼 하고 나면

졸리다.

...

손님이 온다.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다.

주문을 한다.

메뉴를 만든다.

메뉴를 제공한다.

고맙다.

그 고마운 생각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제공한다.

손님이 고마워한다.

연신 고맙다 한다.

하지만 내가 더 고맙다.

찾아와 줘서 고맙다.

손님이 간다.

고맙다며 다음에 또 온단다.

내가 정말 더 고맙다.

그렇게 서로 웃으며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주말이다.

바쁘다.

늘 그렇다.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

기도한다.

제발 몰리지 말라고

제발

제발

그런데 공염불이 된다.

여지없이 몰린다.

힘들다.

그래도 받아 내야 한다.

가게를 믿고 나를 믿고 찾아와 준 사람들이다.

정신이 없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서비스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밀려드는 주문만 해 내면 다행이다.

그때다.

평일에 이거 저거 챙겨 준

그래서 너무 고마워했던

실은 내가 더 고마운데

여하튼

그 단골이 온다.

미치겠다.

오늘은 뭘 못 해준다.

단골도 이해한다.

사람이 많으니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다.

이해하면서도 서운해한다.

그게 사람 마음이다.

여차 저차 겨우 겨우 메뉴를 제공한다.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부지런히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빨리 끝내고 서비스 챙겨드려야지

그 생각밖에 없다.

서비스를 먼저 챙기면 좋겠지만

그럼 실질적인 주문을 해 낼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설거지 거리도 산처럼 쌓인다.

해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설거지가 끝남과 동시에

난 서비스를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이어한다.

이 두 가지 생각밖에 없다.

그 찰나

그 순간

단골이 메뉴만 달랑 마시고 나간다.

서운해할 텐데

공허하지만

한마디 던진다.

서비스 좀 챙겨 드려야 되는데...

단골이 웃는다.

그냥 웃는다.

웃지만 서운해하는 감이 있다.

바쁜데

그래서 못 챙기는 건데 이해 좀 해 주지...

내가 더 서운해지면서 미안하다.

이러리 저러니 해도

날 믿고 찾아와 준 단골이다.

상황이 어찌 됐든 챙겨주고 싶은데

몸이 한 개라

안 된다.

미안하다.

답답하다.

평일을 기다린다.

평일에 그 단골이 오길 기대한다.

온다면

가게를 뒤집어엎어서라도 서비스를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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