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모월 모일 바리스타로서의 하루
평일이다.
가게가 한가하다.
한가하다.
커피 공부도 하고
관련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뒤져 보기도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커피도 만들어 보고 마셔도 보고
하고
하고
하고
할 만큼 하고 나면
졸리다.
...
손님이 온다.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다.
주문을 한다.
메뉴를 만든다.
메뉴를 제공한다.
고맙다.
그 고마운 생각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제공한다.
손님이 고마워한다.
연신 고맙다 한다.
하지만 내가 더 고맙다.
찾아와 줘서 고맙다.
손님이 간다.
고맙다며 다음에 또 온단다.
내가 정말 더 고맙다.
그렇게 서로 웃으며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주말이다.
헉
바쁘다.
늘 그렇다.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
기도한다.
제발 몰리지 말라고
제발
제발
그런데 공염불이 된다.
여지없이 몰린다.
힘들다.
그래도 받아 내야 한다.
가게를 믿고 나를 믿고 찾아와 준 사람들이다.
정신이 없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서비스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밀려드는 주문만 해 내면 다행이다.
그때다.
평일에 이거 저거 챙겨 준
그래서 너무 고마워했던
실은 내가 더 고마운데
여하튼
그 단골이 온다.
미치겠다.
오늘은 뭘 못 해준다.
단골도 이해한다.
사람이 많으니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다.
이해하면서도 서운해한다.
그게 사람 마음이다.
여차 저차 겨우 겨우 메뉴를 제공한다.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부지런히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빨리 끝내고 서비스 챙겨드려야지
그 생각밖에 없다.
서비스를 먼저 챙기면 좋겠지만
그럼 실질적인 주문을 해 낼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설거지 거리도 산처럼 쌓인다.
해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설거지가 끝남과 동시에
난 서비스를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이어한다.
이 두 가지 생각밖에 없다.
그 찰나
그 순간
단골이 메뉴만 달랑 마시고 나간다.
아
아
서운해할 텐데
공허하지만
한마디 던진다.
서비스 좀 챙겨 드려야 되는데...
단골이 웃는다.
그냥 웃는다.
웃지만 서운해하는 감이 있다.
바쁜데
그래서 못 챙기는 건데 이해 좀 해 주지...
내가 더 서운해지면서 미안하다.
이러리 저러니 해도
날 믿고 찾아와 준 단골이다.
상황이 어찌 됐든 챙겨주고 싶은데
몸이 한 개라
안 된다.
미안하다.
답답하다.
평일을 기다린다.
평일에 그 단골이 오길 기대한다.
온다면
가게를 뒤집어엎어서라도 서비스를 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