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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17. 2022

2012년 어느 날

10년 전 모월 모일 바리스타로서의 하루

평일이다. 

가게가 한가하다.

한가하다.

커피 공부도 하고

관련 내용을 인터넷을 통해 뒤져 보기도 한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커피도 만들어 보고 마셔도 보고

하고

하고

하고

할 만큼 하고 나면

졸리다.

...

손님이 온다.

반갑다.

그리고 고맙다.

고맙다.

주문을 한다.

메뉴를 만든다.

메뉴를 제공한다.

고맙다.

그 고마운 생각에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는 다 제공한다.

손님이 고마워한다.

연신 고맙다 한다.

하지만 내가 더 고맙다.

찾아와 줘서 고맙다.

손님이 간다.

고맙다며 다음에 또 온단다.

내가 정말 더 고맙다.

그렇게 서로 웃으며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주말이다.

바쁘다.

늘 그렇다.

점심을 조금 지난 시간

기도한다.

제발 몰리지 말라고

제발

제발

그런데 공염불이 된다.

여지없이 몰린다.

힘들다.

그래도 받아 내야 한다.

가게를 믿고 나를 믿고 찾아와 준 사람들이다.

정신이 없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인사도 제대로 못한다.

서비스는 언감생심

엄두도 못 낸다.

밀려드는 주문만 해 내면 다행이다.

그때다.

평일에 이거 저거 챙겨 준

그래서 너무 고마워했던

실은 내가 더 고마운데

여하튼

그 단골이 온다.

미치겠다.

오늘은 뭘 못 해준다.

단골도 이해한다.

사람이 많으니

그래도 사람 마음이란 게 간사하다.

이해하면서도 서운해한다.

그게 사람 마음이다.

여차 저차 겨우 겨우 메뉴를 제공한다.

한숨을 돌린다.

그리고 부지런히 설거지를 한다.

설거지를 하면서 생각한다.

빨리 끝내고 서비스 챙겨드려야지

그 생각밖에 없다.

서비스를 먼저 챙기면 좋겠지만

그럼 실질적인 주문을 해 낼 시간적 여유가 없어진다.

설거지 거리도 산처럼 쌓인다.

해서 일단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 하는 생각을 한다.

물론 이 설거지가 끝남과 동시에

난 서비스를 준비해야겠단 생각을 이어한다.

이 두 가지 생각밖에 없다.

그 찰나

그 순간

단골이 메뉴만 달랑 마시고 나간다.

서운해할 텐데

공허하지만

한마디 던진다.

서비스 좀 챙겨 드려야 되는데...

단골이 웃는다.

그냥 웃는다.

웃지만 서운해하는 감이 있다.

바쁜데

그래서 못 챙기는 건데 이해 좀 해 주지...

내가 더 서운해지면서 미안하다.

이러리 저러니 해도

날 믿고 찾아와 준 단골이다.

상황이 어찌 됐든 챙겨주고 싶은데

몸이 한 개라

안 된다.

미안하다.

답답하다.

평일을 기다린다.

평일에  그 단골이 오길 기대한다.

온다면

가게를 뒤집어엎어서라도 서비스를 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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