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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24. 2022

다음, 메인, 브런치, 김밥? 1

며칠 전에 브런치의 조회수가 폭증을 하는 알람이 떴다. 어라! 뭐지? 다음 메인에 걸리기라도 했나? 다음에 접속해 내 글을 찾았다. 보이질 않았다. 그 전엔 다른 작가들이 다음 메인에 노출됐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도대체 다음의 어디에 노출이 된다는 건가 싶었다. 지금은 노출된 일부 작가들의 스샷을 통해 주로 홈&쿠킹이라는 카테고리에 노출이 되는 걸 알고 있다. 찾아봤지만 없었다. 실시간으로 그리고 보는 사람의 화면에 따라 노출 여부가 달라지는 것도 나름 알고 있었기에 당장은 확인이 안 되지만 노출이 된 것 같았다.

조회 수가 대단하지는 않았다. 1000건 정도였다. 추가적으로 더 조회가 돼 조금 더 올랐지만 당일 2천 건이 되지는 않았다. 확인을 해 보니 처음 노출이 된 날부터 3일간 마저 노출이 됐는지 다해서 2천 건이 조금 넘었다. 상대적인 수치라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수치도 아니다. 몇 만, 몇십만으로 폭증하는 내용을 담은 글도 브런치에서 많이 봤기 때문에 그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그럼에도 몇 천 건이건 몇 만 건이건 조회 수가 폭증을 했다는 부분 자체가 의미가 있다.

사실 공교롭게도 최근에 다시 한번 고민까지는 아니고 생각을 조금 해 보던 차였다. 브런치 메인엔 그냥저냥 잊을 만하면 노출이 되는데 다음엔 왜 노출이 안 되지? 어떤 글들이 노출이 되는 걸까? 등의 보통의 브런치 작가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할 법한 생각을 곰곰이 하던 차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벌어진 일이다.

브런치를 시작한 지 1년 하고 6개월 정도가 지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는지 그 이유에 대한 기억도 흐릿하다. 간단하게 이야기하자면 소위 슬럼프에 빠지면서 그 부분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나를 알아보자, 내가 누구인지 알면 뭐라도 할 수 있겠지?! 이런 생각으로 글을 쓰게 된 건데 왜 하필이면 다른 다양한 방법이 있었을 텐데 굳이 글을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건지 지금은 사실 명확한 이유를 잘 모르겠다.

뭐 어찌 됐든 상관없다. 중요한 건 지금은 글을 쓰고 있으니… 이런 일련의 행위가 앞으로 내 미래에 어떤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줄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냥 글이 쓰고 싶어서 쓰는 중이다. 다시 다음 메인 노출로 돌아와서 글을 잘 쓰면 노출이 되겠지 하는 생각이 가장 합리적인 다음 메인 노출 방법일 것이다. 이 전에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만들어 낸 브런치 북 하나가 역시 조회 수가 폭증을 한 적이 한 번 있긴 있었다. 당시에 한 보름간 하루에 적게는 150여 건, 많게는 500여 건까지 조회가 지속적으로 됐었다.

즉, 이 번이 브런치 생활(?)을 하면서 조회 수가 폭증한 두 번째 경우인 셈이다. 그리고 아마도 다음 메인 노출은 처음인 것 같다. 조금 뒤에 아내가 다음 메인에서 내 글을 봤다면서 스샷을 보내줬다. 당사자보다 아내가 먼저 우연찮게 다음 노출을 확인한 격이다. 이후에 나 역시 노출된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 그렇다면 두 번의 경우, 글 꼭지로 본다면 브런치 북은 14 꼭지이며 이번 글까지 포함하면 15 꼭지가 된다. 과연 이 15 꼭지의 글을 잘 썼다고 할 수 있을까? 내 글이지만 내 글이니까 냉정하게 평가해 본다면 그냥 그렇다. 무슨 내용인 줄은 알겠는데 그렇다고 흡인력이 대단한 그런 글은 분명히 아니다. 그리고 동시에 다음 메인에 노출되는 다른 글을 읽어 봐도 그냥 그런 글들, 그러니까 앞에서 이야기한 무슨 이야기인 줄은 알겠는데 그냥 우리 한글로 표현돼 있으니 읽는 정도의 글도 상당수다.

브런치 메인 글은 더한 경우도 많다. 이런 글이 메인에 올라온다고? 이런 느낌을 받은 글들도 많았다. 글이 꼭 길어야 할 필요는 없지만 그 부분을 감안해도 너무 짧거나(시는 제외) 이야기를 전개하다 말거나 급하게 끝내거나 심지어는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야(내 이해력이 딸리는 부분이라면 할 말은 없다.)싶은 글도 상당히 많이 봤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아마 잘 읽히는 글일 것이다. 좋은 내용을 담는 것이 최우선이겠지만 전달이 잘 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할지라도 전달이 잘 안 된다면 개인적으로 좋은 글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이렇게 예를 들면 이해가 조금 더 수긍이 될까 싶다. 교수라고 하는 사람은 본인의 학문 혹은 연구 분야를 가장 잘 그리고 많이 아는 사람이다. 그런데 그렇게 똑똑한 교수들 중에 강의를 듣다 보면 도대체 저 양반이 뭐라고 하는 건지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교수들이 있다. 딱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충분히 이해가 될 것이다.

소재도 중요할 것이다. 브런치와 다음 메인에 올라오는 주요 글들의 소재를 보면 소재의 중요성이 나름 입증된다. 물론 브런치와 다음 메인의 노출이 좋은 글의 척도라고 할 수는 없다. 브런치에서 활동하는 작가들과 브런치 그리고 다음이라는 환경 아래라고 하는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진행하고 있음을 이해해주길 바란다. 브런치나 다음 메인에 걸리는 글들의 소재는 어떻게 보면 상당히 뻔하다. 퇴사, 직장생활, 가족(특히 시부모 이야기), 육아, 글쓰기 자체에 대한 이야기, 음식, 결혼, 이혼, 여행 등등등 그리고 김밥, 김밥, 김밥 이야기다.

그럼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든다. 메인에 걸린다는 건 나름 읽어 볼만한(관점을 틀면 잘 읽히는 혹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글이라는 소린데 그걸 누가 선정하는 거지? 아마도 거의 확실히 요즘 아주 그냥 핫한 녀석인 AI일 것이다. 브런치 작가가 몇 명이며 하루에 올라오는 글이 몇 편인데 그걸 브런치 팀의 에디터 아니 전원이 달라붙어도 다 읽고 선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분명히 거의 확실히 AI가 선정할 것이다.

세상이 좋아져서 얼마든지 AI가 많은 글을 빠르게 읽고 그중에 좋은 글을 걸러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미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이 해 오던 일을 기계와 프로그램들이 대신하는 세상이다. 그리고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소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단어들의 조합으로 문장이 완성되고 문장들이 모여 문단이 되고 문단이 모여 유기적인 글이 되는데 그 글을 읽는 방법이 사람과 AI는 사뭇 다를 거 같다. 이 부분에서 어쩌면 이 글의 신뢰가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왜냐하면 AI가 어떠한 방식으로 글을 읽는지 그 메커니즘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명백하게 틀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거 떠들어 보려 한다. AI가 아니니까 나는 인간이니까 실수인 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앞으로 나가 보려 한다.

우리 사람은 글을 읽을 때 보통은 첫 글자부터 끝 글자까지 순서대로 읽으면서 내용을 연결해가며 이해한다. 그에 반해 AI는 우선 글 전체의 모든 단어를 먼저 볼 것 같다. 분석하는 글 속에 어떤 단어가 있는지 그중에 가장 많은 단어는 무엇인지 긍정적인 단어가 많은지 부정적인 단어가 많은지 사람은 할 수 없지만 AI는 빠른 전산처리능력으로 충분히 그렇게 글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단어들이 잘 연결됐는지 확인을 할 것 같다. 결과적으론 같은 글을 보고 비슷한 이해와 결론에 도달하겠지만 첫 글자부터 순차적으로 읽은 사람과 글 전체의 단어를 한 번에 털어 보고 한 번에 연결한 AI가 내리는 좋은 글이다 아니다 의 판단은 조금 다를 것 같다. 이런 차이로 어? 이런 글도 메인에 올라온다고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 같다.(이런 의구심엔 내 글도 당연하고 당연하게도 포함된다.)

다시 브런치를 보자. 어떤 대상을 잘 이해하려면 그 대상의 시작이 어떠했는지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어딘가에서 봤는데 브런치에서 추구하는 바가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왜 브런치가 그렇게 김밥 이야기를 좋아하는지… 김밥은 지극히 평범한 일상에 나름의 일탈과 활력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그런 요소가 어디 김밥만 있겠냐만은 개인적으로 어린 시절을 생각해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지금은 김밥을 파는 천국이 많아서 김밥에 대한 특별한 느낌이 조금 퇴색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내가 어린 시절에 김밥은 특별했다. 운동회, 체육대회 그리고 특히 소풍을 갈 때 반드시 김밥을 쌌다. 당시에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김밥을 사지 않고 부모들이 직접 싸 줬다.(참고로 난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도시락을 싸간 세대다. 나에게 급식이란 군 시절의 급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군대니까 배식이 정확한 표현이긴 하다.)

지금은 김밥을 싸는 경우가 드물지만 그럼에도 김밥을 보면 특히 집에서 직접 싼 김밥을 볼라치면 어린 시절의 여러 기억들이 뭉근하게 소환된다. 분명히 김밥은 평범한 일상 속에 특별함을 주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다른 것들도 찾아보면 있겠지만 김밥만큼 대중적이면서 상징적인 음식이 있을까 싶다. 그렇다면 브런치가 추구하는 바와 정확히 일치하는 소재다. ‘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일상은 누가 뭐래도 김밥 싸기로 완성되지!’ 하는 브런치 팀의 에디터들의 의지가 AI에 반영이 된 게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을 해 본다. 오죽하면 브런치 작가들끼리 농담 삼아 시부모와 김밥을 싼 이야기를 쓰면 메인에 걸린다고 우스개 소리를 할 정도다.

2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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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온 날과 살고 있는 날 그리고 살아 갈 날을 글로 이야기해 보고 싶은 작가지망생입니다. 나를 알고 찾아 가는 과정을 글로 풀어 내어 세상에 제대로 된 쓰임을 찾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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