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메인, 브런치, 김밥? 2
다음 메인에 어떻게 하면 노출이 될까 하는 고민을 할 때 그럼 나도 김밥을 싼 글을 써 볼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하지만 쓰지 않았다. 아무나 쓴다고 다 메인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걸린 분들의 글은 관점의 차이는 있겠지만 분명히 어느 정도는 잘 쓴 글일 것이다.) 마음에도 없는 글을 써 보겠다고 귀찮아 죽는 김밥을 싸는 건 더더욱 싫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글을 쓰는 건 무엇이며 브런치나 다음 메인에 걸리는 건 무슨 의미일까? 메인에 많이 걸려 본 것도 아니고 걸린 글들의 조회 수도 어마 무시하게 많지도 않다. 그런 내가 이런 의문을 갖는 게 조금 우습긴 하지만 모든 건 상대적이니까 나름대로 생각을 해 봤다. 메인에 걸렸다. 조회 수가 높게 나왔다. 주변에 알렸다. 축하를 받았다. 그리고 음… 끝. 뭐가 없었다. 뭘 바란 것도 아닌데 뭘 바란 것처럼 허무하게도 뭐가 없었다. 뭐가 없을 거라고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막상 뭐가 없음을 확인하자 조금은 당황스러운 것도 아니고 황당한 것도 아니며 아쉽거나 안타까운 것도 아니고 찝찝한 것도 아닌 그렇다고 씁쓸한 거라고 할 수도 없는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생각 해보니 그냥 별스럽지 않았다.
바랐지만 그래서 간혹 잊을 만하면 메인에 내 글이 올라왔나 들춰 봤지만 막상 올라오니 딱히 달라진 게 없다. 물론 어떤 이유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도 희미한 지금, 언제까지 글을 쓸지도 모르는 지금 스스로에 대한 자존감과 뿌듯함은 나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이 됐건 프로그램이 됐건 여하튼 뭐가 나를 어느 정도 인정은 해 주는 구나하는 정도의 느낌이라고 하면 정확할 것 같다.
브런치에서 이런 글들도 간간히 본 기억이 있다. 책을 내면 삶이 많이 달라질 것 같았지만 딱히 그렇지 않다 뭐 이런 이야기다. 그래! 하물며 책을 내도 딱히 달라지는 게 없는데 한 두 꼭지의 글이 글을 같이 쓰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 노출됐다고 뭐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든다. 브런치와 다음 메인에 많이 노출되면 책을 내보자는 제안을 많이 받을 수 있나? 그렇다면 조금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과연 그럴까 싶은 생각이 앞선다. 그렇게 제안을 받으려면 일단 한 두 번 노출돼선 안 될 것 같다. 주기적으로 까진 아니더라도 나름 꾸준히 노출이 되어야 할 거 같은데 그런 재주도 없을뿐더러 설령 그렇게 노출된다고 책을 내자는 제안이 올까 싶은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든다.
출판사 직원들이 한가한 사람들이 아닐 텐데 다음 그중에서도 메인 카테고리에서 밀려 있는 그러니까 브런치 글이 자주 올라오는 홈&쿠킹을 자주 보지도 않을 것 같다. 브런치 메인은 나름대로 글을 쓰고자 하는 전문, 비전문 작가들이 활동하는 영역이라 출판사에서 눈여겨볼 수도 있겠지만 그 역시 1년에 한 두어 번 있는 공모전 때 모아서 확인하면 될 일이니 어쩌면 누군가에게는 일상처럼 벌어지는 브런치나 다음 메인에 걸리는 일이 결과적으로 출판사의 직접적인 제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정리를 해 보자. 이 상황의 처음, 그러니까 내가 왜 감히 작가가 되겠다고 다짐을 했는지. 그전에 작가란 무엇인지 한 번 생각해 보자. 작가作家는 무언 갈 만들어 내는 사람이다. 보다 정확히 사전적 의미는 다음과 같다. ‘문학 작품이나 그림, 조각 따위의 예술품을 창작하는 일에 종사하는 사람’ 여기에선 문학작품 그러니까 글 쓰는 사람으로 한정해 보겠다.
글이라는 걸 쓰기 이전에 아니 전혀 관심이 없을 때 내가 생각하는 작가는 누구나 알만한 책을 쓰고 파는 사람이었다. 다시 말해 팔릴만한 대중들에게 읽힐만한 글이나 책을 쓰는 사람이었다. 어떠한 재능을 그게 천부적이든 후천적인 노력에 의해서든 돈을 받고 판다면 ‘프로’라고 할 수 있다. 조금 더 분야에 걸맞게 전문적으로 이야기하면 문학계에 등단한 사람을(사람만) 작가로 인식했다. 나 역시 아무것도 모르면서 처음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막연하게 언제쯤엔 등단을 해서 팔릴 만한 책을 내자 뭐 이런 가당치도 않은 목표를 세웠었다.
하지만 지금은 포기했다. 등단이니 팔릴만한 책이니 조금 더 거창하게는 베스트셀러 작가니 이딴 걸 포기했다. 그럼에도 글은 계속 쓰려고 한다. 나를 알고 싶기도 하고, 내 삶을 기록하고 싶기도 하다. 특히 최근에 어쩌다 보니 주말에 아이를 위해 아내와 여기저기 다니는데 그 내용을 많이 썼다. 처음엔 하나의 글감으로 생각해 한 두어 번만 쓰려했는데 누군가의 ‘나중에 딸아이 보여 주면 좋아하겠어요.’라는 댓글 하나에 정신이 번쩍 뜨였다. ‘그래 책을 내서 의미 있게 팔아먹는 작가가 되지 못해도 이거 하나만으로도 지금 내 행위는 가치가 있겠구나.’ 싶었다.
결국 학창 시절에 그렇게 꾸지람을 들으면서도 쓰지 않았던 일기를 뒤늦게나마 쓴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실제로 일기 수준을 벗어나지도 못한다. 하지만 일기도 잘 쓰면(뭐 한 10년 쓰면 잘 쓰겠지, 아니면 말고.) 산문이라는 큰 틀에서 문학작품이라고 대충 비벼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세상도 많이 변했다. 전문가들이 기득권인 양 꽁꽁 싸매고 자신들만의 세상을 만들어 가던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전문가들이 수많은 비전문가들에게 둘러 쌓이고 있는 시대다. 유튜브를 보면 쉽게 이해가 될 것이다.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기존의 방송국에서 능력 있는 유튜버들의 컨텐츠를 활용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시대의 흐름 어딘가에 발 하나 담그고 되지도 않는 글이지만 나중에 아이에게 읽어 주며 피식피식 웃을 수만 있다고 해도 만족할 수 있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글을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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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공부하지 마! - 수포자를 위하여 (brunch.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