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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28. 2023

뒤꿈치 굳은살

 나는 나이답지 않게(?) 발뒤꿈치 굳은살이 거의 없는 편이었다. 지금은 뒤꿈치에 굳은살이 꽤 있는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상당히 맨들맨들했다. 아내가 보고 놀랄 정도였다. 정말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굳은살이 배기기 시작했다.


 이 부분이 나의 성격과 맞닿아 한 가지 문제를 일으켰다. 피부에 뭐가 일어나거나 상처에 의해 딱지가 앉거나 하면 가만히 두질 못하는 성격이다. 없던 굳은살도 그런 내 성격의 공격대상이 됐다.


 수시로 굳은살을 뜯기 시작했다. 로션이나 크림을 발라본 적도 있는데 집에 들어와 샤워를 하고 앉아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손으로 잡아 뜯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조금 과하게 뜯었는지 소량의 피가 난 적이 있었다.


 이 번뿐만 아니라 딱지 등을 뜯다 피가 난 적이 꽤 있었기 때문에 피가 조금 난 부분이 대수롭지는 않았다. 그래서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웬걸 걸어 다니는데 은근히 통증이 따랐다. 한 사나흘 아팠던 거 같다.     

 

 살짝 불안하기도 했다. 약을 발라야 하나? 대일밴드라도 붙여야 되나? 상처가 뭐에 감염이 됐나? 등등등… 다행히 일주일 정도 지나니 별 일없이 아물기 시작했고 지금은 거의 아물었다.     

 

 거의 아물었다는 걸 인식한 순간 내 손은 다시 굳은살을 뜯기 시작했다. 별 일 아니지만 대단한 거 같다. 어찌 됐든 피를 봤고 근 일주일간 통증이 따랐음에도 언제 그런 적이 있었냐는 듯이 또 굳은살을 뜯기 시작하고 있는 모습이 참 바보 같다.     


 문득 뒤꿈치가 고마웠다. 무겁고 게을러터진 몸, 불평불만 한 번 없이 스스로를 굳혀 가며 받아 내줬다. 그것도 모자라 굳어져 쓰임이 다 했다고 몸의 주인은 아무렇지 않게 피가 날 정도로 오히려 즐기듯이 뜯어 버리기까지 했다.     

 

 서운할 법도 한데 또 새로운 살을 내어 거친 바닥에 스스로를 쓸어가며 자신을 버린 주인을 위해 희생을 한다. 안타까운 건 그렇게 굳어진 살을 주인이라는 인간은 다시 뜯어 버릴 게 뻔하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뒤꿈치에게 고마워서라도 열심히 살아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딱 거기까지다. 그저 열심히 살아야 하는 동기부여 후보 정도에 들어가는 여러 가지 이유 중에 하나일 뿐이다.     

 

 이게 문제다.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오죽하면 그 이유를 뒤꿈치에서도 찾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움직이지 않는다. 도대체 뭐가 있어야 혹은 확인되어야 움직이려는지 참 깝깝하다.     

 

 뒤꿈치 굳은살을 뜯다 문득 생각이 스쳐 짧은 글 하나 쓰고 퇴고를 하며 다시 굳은살을 뜯는다.

https://groro.co.kr/story/2074

그로로 동시 게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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