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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pr 15. 2023

지구를 지키는 방법?

‘화이트 워싱(Whitewashing)’

미국 영화 산업 용어 중 하나로, 백인이 아닌 캐릭터인데도 백색 인종 배우로 캐스팅하는 행태를 의미한다. 관련 용어로 피부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캐스팅하는 것을 칼라블라인드 캐스팅이라고 말한다.

-위키백과 참조 


비슷한 단어가 있다. 아니 화이트 워싱이란 단어에서 따온 단어다.     


‘그린 워싱(greenwashing)’

기업들이 친환경적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표방하는 것처럼 브랜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1980년대 말 환경운동가 제이 웨스트밸드가 피지섬에 갔다가 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호텔이 객실에는 ‘환경보호를 위해 타월을 재사용해달라’라는 안내문을 붙여둔 것을 보고 만들어낸 용어다. 영화나 연극에서 흑인 역할을 백인이 맡아 흑인의 존재감을 지우는 것을 화이트 워싱(whitewashing)이라고 부르는 데서 따온 말이다. 2007년 마케팅 회사인 테라 초이스(Terra Choice)가 출판한 ‘그린워싱이 저지르는 여섯 가지 죄악들’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 ・ 사회 ・ 지배구조)가 부상하면서 금융권에선 녹색 채권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친환경적이라는 홍보와 달리 효과를 과장하거나 아예 거짓으로 기업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면서 ‘녹색 거짓말’, 일명 그린워싱 주의보가 내려졌다. 일례로 한국전력공사는 2020년 5억 달러 규모의 녹색 채권을 발행했으나, 같은 기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석탄화력발전소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됐다.

-에듀윌 시사 상식 참조     

 

 그렇다고 한다. 그린 워싱이라는 단어의 설명에도 적절한 예가 두 가지나 있다. 단어를 만들어 낸 사람이 든 예와 한국전력공사의 예를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비단 이 두 가지뿐일까 싶다. 나는 지난 글에도 은연중에 아니 대놓고 표현했지만 소시민들의 지구 환경을 위한 어쩌면 자질구레한 행동에 대해 회의적이다.(내가 하는 행동 역시 포함해서 하는 이야기다. 지난 글에 작성한 내용은 실제 내가 실천하고 있는 내용들이다.)



 환경운동가 혹은 단체들이 영상을 보여 준다. 다른 동물도 아닌 순해도 너무 순해 보이는 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영상이다. 너무나도 순해 보여서 더 안쓰러운 거북의 코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뽑아내는 순간 빨간 피가 철철 나기 시작하며 거북은 상당히 고통스러워한다. 자! 이래도 플라스틱 빨대를 쓸 것인가 하고 면전에서 묻는 거 같다. 거북의 모습에 도저히 쓸 수가 없다.



 그런데 정말 빨대 하나 종이로 바꾼다고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물론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종이 빨대로 바꾼다면 의미가 있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실제로 바다환경에 영향을 주는 플라스틱의 대다수는 우리 인간의 어업활동에서 발생하는 그물 등의 어업폐기물이 주를 이루고 플라스틱 빨대의 영향은 상당히 미미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스틱 빨대의 사용을 줄여야 하는 건 맞지만 카페에 가면 언제나 항상 플라스틱 빨대를 쓸 때의 불편한 마음과 종이 빨대 자체의 불편함 사이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스스로의 모습에 짜증이 난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웬만하면 빨대 자체를 쓰지 않으려 한다.



 이런 경우는 생각보다 상당히 많다. 풍선효과와 비슷하다고 해야 될까? 전기차도 대표적인 경우다. 전기차 자체만 생각하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 할 수 있는 화석연료를 쓰지 않으니 그야말로 친환경의 선두주자라고 할 수 있는데 전기차 충전을 위한 전기는 화석연료에 의해 만들어진다. 다시 말해 화석연료를 직접 때서 달리는 기존의 내연기관차와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전기를 사용하는 전기차 중에 누가 더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분명히 확인해 봐야 될 문제다.



 전기 생산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태양광발전이 떠오른다. 발전을 위한 태양광 패널은 제조 및 폐기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고 한다. 제조 과정이 친환경적이지 못하다고 하는 이야기를 하니 또 어딘가에서 들은 이야기가 생각이 난다. 운전 중에 라디오에서 들은 이야기인데 맥주회사에 대한 이야기였다. 빗물을 이용해 맥주를 제조한다고 해서 친환경맥주로 컨셉을 잡고 홍보 및 사업 활동을 하려 했는데 실제 빗물을 이용해 맥주를 제조해 보니 빗물을 이용한다는 사실 외에 제조 과정 자체가 친환경과는 전혀 거리가 멀어 사업을 포기했다는 이야기였다. 사업주가 말하는 뉘앙스에 의하면 빗물을 이용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친환경이라는 간판을 내 걸 수 있는데 그러지 않았다는 걸로 봐 그런 식으로 친환경을 표방한 회사들이 상당수 있을 거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플라스틱 병에 붙어 있는 라벨을 들 수 있다. 최근에 라벨까지 떼서 분리수거를 하라고 정부 등에서 많은 홍보를 하고 있다. 그에 발맞춰 음료 등을 파는 기업들도 이전보다 라벨을 쉽게 뗄 수 있게 점선을 그어 놓는 등의 변화를 주고 있다. 더해서 앙증맞게 라벨을 뗄 수 있는 점선 근처에 ‘eco'라는 단어를 써 놓은 업체도 있다. 그런데 웃긴 건 쉽게 뗄 수 있게 점선을 그어 놓은 것과 보다 친환경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인쇄된 eco라는 단어 외에는 기존의 플라스틱 병과 달라진 부분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과연 환경적인 부분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지는 그조차도 안 하는 기업들도 많지만 의문이 드는 건 사실이다.



 집에서 간혹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용기를 분리수거할 때도 이게 맞는 건가 싶을 때가 있다. 지난 글에도 이야기했지만 애초에 말처럼 잘 먹기도 하고 음식물 쓰레기 나오는 게 싫어 가급적이면 다 먹는 편이다. 그렇다고 해서 용기 자체를 싹싹 핥아먹는 정도는 아니다. 개를 좋아하지만 개는 아니니까 그 정도까지 먹지는 않는다. 다 먹고 분리수거를 위해 용기를 물로 헹구는데 가만! 헹굴 때 쓰는 물이 더 아깝고 환경에 안 좋은 거 아닌가? 그렇다고 음식물이 묻어 있는 용기를 그냥 분리수거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헹구기 위해 쓰는 물을 깨끗하게 만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 등은 어쩌지...



 딴지를 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아니다. 딴지를 거는 게 맞다.) 하나의 트렌드처럼 번지는 환경을 위한 행위 등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알량한 양심에 면죄부를 받고자 하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빨대 하나 바꾸고 텀블러 사고 에코백을 들면 모든 것이 다 괜찮아질 거라고 애써 믿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하고... 물론 몇 번에 걸쳐 밝혔듯이 소시민인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는 게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고 그렇게라도 해야 되는 건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에서 계속 이게 맞는 건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가 없다.          



‘지구야, 이게 뭔가 아닌 거 같긴 한데 나 그래도 이런 거라도 하고 있어. 조금만 봐줘’


https://groro.co.kr/story/2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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