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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07. 2023

100 감사 1부

1. 고마워.

2. 그냥 다 고마워.

3. 모든 것이 다 고마워.

4. 모두에게 다 고마워.

5. 띵굴띵굴한 지구에서 살 수 있게 해 줘서 대상을 어떤 존재라고 해야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고마워.

6. 지구에서 너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대한민국에서 태어나고 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7. 요즘 들어 경계가 슬슬 희미해져 가고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뚜렷한 사계절 고마워.

8. 봄이면 피는 꽃들과 파릇파릇한 이파리들, 신선함과 생명의 신기함을 확인하게 해 줘서 고마워.

9. 여름이면 찌는 듯한 더위와 뜨거운 햇빛에 의해 뭐랄까 몸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게 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그런 뜨거운 날을 핑계 삼아 휴가도 갈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10. 뜨거운 여름이 한창인 어느 시점 설풋 스쳐가는 가을의 냄새, 고마워.

11. 맑고 높은 하늘 아래 시원한 바람이 부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좋은 계절인 가을, 고마워.

12. 너무 추울 때도 있지만 겨울의 그 차갑고 맑은 공기 고마워. 그리고 온 세상의 아픔과 슬픔, 추악함을 덮어 버리는 설국을 잠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13. 맛있는 게 너무 많아서 고마워.

14. 초콜릿, 아이스크림, 빵 그리고 술 등은 누가 처음 만든 걸까? 너무너무 고마워.

15. 먹어도 되는 건지 먹으면 죽는 건지 몸소 경험을 통해 맛있는 과일 발견해 준 인류로서의 조상님들, 얼마나 많이 죽었을까? 너무 정말 고마워.

16. 먹는 걸 조금 줄여야 할 것 같지만 별 탈 없이 잘 먹는 내가 고마워.

17. 나이가 조금 들어 슬슬 운동을 해야 될 거 같은 느낌이 매일 들지만 아직은 건강한 내 몸에게 고마워. 더 늦지 않기 전에 운동 시작할게 미안해, 몸아.

18. 일을 할 수 있어서 고마워.

19. 딱히 마음에 드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싫은 일도 아닌 일을 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20. 어쩌면 내가 하고자 했던 일일 수도 있는데 그 형태가 조금은 마음에 들지 않아 10년 넘게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마음 구석 한편에 불만이 조금 있지만 그럼에도 잘 버티고 하는 나에게 고마워.

21. 아니지. 그런 불만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을 할 수 있게 허락해 주는 시스템과 사람들이 고마운 거지.

22. 그럼에도 그만둘 수 있는 상황이 오면 언제든지 바로 그만둘 거야. 좋게 말하면 이런 도전 정신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내가 고마워.

23. 더해서 그만두는 순간까지는 그래도 잘 버티면서 일을 열심히 하자고 다짐하는 또 다른 내 모습이 고마워.

24. 먹고는 살아야 되니까... 억지로라도 먹고살아야 된다는 강압적일지라도 동기부여 해주는 냉정한 세상, 고마워.

25. 불평, 불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먹고살 수 있게 해 줘서 고마워.

26. 일을 하는 데 있어 동반자 격인 자동차 너무 고마워.

27. 기름만 넣어 주면 달리는 생명이 아닌 기계인 자동차지만 매일 일을 마치고 주차하면서 고맙다는 인사할 수 있는 아이 같은 마음을 준 자동차 고마워.

28. 세차를 정말 드럽게 안 해서 차가 너무 더러운데 그래도 군말 없이 잘 달려 줘서 고마워.

29. 일 뿐만 아니라 여행을 다닐 때도 나를 비롯해서 우리 가족 안전하게 잘 태워 주고 다녀서 고마워.

30. 글을 쓸 수 있어서 고마워.

31. 나를 알아 가자는 이상적인 의미와 지금 하고 있는 일을 그만두고 살아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아직까지 쓸 수 있어서 고마워.

32. 글을 쓰면 쓸수록 과연 글을 써서 먹고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만 계속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을 쓰고 있는 내가 고마워.

33. 이게 뭐가 나아지는 건지 모르겠지만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3년이 다 돼 가는데 소소한 정말 소소한 용돈은 벌고 있어서 고마워.

34. 글쓰기 능력이 올라간 건지 내 글이 좋은 건지 사실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결과적으로 많이 긍정적으로 봐줘 봐야 적극적인 일기 정도밖에 안 되는 글인데 용돈이라도 돈이 들어오니까 고마워.

35. 시작은 미미하지만 그 끝은 창대하리라 라는 말을 믿고 있는 내가 고마워.(제발...)

36. 아이러니한 건 당장이라도 그만두고 싶은 일에서 글을 쓸 수 있는 소재가 생긴다는 건데 거 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고마워.

37. 글쓰기 이 전에 유튜브를 먼저 시작했는데 지지부진 거의 죽어 가는 채널에 역시 지금 하고 있는 일을 바탕으로 한 내용을 올릴 수 있어 고마워.

38. 지금 하고 있는 일 이거 정말 고마운 일이네... 더 열심... 모르겠다. 여하튼 고마워.

39. 그리고 별님 고마워요.

40. 이렇다 할 종교가 없는 놈이 나름 의지할 구석을 만들어 줘서 고마워요.

41. 언제였는지 정확이 기억은 안 나지만 꽤 예전에 그러니까 기억에 의하면 고등시절에도 별님을 부르며 기도했던 기억이 있는 걸 보면 상당히 예전부터 별님에게 기댄 거 같은데 기도할 때마다 힘을 줘서 고마워요.

42. 무슨 이유에서인지 상당히 힘든 어느 날 밤, 하늘을 올려다보며 한 숨을 쉬는데 그날따라 왜 그리 별이 밝고 반짝반짝거리던지. 그날 밝게 빛나 줘 기댈 수 있는 기회를 줘 고마워요. 

43. 부족한 사람으로서 앞으로도 많은 부분에 있어 기도를 할 거 같은데 그때마다 힘을 줄 거란 기대를 줘서 미리 고마워요.



 원래는 한 사람에 대한 고마움을 일필휘지一筆揮之로 100가지를 써 내려갈 계획이었다. 관계라는 측면에서 거의 ‘아싸’에 가까운 사람인지라 고마움을 표현할 사람이 그렇게 많진 않다. 그럼에도 이 사람에게 100가지 감사한 점을 들었는데 저 사람에게 100가지 감사한 점을 생각해 내지 못하면 괜한 짓을 한 건 아닐까 하는 걱정(사실은 한 사람에게 100가지 감사를 써 내려가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힘들 거 같아서...)으로 고민하다 우선 특별한 대상을 지칭하지 않고 고마운 모든 것을 생각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다소 억지로 생각해야 되는 부분이 생겨서 일단은 이 글을 1부로 마무리하고 2부, 3부로 이어가면서 100가지 감사를 채우는 쪽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1부엔 특정한 사람이 아닌 상황 혹은 무생물(?)에 대한 감사를 많이 표현했다. 다음 글에서 순차적으로 특정 사람에 대한 감사를 이어서 써 내려가도록 하겠다. 그렇게 몇 번에 걸쳐 연재하는 형식으로 쓰다 보면 소기의 목적인 100가지 감사를 오히려 넘어 설 거 같다. 써 내려가는 그 순간만큼은 100가지를 다 써 내려가겠다는 마음으로 쓰되 다소 부족하면 다음 글에서 다음 대상을 향해 감사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연결해 가보도록 하겠다.


https://groro.co.kr/story/3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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