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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21. 2023

100 감사 2부

44. 엄마, 고마워.

45.

46.

47.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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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호를 매길 수가 없어, 엄마.

엄마라는 사람의 고마움을

어떻게 번호를 매겨 가며 표현을 할 수 있을까?

미우나 고우나 잘났거나 못났거나 우리 엄마인데,

나를 낳아 준 우리 엄마인데,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하게 해 준 신 샅은 존재인 엄마인데,

자식 나부랭이가 무슨 깜냥으로

엄마의 고마움을 논할 수 있을까?

그런데 또 웃긴 건 그런 엄마의 사랑이 너무 커서

그게 당연한 건 줄 알고 소중한 줄 모르네, 못난 아들이.

무뚝뚝하고 싸가지 없고

효도라는 단어는 모르는 거 같고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맙고 사랑한다고 하면

거짓말 같지만 정말 그래.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한 번 제대로 해 본 적도 없는

못난 아들이지만 마음은 정말 그래.

그럼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표현하라고 그게 뭐 어렵냐고,

그런데 아들이 너무 부족하고 못나서 아들은 그게 어려워.

이런 바보 같은 아들 뭐 그리 대단한 놈이라고 늘 챙기는지

고맙고 고맙고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문득 아주 여렸을 때의 엄마와의 대화가 생각이 나.

너 나중에 장가가서 돈 많이 벌면 누구한테 다 줄 거야?

10원만 색시한테 주고 나머지 엄마한테 다 줄 거야!

그랬던 아들인데 그 반대가 된 거 같아.

그 반대로 끝나면 다행인데

10원 마저도 필요하다면 도움을 요청하고

엄마는 늘 군말 없이 그 마저도 내어 주었어.

불효도 이런 불효가 있을까 싶어.

효도라는 단어가 무색해지는 세상이긴 하지만

부모는 부모의 인생이 있고

자식은 자식의 인생이 있다고 하는 세상이지만

부모 자식 간의 관계라는 거 그거 천륜이라잖아.

하늘이 맺어 준 인연,

그런 인연을 시대가 변해간다고 무시할 수 있을까?

아... 내가 무시하고 있구나, 엄마.

못난 자식은 그런 천륜을 무시하고

엄마는 맹목적으로 신봉하지.

마음 한 구석이 비는 사랑을

어찌 그리 평생 할 수 있는 건지 묻고 싶어?

엄마니까 부모니까 가능한 걸까?

나도 이제 한 아이의 아빠가 됐으니

그런 마음을 조금은 가늠해 볼 수 있는 걸까?

모르겠어, 아직은.

부족한 가정환경 속에서도 번듯하진 않지만

어긋나진 않게 키워 낸 엄마를 보면

과연 나는 내 아이를 그렇게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엄마가 나한테 해 준 거,

반에 반만이라도 해 주면 조금은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데...

뭐 해 봐야겠지.

매년 어버이날에 대단하게 뭘 준비한 적도 없지만

올해는 공교롭게 엄마 다리가 아파 수술을 하고

장기간 입원해 있어 아직 아무것도 못 했네.

병원에 찾아가려고 하면 코로나 검사해야 되는데

검사비 비싸니까 오지 말라고

극구 말리는 엄마의 말에 못 이기는 척,

마음 한 구석에 미안한 마음이 일어

평소보다 전화 조금 더 자주 하는 게 고작인 아들이야.

이제 조만간 재활이 끝나니까 같이 밥 먹어.

아들은 많이 못났지만 그런 못난 아들이

엄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러운 손녀하고 같이 갈 테니까

재활 잘 받고 조금 뒤에 봐.

엄마 고맙고 사랑해.

오래오래 살아,

딸아이가 나중에 결혼을 하려는지 어떨지 몰라서

손녀 결혼하는 거 까지는 봐야지 하는 말은 못 하겠고

30대 40대가 돼서 사회의 한 일원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은 봐야지.

손녀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할머니 선물 산다고

같이 고를 수 있는 그날을 기대하며,

못난 아들이.


https://groro.co.kr/story/3355     

그로로 동시 게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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