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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20. 2023

맨날 술이야 3

 30여분 만에 파도를 타는 소주를 통해 두어 명 보낸 기억이 강렬했던 거지 그 외에도 대학교 시절 내내 술은 늘 함께 했다. ‘원했던 학교의 학과가 아니었기 때문에’가 이유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학과에 자리를 잡지 못하고 둥둥 떠다니면서 그나마 즐겁게 보낼 수 있었던 건 친구들과의 술자리 그리고 게임이었다.



 술을 마시다 입이 돌아갈 뻔 한 경험이 두 번 있었다. 어른들이 잘하는 이야기가 있다. ‘찬 데서 자지 말아 라. 입 돌아간다.’ 딱 그렇게 자다가 입이 돌아갈 뻔했었다. 그런데 사실 말이 그렇다는 거지 정말 입이 돌아가진 않았을 것이다. 여름의 일이었으니... 만약 여름의 일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입이 돌아가는 걸 넘어 더 큰일이 벌어졌을 수도 있다. 그러지 않아 정말 다행이다.



 한 번은 대학가에서 술을 마시다 그랬고 한 번은 여느 도시 어디에나 있는 번화가에서 그랬다. 뭐 엄청나게 대단한 일 인양 사설이 긴데 술 마시다 술이 너무 취해 길바닥에서 두 번 잤다.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미 한 참 전에 지나간 일이고 지금은 그럴 일이 없고 그래서도 안 되고, 그저 치기 어린 시절의 해프닝 정도의 이야깃거리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시간이 한 참 지났으니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다소 민망한 감정이 이는 건 또 어쩔 수 없어 나도 모르게 혹은 의도적으로 사설을 길게 풀었다.



 대학가에서 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정말 걱정 없이 그날 모인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행위가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마셔대다 보니 술이 많이 취했다. 천만다행인 건 주사는 별로 없다. 굳이 하나를 찾자면 술이 취하기 시작하면 텐션이 올라가다 슬슬 졸기 시작한다. 술이 약하진 않아서 술자리에서 먼저 일어나는 경우는 없었다. 하나 둘 자리를 뜨고 힘들다는 친구들 먼저 보내면서 많이 취한 것 같은데 넌 어찌 들어가냐 하는 친구들의 걱정에 괜찮다고 들어가라며 손사래를 치고는 인근에 있는 놀이터에서 잠시 쉬다 가자하면서 웃기지도 않게 미끄럼틀에 올라가 누웠다가 그대로 잠들어 버렸다.



 아침에 귓가에 들리는 새소리가 어찌나 청량하게 들리던지 집에서의 알람은 끄기 바쁜데 외박한 걸 넘어 길바닥에서 잔 주제에 맑고 고운 새소리를 들으며 눈을 떴다. 상황 파악이 되자마자 밀려오는 건 부끄러움이었다. 하지만 어쩌랴, 이미 잘 잤고 일어 난 걸. 속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짐짓 별 일 아니라는 듯이 탈탈 털고 일어나 버스를 타러 갔다.



 번화가에서의 기억도 거의 흡사한데 차이가 있다면 이 번엔 편의점 앞 테이블에서 엎드려 잤다는 점이다. 잘 자고 있는데 웬 빗자루 소리가 나서 뭔가 하고 눈을 떠 봤더니 편의점 알바가 청소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놀이터에서는 가까운 곳에 사람이 없어 그나마 괜찮았는데 바로 옆에서 청소를 하고 있는 알바가 얼마나 한심하게 봤을까 하는 마음에 부랴부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스를 타러 갔다.



 그러고 보면 참 밤을 많이도 새고 집에 안 들어간 거 같다. 술 마시다 친구 집에서 잊을 만하면 길바닥에서 자거나 맨 정신이면 게임방에서 뜬 눈이 빨갛게 충혈되는 걸 확인할 때까지 열심히 게임을 했다. 때론 아니 종종 술 마시다 술 좀 깨고 들어가겠다고 게임방에 들러 게임을 하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게임방 의자에 누워(의자인데 거의 누울 수 있다.) 자는 경우도 허다했다.



 길바닥에서 잔 경우는 혼자 그래서 그럴 겨를이 없었지만 친구 집에서 자거나 밤새 술을 마시거나 혹은 게임방에서 밤을 샌 뒤 해장국이나 해장라면도 정말 많이 먹었다. 그래도 나름 해장술은 잘 안 마신 거 같다. 속을 긁으며 들어오는 해장술이 착각일지라도 시원한 느낌을 주긴 하는데 나름 그 선은 지킨 거 같다.



 밤을 새고 집에 들어갈 때의 묘한 이질감 같은 게 있다. 일단 술을 마셨건 게임을 했건 간에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거나 거의 안 잔 상태라 아침의 맑고 밝은 햇빛이 눈을 찌르듯이 들어온다. 인상을 너무나도 자연스레 찡그리게 된다. 아침의 바쁜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대비되는 피곤하면서 나른한 몸을 끌고 천천히 반대로 걸어가는 그 기분. 나쁘지도 좋지도 싫지도 않은 이상한 나만 다른 세상과 이 세상의 경계에 서 있는 것 같은 그러면 안 되는데 그러고 싶은 기분.



지난날의 아름답다면 아름다운

지금은 그럴 수 없는 편린片鱗이다.

갑자기 해장국 무지하게 땡기네...


https://groro.co.kr/story/3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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