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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n 25. 2023

거북이는 토끼를 못 이겨

 옛날 옛날에 토기와 거북이가 살았는데 어쩌구 저쩌구 경기를 했는데 토끼가 자빠져 자느라고 거북이가 이겼어요~ 블라블라...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그런데 조금 솔직하게 이야기해 보자. 거북이가 토끼를 달리기로 이기다니 가당키나 한 일인가? 말 같지도 않은 일이다. 이제 나이가 조금 차서 전래동화였는지 이솝우화였는지 생각도 잘 안 나는데 여하튼 어린 시절에 들었던 이 이야기의 디테일이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설령 토끼가 한숨 잤다고 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북이가 이긴다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인 걸까?



 하루 이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잔 게 아니고 한숨 정도 잤다면 기억에 의하면 한참 멀리 떨어진 저기 저 동산에 누가 먼저 가는가 하는 경기였는데 실제 이야기 내용상에 토끼가 하루 이틀 잔 게 맞다 면 할 말은 없지만 그야말로 한숨 그러니까 반나절 정도만 잤다면 잤다고 해도 일어나 기지개 켜고 후다닥 달려 토끼가 이기는 게 지극히 정상이다.



 뭐 이야기의 요지는 대충 이해한다. 꾸준히 노력해라. 더디더라도 지속적으로 노력해라. 그럼 또 아는가? 세상 일 모른다고 생각지도 못한 기회가 올 수도 있다. 뭐 대충 이런 걸 텐데. 여기서 중요한 건 그 생각지도 못한 기회인 토끼가 낮잠을 자는 경우가 현실에선 정말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는 거다. 토끼의 그런 낮잠, 다시 말해 거북이에겐 일생일대의 기회라는 게 거의 로또 수준의 헛된 희망, 그러니까 망상에 가까운 일이라는 거다.



 이 이야기는 토끼와 거북이를 분리해서 생각해야 된다. 아니 그보다 내가 만약에 거북이의 입장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다면 나는 절대 토끼를 달리기로 이길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걸 인정해야 된다. 그걸 인정하지 않고 헛된 희망인 어쩌면 토끼를 달리기로 이길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저 토끼가 낮잠을 자기만을 바라는 수동적인 삶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일은 다시 한번 이야기하지만 로또 1등 당첨 확률과 맞먹는 일로 일어날까 말까 한 일이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를 꺼내다 만 것처럼 토끼와 거북이를 분리해야 된다. 토끼가 나보다 달리기를 명백하고 명확하게 잘하니까 저 놈을 이겨 먹을 생각을 하지 말고 그냥 내가 갈 길을 가자. 어제 내가 이만큼 달려왔다는 표현이 민망할 정도로 꾸역꾸역 왔으니 오늘은 그보다 조금만 더 달려가자. 오늘은 어제의 느려 터진 거북이보다 단 0.1%라도 빠른 거북이가 되자. 뭐 이런 마음가짐이 더 나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끼를 이길 순 없을 것이다. 그럼 또 물을 것이다. 그럴 거면 뭐 한다고 꾸역꾸역 걸어가야 하는지? 그럼 다시 되 묻겠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으면 뭐가 더 나은가? 토끼를 이길 수 없다고 신세 한탄만 하면서 가만히 있으면 그냥 가마니가 될 뿐이다. 거북이표 가마니...



 얼마 전까지 삼성의 후계자였던 지금은 삼성의 회장인 이재용은 나와 비교도 할 수 없는 초슈퍼울트라캡쑝짱 토끼다. 그에 비하면 난 거북이 중에서도 느려터진 거북이다. 이런 내가 이재용을 이길 수 있는 길이 있긴 있을까? 뭐 여러 가지 방면으로 생각해 보면 한 두어 가지는 있을 수 있겠지! 그런데 그렇게 큰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아! 내가 눈은 더 좋을 것 같다. 난 안경을 안 쓰니까!(이재용 회장이 쓰는 안경이 도수 없는 거면 어쩌지...)



 이길 수 있는 혹은 더 나은 무언가가 있건 없건 간에 난 그저 거북이로서의 삶을 살면 된다. 토끼를 생각하는 순간 비참해질 뿐이다. 내 옆으로 토끼 몇 마리가 앞서 내달려가든 말든 휘둘리겠지만 휘둘리지 말고 내 속도로 내 길을 가는 거다. 오늘도 꾸역꾸역. 지나쳐 가는 토끼에게 인사하면서...


https://m.oheadline.com/articles/ipYdlogBKLPNuLtx1Y7NFw==?uid=54b7b60c348b4e3fad5712a77b91861a

https://groro.co.kr/story/3982

헤드라잇, 그로로 동시 게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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