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로팟, 다 같이 가자!

by 이야기하는 늑대

https://groro.co.kr/story/4034

2023년 6월 26일



시간은 계속 흘렀고 태양은 뜨고 지고 나는 물을 주고 확인하고를 반복하는 일상이 지나갔다. 펠렛 3개에 443 진형으로 올린 씨앗들은 우려와 달리 펠렛을 뚫고 올라온 이후로 다소 작고 여려 보이지만 꾸역꾸역 잘 자라고 있었다. 4개의 씨앗 중에 2개만 발아에 성공해 싹을 틔운 펠렛을 더 기다렸지만 기어이 나머지 2개의 씨앗은 싹을 틔우지 못했다. 너무 작은 씨앗을 역시 작은 펠렛에 올리다 보니 고르게 일렬로 올릴 수가 없어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었지만 아쉬움을 감출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보낼 건 보내고 자라고 있는 녀석들만이라도 잘 자라 주길 바랄 수밖에 없었다. 그 마음으로 수시로 확인하고 물을 너무 많이 주는 건 아닌가 하는 과습에 대한 걱정과 동시에 그래도 물이 없으면 안 되지 하는 마음으로 확인하는 텀 term에 맞게 적절히 물을 주었다. 더해서 하루에 한두 번 정도는 베란다 창을 열고 창틀에 올려 잠시나마 콧바람도 불어넣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이 아닌 그야말로 직사광선도 잠시나마 쐬 줬다.



몇 날 며칠이 반복됐다. 큰 차이는 아니지만 기특하게도 매일 아주 조금씩 조금씩 자라고 있었다. 이어서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화분으로 옮겨야 되는데 언제쯤 옮길까? 무엇보다 고민이 된 건 다른 식집사 분들의 글을 보면 대다수가 비슷하게 진행하면서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이 조금 여린 녀석들은 솎아내기를 한다는 점이었다.



쌩초보인 나 역시 별 다른 게 없다면 솎아내기를 해야 될 거 같았고 그 후보라 할 수 있는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다. 4개의 씨앗이 모두 발아해 싹을 틔운 녀석들이 주인공인데 그중에 두 개의 싹이 여느 싹에 비해 현저하게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었다. 선택을 해야 한다면 저 녀석들인데 영 마음이 걸렸다.



생긴 건 소도 잡게 생겼는데 생각보다 마음이 여리다. 집에 날아든 벌레 한 마리도 쉬이 죽이지 않고 잘 잡아 밖으로 날려 보내 주는 성격이다 보니 그냥 풀떼기라고 치부해 버리면 그만이지만 또 직접 씨앗부터 봐 온 생명이라 그게 그렇게 쉽지가 않았다. 그 고민을 근 일주일을 한 거 같다. 물론 고민하는 동시에 일주일이란 기간 동안 조금 더 튼튼하게 자라라고 기다린 시간이기도 했다.



솎아내기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아... 펠렛 하나에 씨앗 하나만 올릴 걸 하는 아쉬움이 더욱더 진하게 배어들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펠렛 하나에 씨앗 하나만 올려서 싹을 잘 틔웠으면 고민할 것도 없이 화분에 적당히 상토건 뭐건 채우고 펠렛 그대로 꽂아 버리면 되는데... 혹여라도 다시 기회가 주어지면 우선 그로로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거 아니니까(아! 그런데 그로로는 땅 파서 장사하는 거 맞는 거 아닌가?) 모든 걸 내 입맛에 맞게 요구할 순 없는 노릇이지만 펠렛만큼은 조금 더 챙겨 줬으면 한다. 가급적 펠렛 하나에 씨앗 하나만 올리고 나머지 씨앗은 그야말로 밭에 흩뿌리듯이 처음부터 화분에 직접 파종했을 것이다.



솎아내기를 한다고 해도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들었다. 분명히 뿌리들이 엉켜 있을 건데 저 작은 싹들의 뿌리는 또 얼마나 작을까? 뿌리인지도 모르고 솎아 내는 과정 중에 뜯어 버리는 건 아닐까? 이거 뭐 해 봤어야 알지... 걱정을 해서 세상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할 게 없다는 말처럼 걱정과 고민은 할수록 눈덩이처럼 커져만 갔다. 이제 그만 결심을, 결정을, 결단을 내려야 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같이 살자! 죽어도 같이 죽자는 모르겠고 일단 다 같이 살자!’

솎아내기 없이 일단 모두 같이 가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이 훗날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는 초보식집사이기 때문에 전혀 모를 일이지만 다 죽기야 하겠어? 하는 맹목적이며 무식한 기대로 일단 다 같이 가는 방향으로 결정했다.



이제 어떻게 다 같이 갈 수 있을지 기술적인 부분을 고민해야 했다. 그냥 에라 모르겠다 꼬이건 말건 펠렛 그대로 꽂아 버릴까? 하는 마음이 제일 먼저 아주 강하게 일었다. 그런데 그렇게 했다가 작은 싹들이 더 이상 자라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다. 다 같이 살자고 한 결정인데 결국 작은 녀석들은 죽이는 어쩌면 소극적인 회피의 솎아내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고민한 끝에 작은 바가지에 물을 가득 채우고 펠렛을 우선 살살 부숴 내고 뿌리에 묻은 펠렛의 흙? 은 바가지 물에 담가 씻어 내기로 했다. 흙이 물에 씻겨 나가고 뿌리도 많이 엉켜 있지 않다면 적당히 분리가 될 거 같았다. 아이가 가지고 노는 노랗고 작은 바가지에 물을 준비해 펠렛을 살살 부순 뒤 물에 담가 헹구듯이 뿌리에 묻은 흙을 떨어냈다. 생각보다 잘 되진 않았지만 적당히 분리가 됐다.



헹구다 보니 작은 싹 2개는 이게 너무 작아서 상대적으로 큰 싹 뿌리에 그냥 엉겨 분리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얼핏 보면 씨앗 하나에서 싹이 3갈래로 나온 듯 보이기도 했다. 더 이상 분리하려고 애쓰다간 뿌리가 상할 거 같아 그냥 그렇게 3개의 싹은 결국 같이 옮겨 한 구덩이에 심기로 했다.



뿌리가 뜯어질 새라 잎이 상할 새라 큰 손을 떨어 가며 펠렛을 털어 내고 헹궈 내고 화분에 옮겨 심으려 했는데 싹이 아직 덜 자라서 그런지 힘이 없어 잘 서지 않고 계속 누워 버렸다. 이래도 눕고 저래도 누워 작업이 고통스러워지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 뭐 됐다 싶은 생각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실패인 건가 봉가? 다시 씨앗을 사 와서 처음부터 화분에 뿌려야 되나? 오만 생각을 하면서 싹을 계속 일으켜 세웠다. 마음이 통했는지 헛된 정성은 아니었는지 영 불안해 보였지만 나름 그럴듯하게 싹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다.



이것도 익숙해진다고 두 번째, 세 번째 펠렛의 싹을 옮겨 심는 건 조금 수월해졌고 결과물도 괜찮아졌다. 그로로팟 키트에 동봉된 화분 하나, 집들이 선물로 받아 남아 있는 화분 하나, 어머님이 언젠가 두고 가신 꽃 화분 하나해서 3개의 화분에 3개 펠렛의 싹들을 모두 옮겨 심었다. 혹시 몰라 배양토 10L를 사 뒀는데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했지만 다행히 조금 남았다. 집들이 선물 화분은 바닥 구멍이 작아 굳이 물빠짐망? 이 필요 없었고 어머님이 주신 화분은 구멍이 커 화분에 담겨 있던 흰 자갈로 망을 대신했고 그로로팟에 동봉된 화분엔 망이 있었다.



얼추 마무리가 됐다. 여기저기 흙이 흩뿌려져 개판이 된 바닥과 상황을 대충 정리하면서 화분에 묻은 흙도 물을 줘 가면서 살살 닦아 냈다. 아직 화분을 스티커 등을 이용해 꾸미지 않았는데 잘한 거 같다. 흙에 물에 난리도 아닌데 화분을 미리 꾸몄다면 꾸민 걸 다시 다 뜯어내야 할 판이었다. 꽤 그럴듯한 화분의 모양새로 보일 때까지 물을 주면서 뿌리면서 화분을 정리했다. 싹들이 아직 여려 물을 콸콸 주기 부담스러워 분무기로 열심히 뿌려 줬는데 부족한 건 아닌가 하는 마음에 계속 뿌리고 있는 나를 내가 말려야 했다.



가이드에 의하면 화분으로 옮긴 이후에 바로 영양제를 주라고 했는데 다른 식집사 분의 앞선 경험에 비춰 볼 때 화분에서 조금 더 크고 안정이 됐을 때 줘도 될 거 같다. 선구자적인 마음으로 먼저 영양제를 주고 아픈 경험을 공유해 주신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다 같이 살자고 한 결정이 욕심이 되어 어쩌면 다 죽을 수도 있겠지만 일단은 모두 부둥켜안고 가 보려고 한다. 앞날은 아무도 모르니까 내 마음대로 좋은 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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