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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09. 2023

카공족이여, 일어나라!

https://m.oheadline.com/articles/HHO_lze_xG3pQTIfsPjhXQ==


1. 도서관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역엔 도서관이 있을 것이다. 시립, 도립, 국립 등등등 보통은 지자체 아니면 국가에서 운영하는 관공서 성향의 도서관이 대부분일 것이다. 그런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엄밀히 따지면 내가 낸 세금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100% 무료라고 할 수는 없지만 세금은 그런 거니까 여하튼 체감 상으론 무료가 맞다.


 기본적으로 책을 빌려 볼 수 있지만 도서관에서 공부나 간단한 업무를 볼 수 있는 공간도 제공해 준다. 내가 다니는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립도서관을 예로 들어 보면 1층에 강의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학습실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는 곳이 있는데 이 공간에서 공부나 업무를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난 딱히 필요를 느끼지 못해 이용해 본 적은 없다. 2층엔 아동도서를 빌릴 수 있고 책을 빌리는 공간이기 때문에 아동자료실이라는 이름이 걸려 있다. 그럼에도 자료실 안에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다.


 3층에 가면 일반적인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성인자료실이 있는데 2층의 아동자료실과 마찬가지로 내부에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상과 의자 등이 역시 마련돼 있다. 심지어 책을 찾아보기 위한 컴퓨터 말고 정보 등을 찾아볼 수 있는 컴퓨터까지 따로 준비돼 있다. 2층엔 휴게실도 있어 휴게실에서 간식을 먹거나 간단한 도시락 등을 통해 끼니도 해결할 수 있다.


 물론 휴게실에서도 괜찮다면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봐도 된다. 실제로 얼마 전에 그 휴게실에서 시간이 나 노트북을 펼치고 글을 쓴 적도 있다. 중요한 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란 거다. 커피나 여타 음료를 시킬 필요도 없고 시킬 수도 없으며(커피를 파는 카페가 아니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문을 닫는 그 순간까지 하루 내내 있어도 누가 뭐라고 하지 않는다.     




2. 독서실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독서실이란 단어가 다소 올드한 느낌이 난다. 뭐랄까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시대의 학생들이 많이 갔을 법한 이미지가 나에겐 강렬하게 남아 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요즘 학생들도 독서실에 가나 싶은 생각에 다소 올드함을 느끼는 거 같다.


 여하튼 중요한 건 독서실은 그야말로 공부를 하기 위한 공간이다. 다만 공부를 하기 위한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 공간이고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무료로 이용할 수 없다. 명백히 공부의 목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그런 환경을 기대하며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공간이다. 독서실 세대이긴 하지만 학생시절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독서실에 가 본 적이 없다. 집에서 공부하면 되지 굳이 돈을 써가며 독서실에 갈 이유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살아왔다. 나의 그런 성향을 이야기하고자 함은 아니고 돈을 내고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하려고 함이다.


 가 본 적이 없어서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시간단위로 얼마간의 돈을 내는 걸로 알고 있다. 1시간에 얼마인데 한 번에 몇 시간 있겠습니다 혹은 며칠, 몇 주, 몇 달 자리를 잡고 이용하겠습니다 하면 조금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요즘은 독서실 시설과 환경이 좋아 간단한 음료와 간식 등이 쉴 수 있는 휴게공간과 함께 제공되는 걸로 알고 있다. 돈을 내지만 그에 합당하게 공부를 할 수 있는, 내가 원하고 돈만 내면 1년 열두 달 같은 자리를 잡고 있어도 뭐라고 할 수 없는 곳이다.     




3. 스터디카페

 어찌 보면 독서실의 개량, 확장, 발전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머리 박고 공부만 하는 독서실의 시설과 환경이 발전하다 보니 스터디카페라는 조금은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생긴 것 같다. 독서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름에서 할 수 있듯이 스터디를 하는 카페다 보니 기본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설과 환경이 갖추어져 있다. 다만 뒤에 카페라는 단어가 붙음으로써 독서실보다는 조금 더 개방적이며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반적인 카페처럼 별스럽지 않게 담소를 나누거나 왁자하게 떠들 수는 없다. 떠드는 카페가 아닌 스터디하는 카페라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


 독서실에 비해 조금은 자유로운 분위기가 조성되지만 근본은 스터디를 할 수 있는 공간이란 기대를 갖고 가는 곳이기 때문에 역시 돈을 낸다. 독서실과 비슷하게 시간단위로 돈을 낸다. 많은 스터디카페들이 휴게공간에 갖추어져 있는 간단한 음료나 간식을 제공하지만 돈을 조금 더 주고 카페에서와 마찬가지로 시켜 먹을 수 있는 스터디카페들도 있다. 확인해 보진 않았지만 이런 스터디카페에 밀리지 않기 위해 독서실도 시설과 환경에 보다 신경을 씀으로써 독서실과 구분이 모호한 경우도 있다. 역시 돈을 내기만 하면 언제든지 얼마든지 마음껏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4. 집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의지만 있다면 그 어떤 곳보다 공부하기 좋은 공간이다. 누워 자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누워 잘 수도 있는 공간이란 점이 결국 공부를 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을 초래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점이다.     




5. 카페

 대망의 카페다. 그전에 한 가지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될 부분이 있다. 카페는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 우리가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지금의 카페는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를 파는 카페의 모습을 보고 반한 하워드 슐츠의 스타벅스에서 영향을 받은 부분이 상당하다. 이탈리아의 카페나 스타벅스의 초기 창업자들은 커피 자체에 집중했다면 하워드슐츠는 카페라는 공간에 조금 더 집중을 했다. 이게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사랑방문화와 맞물리면서 전국적으로 에스프레소를 기반으로 하는 스타벅스 형태의 카페들이 우후죽순 생겨난 게 아닌가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카페는 사실 커피도 커피지만 커피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만들어 가거나 이야기를 하기 위한 도구에 조금 더 가깝다. 어느 만화의 대사를 인용하면 커피는 거들뿐, 중요한 건 카페라는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들어가는 관계와 휴게공간으로서의 인식이 더 강하다. 다시 말해 카페는 커피를 판다기보다 커피 값을 받고 그 공간을 파는 게 더 맞다 고 보면 된다. 물론 요즘에 커피 자체에 집중하는 카페도 많이 생겨나고 그런 카페를 찾아다니는 커피애호가들도 많다. 그런 부분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론 커피보다는 공간을 파는 쪽의 카페가 더 많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공간이다 보니 서두에 한 카페는 공부하는 공간이 아니다를 조금 수정해 공부를 해도 된다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카페에서 공부를 해도 되고 업무를 봐도 된다. 다만 최근에 문제가 되는 일부 몰지각한 카공족들이 문제다. 커피 값을 내고 공간을 사는 거라고 했다. 그렇다면 커피 값에 걸맞은 공간과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5천 원 내외하는 커피 한 잔을 시키고 무한정 공간과 시간을 이용할 수는 없다. 자본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우린 그런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다.


 각 목적에 맞게 일정한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 주는 대신 돈을 받는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독서실이 그렇고 스터디카페가 그렇다. 그뿐이 아니다. 게임방, 노래방 등등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고 공간과 시간을 이용하는 형태의 서비스는 차고 넘친다. 그런 서비스는 합당한 돈을 지불하고 이용하면서 왜? 카페는 아무렇지 않게 커피 한 잔만 시키고 세월아 네월아 내 집인 양 이용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일반적으로 그 어떤 카페도 커피 한 잔에 이용시간은 2시간입니다 하고 운영하는 곳은 없다.(그렇게 운영하는 곳이 점점 생기고 있다. 카공족들 덕분이다.) 하지만 사회는 불문율이라는 게 있고 예의가 있고 비슷한 단어 같은데 여하튼 매너 뭐 이런 게 있다. 딱히 정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통용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실제로 한국외식업협회든가 어디든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카페 사장들에게 커피 한 잔을 시킨 손님이 몇 시간 정도까지만 카페에 머물러야 수익이 나는지 물어본 설문 결과에 의하면 1시간 42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평균치가 그렇다는 거지 실제는 커피 한 잔에 2시간 정도 머물러도 뭐라고 하는 카페 사장들은 거의 없다.


 그런데 커피 한 잔만 시키고 2시간을 넘어 3시간, 4시간... 짐을 내려놓고 책을 펼쳐 놓고 자리를 비운 채 밥을 먹으러 가질 않나, 휴대폰이나 노트북 충전은 기본이요 얼마 전에 어떤 인간은 프린터까지 들고 와 프린트를 하려는 아주 또라이 같은 행태를 아무렇지 않게 보이는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기도 했다.


 커피 한 잔에 몇 시간만 있어라 하고 정한 게 없다고 마음대로 이용할 거면 식당을 가길 추천한다. 브레이크 타임이 있는 식당을 제외하고 아무 식당에나 아침부터 가서 아침을 사 먹고 무료로 제공되는 믹스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손님이 뜸한 시간에 공부하고 다시 점심시간이 되면 점심을 사 먹고 역시 믹스 커피 한 잔 하면서 그렇게 저녁까지 있으면 될 것이다. 식당에서 밥 먹고 몇 시간 만에 나가라고 정해진 게 없는데 카페에서 그렇게 염치없는 행동을 할 수 있는 인간들은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얼마나 좋은가, 앉은자리에서 밥 먹고 공짜 믹스 커피 먹고 손님 적당히 비는 시간에 공부하고 또 밥 먹고... 왜 그건 아무리 생각해도 조금 아닌 거 같고 또라이 같은가? 아니, 카페에서 그러고 있는 것과 크게 다름이 없다.


 게임방이나 노래방이 제공하는 기본적인 서비스는 전국 어딜 가나 동일하다. 그래서 지불비용에 대한 이용시간을 정량화할 수 있다. 하지만 카페나 식당은 그럴 수 없다. 커피나 밥을 제공하는 건 같지만 재료, 질, 맛 등이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도저히 정량화할 수 없고 그렇기 때문에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진 인간들이면 알아서 적당한 시간에 나가겠지 하는 기대를 하는 거다. 그런데 그런 기대를 뭉개는 카공족들, 그런 개념과 인성으로 공부를 해서 뭐가 됐든 사회에 도움이 되겠는가? 편법이나 일삼고 적절히 활용하라고 하는 부분 이용이나 해 처먹는 개 같은 인간이 되지 않겠는가?     




카공족들이여, 일어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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