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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ul 29. 2023

반갑지 않은 단골

https://groro.co.kr/story/4591 



 나는 알레르기성 질환을 앓은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아주 건강하다는 건 아니다. 어렸을 때 잔병치레도 많았고 다치기도 많이 다쳤다. 다만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알레르기성 질환 혹은 몸의 반응이 없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10여 년 전 30대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상황이 약간 달라졌다. 우선 겨울로 넘어가는 환절기에 피부건선인지(알레르기성 질환인지도 모른다. 무식해 보일지 모르지만 간지러우면 알레르기성 질환인 줄 아는 수준이다.) 부분적인 아토피인지 모르겠지만 갈비뼈 부분 피부가 간지러웠다. 그렇다고 병원에 가거나 약을 바르고 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내가 취한 조치는 일을 마치고 들어 와 샤워할 때 벅벅 긁는 것 밖에 없었다. 역시 그렇게 하면 되는 건지 안 되는 건지도 모르면서 비누칠까지 빡빡하게 해 가면서 벅벅 긁었다.



 일시적이었던 건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나아지기 시작했고 한 해, 두 해 보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진짜 문제가 그다음에 생겼다. 별 거 아닌 거 같은 피부 간지러움을 대체한 건 악명 높은 비염이었다. 기억에 의하면 내가 어릴 때 엄마가 일시적으로 비염 비스무리한 증상을 보였던 거 같은데 얼마가지 않아 괜찮아졌다. 처음엔 엄마처럼(엄마가 비염을 앓았던 건지도 확실하지 않지만...) 직전에 앓았다고 하기에도 민망한 간지러움이 사라진 것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증상이 없어질 줄 알았다.



 사실 처음엔 비염인 줄도 몰랐다. 이유 없이 재채기를 자주 하긴 했지만 그 외에 특이할 만한 증상이 없어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주변에서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누군가가 그거 비염 맞다고 해서 그런가 싶었다. 무서운 건 그다음부터 내 몸이 비염이라는 걸 인식해서 그런 건지 갈수록 증상이 심해졌다.



 그렇게 지금까지 비염이 이어져 오고 있다. 역시 병원에 가거나 약을 넣거나 먹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병원 가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다가 특별히 찾아본 건 아니지만 주워듣기로는 비염은 만성질환으로 별 짓을 다해도 잘 나아지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었다. 안 그래도 병원 가는 걸 싫어하는 사람인데 가면 처방받아 오는 약도 뻔할 거 같았다. 중요한 건 약을 지속적으로 먹어야 될 거 같은 게 너무 싫었다. 약은 과하면 독인데 그거 뭐 좋다고 지속적으로 먹어야 하나 싶었다.



 당장 죽을병은 아니니까 적당히 버텨 보자. 몸의 자연 치유 능력을 믿어 보자. 이러면서 지금까지 왔다. 하지만 증상은 전혀 나아지질 않고 점점 심해지기만 했다. 기억에 의하면 처음 비염인 줄 알았을 때는 재채기나 조금 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콧물이 나고 눈이 피곤하고 심한 날은 뒷골까지 뜨거워졌다. 그나마 다행인 건 매일 그러진 않았다는 것이다. 일주일에 하루 혹은 이틀 정도 그랬고 괜찮은 경우엔 한 달에 한 두어 번 그러다 만 적도 많았다. 그리고 비염이 올라온 날, 일을 마치고 푹 자고 나면 다음 날은 증상이 전혀 없었다. 그렇게 적게는 한 달에 한 두어 번, 많게는 일주일에 한 두어 번 비염을 앓으면서 꾸역꾸역 버텨 왔다.



 이렇게 까지는 견딜 만했는데 요즘 들어 점점 비염이 찾아오는 일이 잦아졌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이 사나흘이 되고 더 문제는 비염이 온 날 푹 자고 일어나도 다음 날 깔끔하게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죽을병은 아니지만 생활의 질이 현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어나면 콧물에 재채기, 장소를 옮기면 콧물에 재채기, 샤워할 때는 마음껏 코를 풀면서 재채기... 심한 날은 눈이 상당히 피곤해지고 뒷골이 뜨거워질 정도로 열이 올랐다. 코는 시종일관 따끔따끔하면서 간지럽다. 콧물을 훌쩍이는 건 일상이다. 상대방 보기에도 민망하다. 더욱이 하는 일이 말하는 직업인데 이대로 유지하다간 일도 제대로 못할 거 같은 지경에 이르고 말 거 같았다.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목도 조금 문제가 있어 계속 마른 혹은 헛기침이 났다. 아주 그냥 기관지가 총체적 난관에 봉착했다.



 자주 찾아오는 정말 반갑지 않은 나는 문을 열지도 않았는데 밀고 들어오는 불청객 같은 단골인 비염 덕에 기어이 신념을 꺾고 어쩌면 약을 달고 살아야 되는 선고를 받기 위해 이비인후과 단골이 될 판이다. 가야 되는 데 가기 싫다. 가기 싫은 데 가야 된다. 모든 게 다 자주 찾아오시는 비염 덕분이다. 아주 그냥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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