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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Aug 02. 2023

글쓰기의 시작은 일기다.

https://m.oheadline.com/articles/S6dFTCyTikYdQVccxg7N7Q== 



 우선 나는 책을 내 본 적이 아직 없다. 글을 그렇게 잘 쓴다고 할 수도 없다. 속에 있는 이야기를 말로 떠들 듯이 뱉어 내는 걸 겨우 글로 옮겨 적는 수준이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이야기에 신뢰성이 상당히 떨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라도 떠들고 써 보려 한다.



 글을 쓴 지 이제 만으로 3년이 다 돼 간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인데 글, 책 그리고 작가 뭐 이딴 단어를 통해 이렇다 하게 이룬 게 아직 없다. 그저 브런치를 기준으로 400개가 조금 안 되는 꼭지 글을 쓴 정도가 전부다. 그것도 나름 무언가 이루어낸 거라고 하면 조금 그렇고 쌓여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니 버릴 쓰레기일지 꿰어 보배로 만들 구슬일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쌓여 있는 것들을 바탕으로 이야기해 보려 한다. 뭐 때로는 쓰레기도 돈이 되는 세상이긴 하니까.



 글을 쓰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건 이미 지난 과거의 아쉬움일 뿐이지만 왜 일기를 쓰지 않았을까? 하는 스스로에게 하는 물음 혹은 후회였다. 우린 분명히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를 어린 시절부터 무수히 부여받아 왔다. 글을 막 배우던 시절의 받아쓰기를 제하고라도 지속적으로 일기에 대한 권유, 강요, 압박 등을 받아 왔다. 다른 이야기할 필요 없이 방학 동안 밀린 일기를 한 번에 써 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을 텐데 가장 문제인 날씨를 어떻게 정리할까 뭐 이런 걱정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 지금이야 스마트 폰이나 인터넷 등으로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그때는 날씨를 채우는 게 고역이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그렇게 쓰기 싫었던 한 두 달 밀려 쓰는 건 기본이었던 일기를 쓰지 않은 게 아쉬움을 넘어 너무 아까웠다. 대학교 시절은 차치하고 초중고 12년이란 시간 동안 밀리지 않고 썼다면 아마 작가가 됐어도 벌써 됐을 거다. 물론 누구나 그렇게 일기를 쓴다고 다 작가가 되는 건 아닐 것이다. 다만 뒤늦게나마 글줄이나 써서 먹고살아 보겠다고 나대는 나 같은 인간 입장에서 그때 밀리지 않고 썼었더라면 엄청난 연습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들 혹은 작가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듣는 말이 있다. 너무 유명한 말이라 작가가 아닌 사람들도 아는 말이다. ‘다독, 다작, 다상량’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해라... 물론 그렇게 한다고 해서 모두가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는 건 아니다. 그런데 또 그러니까 열심히 읽고 쓰고 생각해야 된다. 왜? 할 수 있는 게 사실 거의 그거밖에 없으니까... 뭐 방법을 찾자면 여러 방법들이 있지만 나를 포함한 아마추어 작가들이 기대기에는 오래된 명언이지만 가장 쉽고 좋은 방법이다.



 지나간 시간에 의한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 지금부터라도 일기를 열심히 쓰면 글쓰기, 더 나아가 책을 출간하는데 그치지 않고 의미 있게 팔아먹는 작가가 되는 데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어렵다면 어려운 글쓰기의 시작을 누구나 할 수 있는 어려워서가 아니라 귀찮아서 하기 싫어서 쓰지 않았던 일기로 시작해 보는 거다. 작가도 뭐도 아닌 사람이 대단한 글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빈 원고지를 본다거나 모니터에 깜빡이는 커서를 보고 있다 보면 그냥 그렇게 하염없이 바라만 보다 끝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매일 일어나는 일상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매일 일어나는 별스럽지 않은 일들에 대한 기록. 처음엔 한 두 줄, 익숙해지면 문단으로, 수월해지면 문단을 여러 개 이어 붙여 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차츰차츰 그야말로 조금씩 가랑비에 옷 젖는 줄 모르게 순간의 경험을 기록해 보자.



 처음엔 의미 있는 글을 쓰려고 할 필요도 없다. 삶 자체가 의미인데 뭔 의미를 또 찾으려 하는가? 삶 자체를 요즘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현인 팩트 그대로 옮겨 적어도 의미는 살아난다. 아주 담담하게 매일 일어난 사실들만 나열해도 쌓아 놓으면 의도하지 않아도 의미가 보일 것이다. 설령 의미가 보이지 않는다 해도 내 삶을 기록한 것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왜 자꾸 의미를 찾으려 하는가? 삶은 욕망이지 의미가 아니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이 생각난다. 글이 쓰고 싶다는 욕망이 있다면 우선 그냥 쓰면 될 것이다. 의미가 무에 중요한가? 삶은 오늘도 생중계로 진행되고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면 그냥 쓰면 될 일이다. 사실 의미는 부차적인 걸 수도 있다. 삶이 있고 의미가 있는 거지 의미가 있고 삶이 있는 건 아니다.



 작가도 뭐도 아니면서 격하게 표현하자면 괜히 쓸데없이 진지빠는 글을 쓰려하지 말고 무엇보다도 진지한 본인의 삶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는 일기가 글쓰기의 시작으론 가장 적절한 방법이다. 나도 가끔 그런 글을 쓸 때가 있는데 어디서 주워들은 요상하고 이상하고 있어 보이고 멜랑꼴리 한 뜻도 잘 알지도 못하는 단어들만 나열한 그야말로 작가 흉내 내는 글들을 보면 그냥 읽기가 싫어진다. 정의가 되지도 않고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뭔가 그럴듯한 단어들의 바닷속에서 헤매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안쓰러울 정도다.



 나를 쓰고 오늘을 쓰고 일기를 쓰자. 그게 글쓰기의 시작이고 사실 끝이다. 나 말고 무엇을 쓸 거며 오늘 말고 언제를 쓸 것이며 지금 당신이 쓰는 게 일기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소설? 그럴듯한, 있을 법한, 있었으면 하는, 보다 재미있는 일기일 뿐이다.

https://groro.co.kr/story/46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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