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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May 31. 2021

 ‘나는 누구인가?’

뜬금없는 소리 같을 것이다. 쓰고 있는 글의 제목이 ‘글’인데 밑도 끝도 없이 갑자기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졌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던지는 게 맞다. 최소한 나에게만큼은…. 나의 존재에 대한 물음이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이면서 그 답을 찾아가는 게 목적이고 목표이기 때문이다.     

 


 아직 한참 젊은(‘어린’이라고 쓰고 싶지만 조금 과하다 싶어 참는다.) 나이지만 요즘 들어 부쩍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어 진다. 그렇다고 내가 어디에서 왔고 우주적인 관점에서 어떠한 존재인지 등의 근원적이며 철학적인 의미의 나를 찾고자 함은 아니다. 그저 단순하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나 스스로 알고 싶을 뿐이다.     

 


 이런 의문을 가진 이유는 답답함에 있다. 세상을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그런 답답함이다. 혹은 위에서도 밝혔듯이 아직 짧은 인생이지만 잘 살아왔는지, 지금 잘 살고 있는지 너무 궁금하다. 그걸 알아야 앞으로의 삶을 살아갈 수, 나아갈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죽을 때나 되어야 내가 누구인지 알 수 있겠다 싶은 막연한 생각도 든다. 그래서 이 의문을 풀 수 있을까 싶기도 한데 그러니 오기로라도 더더욱 풀고 싶다.     

 


 삶이라는 거 그거 그냥 살아지는 거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스스로를 알아가고 세상도 알아 가는 거라고. 그러니 그냥 부딪히면서 살아가라고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알고 있다. 왜냐하면 내가 지금껏 그렇게 부딪히면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가 현재까지는 썩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의문을 품었음이라.     

 


 그럼 다시 이런 의문을 가진 이유인 답답함에 대해 생각해 보자. 과연 무엇이 답답하단 말인가. 무엇이 만족스럽지 못하단 말인가. 여기엔 가치관이 그래서, 혹은 살아온 삶이 그래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의 통속적인 이유가 한몫하고 있다.     

 


 돈이 더 많았으면 한다. 사람마다 성공의 의미가 다를 것이다. 내가 생각하는 성공은 돈 많은 백수다. 어린 시절에 엄마가 나에게 간혹 지나가듯이 했던 말이 있다. ‘너는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딱 한량이었을 거라고….’ 한량이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뭐 이렇다 저렇다 좋은 표현을 쓸 수도 있겠지만 편하게 이야기하자면 그냥 하는 거 없이 놀고먹는 놈팡이다. 놀고먹는 놈팡이 짓이야 혼자 몸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으니 그냥 놀고먹을 수는 없다. 그러니 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이냔 말이다. 그래서 돈 많은 백수가 되어야 된다. 특히 아이가 태어났으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아이 핑계 삼아 이 아이 크는 동안 온전하게 옆에서 함께 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주변에 자주 하곤 한다. 그러려면 돈이 더 많아야 한다.     

 


 요즘 늘 꿈꾸는 하루하루의 모습이 이렇다. 충분한 경제적인 여력으로 하는 일 때려치우고 아내와 함께 아이 옆에서 온종일 온전히 육아에 힘쓰고, 남는 시간에 영화도 보고, 음악도 듣고, 노래도 부르고, 커피도 만들고, 게임도 하고, 글도 쓰고 아이고 좋구나. 이런 니나노 판 말이다. 생각만 해도 꿈만 같다.     

 


 쓰다 보니 뭔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 없지 않아 있는데 결코 그렇지 않음을, 그저 솔직한 내 마음을 이야기할 뿐임을 이해해 줬으면 한다. 그리고 세상사 돈보다 중요한 건 많겠지만 돈만큼 중요한 걸 찾아보라면 또 쉽지 않을 것이다. 돈 좋아하는 걸 세속적이라면서 욕하는 사람들도 있을 텐데 난 그들의 솔직하지 못함이 오히려 안쓰럽다. 돈을 좋아하는 게 세속적이라고? 당신네들이 사는 곳이 세속이야. 그럼 다 절로 들어가든가. 그렇지 않을 거면 조금만 더 솔직해졌으면 한다.     

 


 자꾸 이야기가 새는데 정리를 해보려 한다. 그러니까 내가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내가 누구인지 알고자 함이다. 그런 나를 알고 싶어 하는 이유는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오는 답답함 때문이다. 그 답답함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지금 내 상황에선 돈의 부족이다. 짧은 삶을 살아본 바 돈 버는 재주는 없고, 내가 누군지 알면 이 세상에서 나란 사람의 쓰임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쓰임을 보다 알맞게 제대로 찾아낸다면 왠지 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정말 막연하고도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글을 쓰려고 하는 거고, 글이라는 수단을 통해 나를 알아가려 하는 거다.     

 


 다시 읽어 보니 돈 많았으면 하는 간단한 이야기 참 길게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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