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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29일
끝났는데 시작이다. 끝났는데 이어진다. 끝낼까 했는데 다시 해야 될 거 같다. 씨앗부터 파종을 통해 식물을 키우는 이벤트인 그로로팟에 참여했다. 6월부터 시작해서 근 3개월 간 이어진 여정이었다. 도중에 2기가 시작됐다. 1기에 참여하는 중이었고 막바지에 이르러 들려온 2기 신청 공지를 보자마자 나도 모르게 신청했다. 언제부터 이렇게 식물 키우기에 열성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슬슬 소위 식집사가 되려는 내 모습을 보니 살짝 생경스럽다. 그럼에도 몸은 2기 신청을 하고 있었다.
1기처럼 당연히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됐다. 아쉬웠다. 생각해 보니 당연히 될 거라는 내 마음보다 당연하게 안 되는 게 맞았다. 주최 측은 더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하길 바랐을 테니... 욕심이었다. 욕심이었음을 인지하고 나니 됐다, 괜찮다 싶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그로로팟을 하기 위한 키트는 보내 줬다. 1기를 열심히 참여해 준 데 대한 보답이란다. 정말 감사할 일이다. 뭐 이렇게 까지 챙겨주나 싶었다.
끝내려는 마음을 이렇게 다 잡아 줬다. 아 뭐 대단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더 하네 마네 끝내네 어쩌네 하는 고민이 우습기도 한데 여하튼 여러 생각이 들었다. 1기는 거의 끝나가고 바라마지 않았던 개화도 이뤄 냈다. 문득 키우던 임파첸스는 얼마나 사는 식물인가 싶어 찾아봤다. 1년생, 그러니까 한해살이 식물인 거 같다. 식물을 키우기 전부터 들었던 생각이 있다. 몇 년이나 키운다고 저 정성일까? 잘 키워 봐야 결국 몇 년 가지도 못해 죽거나 죽이거나 할 텐데... 아직도 잘 모르겠다. 이벤트를 통해 키운 기간이 3개월 정도니까 잘 보살펴 준다고 해 봐야 앞으로 9개월 남짓이면 내 의지나 정성과 상관없이 죽을 것이다. 그럼 그 허전한 마음을 또 다른 식물로 달래는 건가? 뭔가 말끔하게 이해가 안 되는 지점이다.
더 말끔하게 이해가 안 되는 건 그런 마음이 이전부터 있었음에도 또 키워 보겠다고 2기를 신청했다는 것이다. 뭐 그렇게 그냥 가는 건가 보다. 이런 마음이 더 든 이유는 조금 더 긴 생을 사는 강아지를 키우고 하늘로 보내 본 경험이 있어 그런 거 같다. 20대에 집에 온 강아지를 10여 년 키우다 30대 초반에 하늘로 보냈는데 당시 내 삶의 3분의 1을 함께 한 녀석을 보내는 마음을 설명하는 게 어려웠다. 움직이지 않는 식물을 키우다 보내는 마음은 움직이는 동물을 키우다 보내는 마음보단 상대적으로 덜 하겠지만(개인적인 차이는 있습니다.) 오히려 사는 생이 더 짧아 그 주기가 잦아 더 힘들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얼마 살지 못하고 갈 녀석들을 키우는 마음이 절벽을 향해 달려가다 뛰어내리는 마음 같아 망설여지긴 했는데 또 뛰고 있는 모습을 설명하려니 정리가 안 돼 장황해진 거 같다. 어찌 됐든 2기 대상자가 되진 않았지만 감사하게 보내 준 키트를 통해 다시 다음 녀석인 라벤더를 키워 보려 한다. 하지만 정리 안 된 마음이 커서 그런지 택배를 통해 집에 도착한 키트를 열흘이 넘게 아직 개봉도 하지 않고 있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마음을 안고 움직이고 있는데 그런 움직임에 또 다른 동력이 될 수 있는 아이템 하나가 생겼다. 분명히 강력한 동력이 될 수 있는 아이템이긴 한데 오히려 그래서 더 망설여지는 아이템이기도 했다. 바로 식물 키우는 전자 제품인 [틔운]이 생겨 버렸다. 물론 갖고 싶은 욕심에 이벤트에 열심히 참여한 결과로 받아 들긴 했다. 받아 내기 전에는 받아야지 하는 마음이 커 열심히 이벤트에 참여했지만 막상 받고 나니 어! 이거 어쩌지? 하는 걱정으로 전환됐다.
그래서 팔기로 마음을 먹기도 했다. 도착한 제품은 새 제품이었다. 상자를 뜯지도 않았다. 이대로 중고마켓에 올리면 바로 팔리지는 않겠지만 돈 10만 원 정도는 받을 수 있을 거 같았다. 식물을 키우는 이벤트에 참여하는 중이었고 2기까지 신청을 했지만(대상자가 안 됐지만) 식물 키우는 전자 제품이라니... 이건 너무 갔다 싶었다. 분명히 받고 싶어서 열심히 이벤트에 참여했지만 받아 든 마음은 걱정을 넘은 부담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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