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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Sep 29. 2023

틔운을 틔울 수 있을까?

https://groro.co.kr/story/5782



 그로로에서 진행하는 이벤트를 통해 상품을 하나 받게 됐다. 그 유명한 식물 키우는 전자제품인 틔운이었다. 7월 말 경에 이벤트 상품 당첨자 안내를 받고 물건을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고민을 했다. 팔아먹을까? 활용을 해 볼까? 꽤 오랜 시간 고민했다. 물건이 오는 동안 그리고 물건이 오고 난 이후에도 한참 고민했다. 결론은 다른 글에서도 밝힌 바 있듯이 활용해 보기로, 식집사 생활을 가열 차게 시작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틔운이 왔다. 공교롭게도 휴가 떠나는 날 도착했다. 다행이다. 택배 따위 훔쳐 가지 않는 나라지만 휴가 도중 물건이 오게 되면 아무도 없는 집 앞에 근 일주일을 있어야 할 판이었는데 찰떡같이 떠나는 날 도착해서 집 안에 물건을 들여놓고 룰루랄라 출발했다. 그리고 까맣게 잊어버렸다.



 휴가를 다녀왔다. 늘 언제나 항상 휴가는 짧다. 이게 바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다. 별것도 아닌 걸 똑똑한 양반이 떠들어서 대단한 것처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농담이다. 틔운은 휴가를 떠나면서 잘 박아 둔 자리인 신발장 옆에 곱게 자리하고 있었다. 짐부터 풀었다. 피곤했다. 여행은 놀러 갔다 오는 건데 힘들다. 노독이라고 하면 조금 그렇고 여행독을 풀어야 했다. 아직 틔운은 뒷전이다. 일단 뭐 우리 집에 와 있으니 어디 도망갈 일은 없고 천천히 활용하면 될 일이었다.



 그렇게 일주일, 이주일 시간은 흘러갔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신발장 옆 자리에 못해도 열흘은 있었던 거 같다. 그렇게 넓지도 않은 거실 입구에 벗어 놓은 신반들, 재활용 쓰레기통 그리고 틔운 박스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어 개봉을 하려 했으나 역시 귀찮아 베란다로 위치를 옮겼다. 들락날락하면서 매일 보다 베란다에 두니 보이지 않아 속이 시원했다.(?)



 다시 시간은 흘러갔다. 틔운이 씨앗이었다면 아마도 싹이 나고 잎이 나고 헤이! 맘보! 하고 남았을 만큼 시간이 흐른 뒤에 조금 더 두면 박스에 프린트된 글씨가 햇빛에 바래 희미해지겠다 싶은 순간 드디어 박스를 들어 개봉했다. 겉 박스를 뜯어 열었더니 또 다시 박스가 나왔다. 안에 있는 박스는 선물용 박스였다.



 살짝 당황했다. 어! 내가 생각한 것과 조금 다르네? 틔운 전용 식물 키트가 있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전용 키트가 아니어도 적당히 다른 식물을 키울 수 있는 뭐 그런 제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전용 키트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모양새였다. 살짝 등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과연 내가 쓸 수 있을까?



 뜯었으니 다시 박스에 넣어 베란다에 둘 수는 없었다.(기대와 살짝 달라 그러고 싶었다. 박스만 뜯었으니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당근에 팔아먹을까 싶은 생각도 했다.) 박스는 나중에 필요할 수도 있으니 일단 정리해 뒀다. 문제는 틔운을 집 어디에 둘 지를 결정해야 했다. 아무것도 모를 땐 베란다에 두면 되겠지 했는데 평소에는 잘 읽지도 않는 설명서를 하필 또 읽어서... 베란다에는 두지 말라고 나와 있어 그럴 수 없었다.



 고민을 하다 틔운 중에서 작은 틔운 ‘미니’라 그렇게 크지 않아 책상에 올리기로 했다. 다소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었는데 생각보다 어울렸다. 그래 뭐 이렇게 두고 싹이나 틔우는데 쓰지 뭐 LED등도 있으니 상황에 따라 독서 등으로 쓰든가... 러닝머신이란 이름을 단 옷걸이보단 낫지 않은가?



 책상에 자리한 뒤로 그로로팟 2기 객원으로 받은 라벤더를 틔운을 이용해 싹을 틔우기로 했다. 원래 계획은 씨앗을 3개 조로 나눠 투입하려고 했다. 1조는 펠렛 조, 2조는 다이렉트 화분 조, 3조는 틔운 조로 나누려 했는데 틔운 구조를 보고 그냥 모두 틔운에 펠렛을 올리고 저면관수 형식으로 싹을 틔우는 쪽으로 결정했다. 결정만 했다.



 이후로 며칠의 시간이 더 흘러 틔운이 책상 위에 원래 있던 인테리어 소품처럼 느껴지는 어느 날 그야말로 드! 디! 어! 펠렛을 불려 순대로 만들고 씨앗을 올리려 했는데 며칠 뒤면 추석 연휴가 시작되고 부산으로 놀러 가기로 했다. 아... 이거 놀러 가 있는 동안 펠렛이 마르면 어쩌지 싶은 생각에 안 되겠다 싶어 다시 미루기로 결정하고 연휴 후에 정말로 진짜로! 심기로 했다.



Happy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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