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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Oct 12. 2023

문명의 이기를 이용해 보자.

 https://groro.co.kr/story/5997



 드디어 그로로팟 2기 객원으로 받은 라벤더를 파종했다. 원래 계획은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며 또한 친환경적인 방법을 이용하려 했다. 계란 한 판의 포장재를 보면 뚜껑이 얇고 투명한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다. 뚜껑을 뒤집으면 계란을 알맞게 덮기 위한 홈이 있는데 그 홈에 펠렛을 올리고 물에 불려 순대로 만들어 씨앗을 하나하나 심으려 했다. 계란 한 판의 뚜껑이기 때문에 홈은 30개가 있고 펠렛은 10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충분히 여유 있게 활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나에겐 최첨단 식물 키우기 전자 제품이 있지 않은가. 그 유명한 틔운 미니 말이다! 이벤트를 통해 받아 든 선물인데 집에 온 뒤로 근 한 달이나 지난 뒤에 개봉을 하고 자리를 잡은 틔운을 그야말로 드디어 활용할 기회가 생긴 것이다. 아날로그와 친환경을 뒤로하고 디지털적이며 친오염이라고 해야 되나?(기기 본체가 대체적으로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있어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내가 죽을 때까지 끌어안고 살면 환경에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환경에 악영향을 그다지 줄 거 같지는 않았다.)



 여하튼 틔운의 전용 키트를 끼우는 넓고 평평한 홈에 펠렛을 두고 물을 깔아 저면관수 형식으로 펠렛을 순대로 불려 씨앗을 심었다. 더해서 혹시 하고 먹고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던 아보카도 씨앗도 작은 시럽 잔을 활용해 틔운에 한 자리 마련해 줬다.(지금은 소주잔으로 바꿨다.) 멀리서 보면 이상하게 생긴 쟁반도 아닌 그릇도 아닌 접시도 아닌 곳에 순대 10개랑 캐러멜 코팅이 된 초콜릿 볼을 놓아둔 거 같기도 하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집어 먹을 수도...



 펠렛에 씨앗을 올린 거라 특별히 틔운의 식물등이 필요 없을 거 같기도 했지만 전원을 켜면 식물등이 24시간을 기준으로 12시간 정도는 자동으로 켜져 틔운이 실내에 자리해 햇빛을 받기 힘드니 이렇게 두는 게 더 낫긴 하겠다 싶은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으면 눈이 조금 아프지만 식물등도 켜 뒀다. 아니 정확하게는 그냥 켜져 있다. 이러고 있으니 정말 대단한 식집사 난 거 같은데 뭔가 부산스럽고 빈 수레가 요란한 듯한 그런 느낌이 드는 것 또한 사실이다.



 펠렛에 씨앗을 올린 지 근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총 10개를 올렸는데 그중에 2개가 싹을 빼꼼하고 내밀었다. 그로로팟 1기를 참여할 때 임파첸스를 키웠는데 임파첸스에 비하면 상당히 여리여리한 싹이 겨우 겨우 고개를 내밀었다. 나머지 8개의 펠렛은 감감무소식인데 내 눈이 착각을 한 게 아니라면 한 두어 개는 더 싹이 올라올 거 같다. 라벤더를 키우는 다른 분들의 글을 보면 라벤더가 꽤 까다로운 녀석 같은데 조금 여유 있게 지켜볼 요량이다. 그럼에도 소식이 없어 펠렛이 그야말로 말라비틀어진 순대처럼 보이는 상황이 되면 얼마 전에 먹은 배의 씨앗을 심을 계획도 잡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아니 그런데 아보카도는 뭐가 나오긴 나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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