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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Nov 27. 2023

재능충 vs 노력충

2 부

https://groro.co.kr/story/6857



1부에서 이어집니다.


 노력이라는 게 이게 문제가 많습니다.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아닌 개인에게 묻게 됩니다. 내가 노력을 안 해서, 나의 노력이 부족해서, 끝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죽을 만큼 하지 않아서 등등 환경이 어떻고 사회가 저떻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죽을 둥 살 둥 하면 될 수 있는데 내가 하지 않아서 결국 내가 부족해서 뭐가 안 되는구나 하고 자책할 수밖에 없게 만듭니다.



 그런데 과연 정말 그럴까요? 재능은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고 노력을 안 해서 그 개인이 게을러서 그런 걸 까요? 맞을 겁니다. 그런데 봅시다. 게으르다는 건 과연 뭘까요? 그거 타고나는 거 아닐까요? 후천적으로 노력해서 게을러지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그냥 타고 나는 겁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인 부지런한 사람들도 부지런함을 타고나는 건 아닐까요?



 네 맞습니다. 노력하면 매일 무언가를 해 내면 뭐가 돼도 될 수 있다는 걸, 될 수도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다 알고 있습니다. 국어 지문 매일 3개 이상 보고 문제 풀기, 영어 지문 매일 3개 이상 보고 문제 풀고 영어 단어 외우기, 수학 문제 매일 20개 이상 풀기 뭐 이딴 간단한 학습방법은 전교 1등이나 꼴찌나 모두 알고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꼴찌는 그 뻔하고 뻔한 방법을, 공신 따위가 알려주는 고급진 방법이 아니라 너무 뻔해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방법을 하기만 하면 될 거 같은 방법을 실천하지 않을까요?



 그건 바로 노력을 할 수 없게 타고났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함을 성실함을 의지를 끈기를 노력을 타고나지 못했기 때문에 천성적으로 게으름을 갖고 태어났기 때문에 너무나도 쉬운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겁니다. 성공한 사람들이 이런 인터뷰를 많이 합니다. ‘저는 뭐 능력도 없고 제가 뭐 이런 걸 처음부터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시작했고 일단 당장 할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었고 다른 건 몰라도 제가 끈기 하나는 타고나서 그냥 했습니다. 그랬더니 되더군요. 그래서 이런 성공을 이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저도 했는데 여러분들이라고 못하란 법이 있겠습니까? 그러니 하세요. 당장 하세요. 실천하세요.’



 아마 많이 들어 봤을 겁니다. 해당 내용으로 책을 내기도 하고 강연도 하고 무슨 종교인이 전도 혹은 포교하듯이 여기저기 나와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이미 이야기했습니다. 끈기 하나는 ‘타고’ 났다고... 네, 맞습니다. 끈기, 의지, 부지런, 성실, 노력 이딴 거 다 타고 나는 겁니다. 후천적으로 어느 정도 보완할 수 있지만 타고 난 사람들과 그렇지 못한 혹은 정반대의 성향을 타고 난 사람들은 너무나도 뻔하면서 간단한 방법일지라도 매일 할 수 있는 성향들이 아니기 때문에 결국엔 해 내지 못 하는 겁니다.



 다이어트 얼마나 쉽습니까? 세끼 먹는 거 한 끼만 줄여도 됩니다. 그거 매일 지키면 100% 빠집니다. 그런데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이 실패합니다. 집 주변에 잘 갖춰진 산책로 매일 걷기만 하면 건강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걸 다 알고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간단한 걷기조차 안 합니다. 혹시 기회가 되면 산책로든 어디든 나가 보세요. 아마 늘 나오는 사람들만 나와 운동을 하던 산책을 하던 할 겁니다. 그 사람들이 바로 매일 운동을 나갈 수 있는 성실함과 부지런함을 타고 난 사람들입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노력을 통해 모두가 성공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습니다. 학교를 보세요. 특수한 몇몇 학교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학교가 비슷한 수준의 교육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누구는 공부를 잘하고 누구는 공부를 못 합니까? 같은 선생님에게 같은 교과서로 같은 시간 동안 배우는 데 왜 그렇게 차이가 많이 나는 걸까요?



 1등을 하는 친구는 그만큼 노력해서 잘하는 거고 꼴찌를 한 친구는 그만큼 노력을 안 해서 공부를 못 하는 걸까요? 맞습니다. 맞는데 문제는 1등을 하는 친구는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역량 자체를 타고났다는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똑똑함을 타고났을 수도 있습니다. 똑똑하니 이해도 빠르고 조금만 노력해도 성과가 팍팍 나오는 겁니다. 그러니 노력할 맛도 나는 거고 혹여 노력을 할 수 있는 성향을 타고나지 않았음에도 공부를 열심히 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그게 겉으로 보기엔 그저 그 학생이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를 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거뿐입니다.



 노력으로 모두가 성공할 수 있다면 100명에게 동일한 수준의 교육을 동일한 수준의 누군가가 들러붙어 그것도 그냥이 아닌 끈질기게 들러붙어 시킨다면 100명은 다 성공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데 그렇지 못할 겁니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닙니까? 우리는 사람은 다 다르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사람이 다 다르다는 게 무슨 말일까요? 생김새가 다 다르다? 맞습니다. 그것도 맞고 타고 난 재능이 다 다르다는 말도 맞습니다. 우리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타고나는 재능이 다 다르다는 걸 그런데 왜 늘 언제나 항상 모든 걸 노력으로 다 보완이 가능하다고 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앞에서 이야기했지만 그런 시대를 살아와서 그런 건지 모난 돌이 정 맞는다는 속담에 충실한 건지 내가 성공한 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재능을 타고나서 그렇게 된 겁니다 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습니다. 아마 우리 사회에서 성공한 누군가가 그렇게 말한다면 바로 재수 없다는 소리를 듣거나 겸손하지 못하다는 면박을 받게 될 겁니다. 그래서 아마 다들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은 없는데 그저 ‘열심히 했습니다.’ 이러는 걸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넘어가는 게 속편 할 테니까요.



 한 편으로는 노력으로 모든 게 가능할 거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시간이 무제한으로 주어져야 합니다. 아니면 내가 원하는 성과가 나올 때까지 세상이 기다려 줘야 합니다. 하지만 세상이 그런가요? 축구를 잘할 수 있는 재능을 타고나지 않았음에도 정말 죽어라 손흥민의 노력은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노력을 하면 어쩌면 손흥민만큼 축구를 잘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어느 세월에!



 좋습니다. 백번 양보해 재능이 있는 손흥민이 10년 걸린 성공을 재능이 없는 사람이 20년 걸려 이뤄 냈다면 그게 과연 의미가 있는 걸까요? 설령 그렇게 이뤄냈다 한들 이미 나이가 찰대로 찬 그 사람을 축구선수로 써 줄까요? 물론 축구라는 분야를 예로 들어 그런 거 아니냐 하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몇 년을 넘어 몇십 년이 걸릴지라도 성과를 내면 인정을 받는 분야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결국엔 몇십 년을 포기하지 않고 노력을 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는 재능 우위의 이야기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됩니다.



 조금 더 설득력이 있을 법한 예를 들어 볼까요? 어려운 수능 수학 문제가 있습니다. 30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누구나 다 풀 수 있습니다. 수학적 재능이 있건 없건 간에 누구나 다 열심히 하면 다 풀 수 있습니다. 빨리 혹은 늦게 푸는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수학적 재능 여부와 큰 관계가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단, 다들 알고 있겠지만 주어진 시간 내에 풀어야 합니다. 100분이라는 시간 동안 풀어내야 합니다. 그러니 별 수 없이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는 겁니다. 제한시간이 없다면 하루가 걸리든 이틀이 걸리든 한 달이 걸리든 타고난 재능과 관계없이 누구나 풀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노력은 정말 아무 의미나 가치도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닙니다. 그건 절대 아닙니다. 성공을 하기 위해 재능이 중요하기 때문에 더더욱 노력이 필요합니다. 단, 두 가지의 노력만 하면 됩니다. 어쩌면 연결되는 한 가지의 노력이기도 합니다. 첫 번째 내가 어떤 재능을 타고났는지 알아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우리는 흔히 하얀 도화지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런 생각이 듭니다. 오히려 검은색 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냥 새카만 검은색 종이는 아닙니다. 그 검은색을 긁어내면 그 밑엔 빨간색이 있을 수도 있고 파란색이 있을 수도 있고 이러저러한 색이 섞여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마 보통은 여러 가지 색이 자신 만의 색을 뽐내거나 다른 색과 섞여 있거나 그럴 겁니다.



 맞습니다. 우리가 할 첫 번째 노력은 그 검은색을 긁어내는 겁니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색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겁니다. 가장 가슴 아픈 경우는 오른쪽을 긁어내면 나를 표현하는 주요색이 나오는데 그걸 모르고 왼쪽을 긁어내서 나를 표현하는 여러 가지 색 중에서 그 비중이 제일 적은 색이 나의 주된 색인 줄 알고 그걸 노력이라는 무식한 도구로 파내려 가는 경우입니다.



 물론 검은색 전체를 한 번에 벗겨낼 수는 없으니(역시 시간적 제한 등에 의해) 일단 벗겨낸 부분이 맞다 는 생각으로 노력을 들여 파내려 가는 걸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닙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럴 겁니다. 성공하는 사람들보다 적당한 성과를 내거나 실패하는 사람들이 더 많기 때문에 아마 대부분 그럴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되는 건 파던 걸 그만 파고 다른 검은색 부분을 벗겨내는 노력을 해 보는 겁니다. 그래서 재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 글에서 정말 아이러니하게 노력을 많이 해야 된다고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그냥 머리 박고 그게 무어든 죽어라 하는 그런 노력은 아닙니다. 나를 제대로 표현해 내는 주된 색(재능)을 찾는 노력을 말하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나의 재능을 제대로 찾아냈다면 이제 그 재능을 정말 그야말로 죽어라 내가 세상에 나온 이유는 이 재능을 갈고닦는 게 전부라는 생각으로 노력해야 됩니다. 다시 한번 정리하겠습니다. 내가 들일 노력은 딱 두 가지, 나의 재능이 무엇인지 찾는 노력과 찾은 재능을 갈고닦는 노력이 전부입니다.



 결론을 이야기하자면 사실 성공을 하기 위해선 노력 따위 개나 줘 버리고 재능이 최고입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려 한 건 아닙니다. 물론 일정 부분 그렇기도 합니다만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분야가 무어든 노력을 했는데 실패를 했을 경우 스스로를 너무 자책하지 말라는 겁니다. 정말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내가 꽃피울 수 없는 분야, 재능이 전혀 없는 분야인데 그저 머리 박고 노력하는 걸 수도 있습니다. 후자라면 스스로를 자책하는 거 너무 가혹하고 잔인한 거 아닐까요?



 일단 노력하세요. 단, 실패할 수도 있습니다. 왜? 노력을 들인 분야에 나의 재능이 1도 없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경우라면 포기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잘못이 아닙니다. 그저 다음을 찾으면 됩니다. 보통은 그게 두렵거나 다음을 뭘 찾아야 할지 몰라 관성처럼 하던 걸 하는 경우가 많긴 한데 웃기지도 않게 노력을 좋아하는 우리라면 노력을 하면 재능이 있건 없건 모든 걸 다 해낼 수 있다고 믿는 우리라면 잘못된 선택을 끊어 낼 노력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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