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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Dec 13. 2023

나는 말하듯이 쓴다.

https://groro.co.kr/story/7083



 책을 본 분들도 있겠지만 강원국 작가의 [나는 말하듯이 쓴다]라는 책의 제목과 같다. 지금 쓰려는 글의 내용도 아마 비슷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해당 책의 리뷰나 서평 혹은 요약을 하려는 건 아니다. 그야말로 내가 글을 쓰는 방법론적인 부분을 이야기하려 하는데 그 주된 내용이 공교롭게도 강원국 작가의 말하듯이 쓴다는 내용과 비슷할 뿐이다. 참고로 글을 쓰기 시작한 이후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 해당 책을 봤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이 넘었다. 내년 여름이면 4년이 된다. 그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고 글을 쓰는 부분에 있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좋아라 하는 표현 중에 하나인 변하지 않는 초심 하나가 있다. 바로 글을 쓰는 방법인데 그 방법이 서두에 이야기한 ‘말하듯이 쓴다.’는 것이다.



 글을 쓰기 시작한 계기는 나름 멋들어진 게 있었는데 지금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쓰고 있다. 써 왔으니 관성처럼 쓰고 있는 게 아마 거의 정확할 것이다. 그 관성의 힘을 내 마음이나 어떠한 외부요인이 눌러낼 수 있다면 언제 글을 그만 쓴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여하튼 처음엔 사실 글을 먼저 쓴 게 아니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었었다. 그런데 뭐 다들 알겠지만 유튜브가 어디 쉬운 곳인가? 곱게 말아먹고 다른 길을 모색할 때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위해 대본을 써야 하는데 그 과정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대본 없이도 떠들 수 있는데 했던 말 또 할까 봐 그리고 너무 두서없을까 봐 간단하게 정리하는 차원에서 대본을 작성했다.



 아! 그럼 유튜브 영상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대본을 쓸 게 아니라 대본 쓰는 과정 자체를 주요 목적으로 삼아 소위 글을 쓰면 되겠구나! 이렇게 사고가 전환이 됐다. 자연스럽게 유튜브 영상을 만드는 과정에서 잘 떠들기 위해 쓴 대본을 글로 조금 더 부각시켰을 뿐이기 때문에 말하듯이 쓸 수밖에 없었다.



 조연으로서의 대본이 주연으로서 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정리가 필요했다. 그 정리는 다름 아닌 글을 쓰는 주요 방법인데 이런 거였다. 우리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그 생각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한다. 가장 대표적인 게 말인데 가족이나 친구, 동료 그리고 지인들과 이야기할 때를 생각해 보자. 말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즉, 나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건 사실 정도의 차이일 뿐이지 타고나는 거다. 내 속내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거나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해 말을 조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있을 뿐이지 말하는 거 자체가 그렇게 어렵진 않다.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조차 어려운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순 있지만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다.



 그렇다면 여기에서 내 생각을 표현하는 도구인 말을 글로 바꾸면 그만인 것이다. 내 생각이 말로 전환돼 밖으로 튀어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순식간이다. 오히려 너무 순식간이어서 문제가 될 정도다. 내 생각을 가감 없이 있는 그대로 말로 전환해 버려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다만 지금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은 그렇게 튀어나온 말에 의한 문제가 아니라 내 생각이 말로 튀어나오는 게 어렵지 않다는 점이다. 그러니 그걸 글로 전환하는 것도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살아온 삶이나 살고 있는 그리고 살아갈 삶에 대한 여러 소재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떠오른 소재가 생각이란 과정을 통해 머릿속에서 이리 굴러다니고 저리 굴러다닌다. 얼추 굴러 덩어리가 조금 커지면 떠들 준비를 한다. 정리한 생각을 그냥 떠들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고 상대방을 이해시키거나 설득하기 위한 준비일 수도 있다.



 준비가 끝났다. 떠들자! 단, 글로! 그래서 처음 글을 쓸 때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떠들 듯이 그냥 막 써 내려간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생각이란 건 정리를 했건 안 했건 간에 휘발성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언제 호로록 날아가 버릴지 모른다. 문단 구분이나 맞춤법이나 띄어쓰기 등등을 고려할 겨를이 없다. 고려할 필요도 없다. 왜? 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사실 말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입으로 떠들면 되는 아주 쉬운 방법대신 타자를 치는 다소 어려운 방법을 선택했을 뿐이다.



 그렇기에 더더욱 빠르게 써 내려가야 한다. 생각은 저 멀리 앞으로 내달리는데 이거 저거 따지면서 쓸 시간이 없다. 그 옛날 한컴타자 연습하듯 미친 듯한 손놀림을 통해 저 앞으로 내달리는 생각을 따라가야 한다. 다름 아닌 ‘일필휘지一筆揮之’다. 단, 착각하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일필휘지 그러니까 단숨에 써 내려가라고 했지, 잘 쓰라고 한 건 아니다.



 여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머뭇거리게 된다. 생각은 막 내 달리는데 그걸 말이 아닌 글로 쓰려다 보니 순간 스스로가 엄청난 작가가 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된다. 말로 떠들면 그냥 했을 이야기도 글로 쓰라니까 굳이 안 해도 될 고민을 하게 된다. 뭐 이런 거다. 팔팔 끓는 찌개가 있다. 그 찌개를 당장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찌개는 냄비에서 막 쏟아지고 있다. 일단 찌개를 받아야 하는데 예쁜 그릇을 찾고 앉아 있다. 허, 참! 질그릇이든 스테인리스 그릇이든 뭐든 아니 일단 없으면 바가지라도 이용해서 받아내야 하는데 예쁜 사기그릇을 찾느라 찌개를 다 쏟아 버리는 경우와 같은 거다.



 일단 받아 내고 예쁜 그릇을 천천히 찾아 다시 옮겨 담으면 된다. 그렇다. 글은 퇴고라는 아주 멋들어진 과정이 있다. 말은 막 내뱉으면 끝이지만 글을 일단 막 써 내려가도 공개적인 공간에 게시하기 전에 퇴고라는 과정을 수십, 수백 번 할 수 있다. 그때 문단을 나누고 맞춤법을 정리하고 띄어쓰기를 해도 늦지 않다. 그러니까 한글 프로그램을 이용한다면 미친 듯이 써 내려간 뒤에 화면 여기저기 기어 다니는 빨간 지렁이를 나중에 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더해서 글 쓰는 방법에 대해 주워들은 몇 가지만 더 이야기해 보면 대충 이런 것들이다. 한 문단은 너무 길지 않아야 한다. 문장은 가급적 짧아야 한다. 접속사를 너무 많이 쓰지 않는다. 반복되는 표현을 줄이자. 그리고 글이니까 구어체보단 문어체가 조금 더 낫다. 특히 말하듯이 쓰는 나 같은 사람은 글 속에 구어체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그래서 처음엔 구어체를 문어체로 바꾸려 애도 많이 썼다. 하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다.



 문어체가 조금 더 낫다는 인식은 조선시대 후기에 언문일치가 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의 글은 보통 한자를 써 왔다는 데서 기인하는 걸로 알고 있다. 왜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한글은 여자 혹은 쌍놈들이나 쓰는 문자라는 인식. 우리 양반들은 한자를 써야지, 뭐 이런... 그러니까 어찌 보면 문어체가 더 낫다는 인식은 구시대의 발상일 수도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어체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쓰는 글의 성격에 맞게 구어체와 문어체를 적절히 잘 섞어 쓰는 게 맞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이건 어찌 보면 개인적인 성향일 수도 있는데 작가인양 흉내 내는 단어를 쓰는 건 피하려고 한다. 그러니까 기성작가 다시 말해 전업 작가들이 이미 쓴 혹은 쓸 법한 더 쉽게 말해 뭔가 있어 보이는 단어를 쓰는 걸 피하려 한다. 물론 작가들은 다양한 단어를 써야 하는 나름 사명감 같은 게 있어야 하는 건 맞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반복적인 표현을 지양해야 할 필요도 있지만 비슷한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가 이렇게 많습니다 하고 일반 대중에게 소개해 보다 풍요로운 국어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있어 보이는 어려운 단어만 쓰려고 하는 데 있다. 그런 글들을 보면 초등학생이 맞지도 않는 멋있어 보이는 고등학생의 옷을 입고 소매와 바지 단을 질질 끌며 우쭐해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이것도 사실 어찌 보면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과해서 그런 게 아닐까 싶기도 한데 우린 프로페셔널 작가가 아니다. 이제 글을 배우고 쓰는 아마추어 작가다. 물론 잘 쓰기 위한 노력을 통해 점진적으로 괜찮을 글을 써 나가는 게 맞지만 일단 아마추어로서 내 생각을 어떻게든 어디에든 담아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한다.



 정말 마지막으로 반전 하나. 난 책을 한 권도 내 본 적 없는 그야말로 아마추어 작가, 아니 작가이고 싶은 나부랭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그래서 이 글의 신뢰도는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럼에도 묻고 싶다. 여러분 작가, 전업 작가 그러니까 글밥 먹고사는 사람들 아니잖아요? 그런데 뭐 그리 꼭지 글 하나 쓰는데 오만 열과 성을 다 하십니까? 편하게 쓰세요. 하고 싶은 말(글) 하세요.(쓰세요.) 매번 열과 성을 다 하려면 그거 어디 힘들어서 오래 쓸 수 있겠습니까? 이거 저거 편하게 자주 끄적거리다 하나 터지는 거 아닐까요? 오히려 진짜 작가라면 그렇게 해야 되지 않을까요? 그런 과정 그게 뭐 별 거겠습니까? 말 그대로 습작習作이지.



 진짜 작가가 되길 바라는 여러분, 작가의 겉모습을 따라 하지 말고 진짜 작가가 되기 위한 속을 차곡차곡 채워 가세요. 그런데 뭐 모르겠네요. 제가 할 수 있는 소리인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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