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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07. 2024

일을 바라는 대로

https://groro.co.kr/story/7560



 일을 그만두고 싶다. 그만둘 수 없다. 그만둬야 된다. 나름 가장이라 책임이라는 게 어깨를 누른다. 그럼에도 그만두고 싶다. 그런데 그만둘 수 없다. 3년 전, 정확히는 3년 4개월 전. 일을 그만두기 위한 준비를 했다. 공교롭게도 코로나 한복판이었고 아내는 태중에 아이가 들어선 시점이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면 일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데 약간 똘아이 기질이 있는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어쩌면 이기적인 성향의 발로일 수도 있다. 왜! 난 이기적인 놈이니까! 다만 그게 티가 잘 나지 않을 뿐이다. 조금 부드럽게 이야기하면 충분히 이기적일 수 있는 성향을 보기 좋게 개인주의적인 성향으로 잘 덮고 있다.


 일을 그만두기 위한 준비는 글쓰기였다. 멋들어진 베스트셀러 작가가 돼서 인세로 먹고살 수 있기를 바랐다. 아니 바랐다기보다는 그렇게 될 줄 알았다. 무슨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내 이야기 적당히 쓰고 쓰다 쌓이면 책으로 엮고 그럼 뭐 팔리는 거 아니야? 아 하하하하하하하하, 돌아 생각하면 뒤통수를 한 대 후려갈기고 싶다. 정신 차리라고... 여하튼 그렇게 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보다 과감하게 때려치우고 싶었지만 양심은 있었는지 코로나 한복판에 사랑하는 아내가 사랑스러운 딸아이를 가진 상황이 과감함을, 어쩌면 쓸데없는 과감함을 뭉개 버렸다.


 그럼에도 일을 점진적으로 줄여 왔다. 반으로 또 반으로... 그 이야기는 결국 현실적인 급여도 반으로 또 반으로 줄었다는 이야기다. 남편으로서 빵점이고 아빠로서 무책임한 인간이다. 그런 상황을 전적으로 이해해 준 아내가 없었다면 지금 이 순간에 글을 쓰고 있을 수 없을 것이다. 남편의 같지도 않은 꿈을 바로 옆에서 있는 그대로 응원해 준 아내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바다.


 줄이고 줄인 일을 지난해, 2023년 12월에 완전히 정리하려 했다. 물론 미안함이 묻어 있는 합의, 아내와의 합의에 의한 결정이었다. 그렇게 일을 정리하고 글쓰기에 매진하려 했다고 하면 난 정말 죽일 놈이다. 같은 일을 하던 아내는 출산과 육아를 이유로 일을 그만뒀다. 물론 최근에 아이가 36개월을 넘어서면서 다시 일을 찾고 있긴 하지만 여하튼 지금 아내는 워킹을 잠시 접어 둔 맘으로 아이 보육에 집중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 나만 생각하면서 일을 때려치우고 글을 쓸 순 없었다. 같은 계열의 다른 일자리를 구했다. 밖으로 나오면 그냥 추울 줄 알고 많이 두려웠는데 그간 허투루 살지는 않았는지 나이가 적지 않음에도 은근히 불러주는 곳이 많았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세상 일 한 치 앞을 모른다고 상황이 의도와 다르게 조금 꼬였다. 정확히는 뒤로 조금 밀렸다. 그래서 12월에 정리하려 한 일을 다시 키우고 있다. 물론 현재로선 밀린 그 텀을 메우기 위한 한시적인 키움이긴 하다. 빠르면 5월 늦으면 6월 정도에 일을 바꿀 계획인데 이번에도 사람 일 모른다고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고 예상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여하튼 중요한 건 어떠한 방법이 됐건 먹고살 수 있는 방안은 확실하게 잡아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흐름과 방향을 키우고 줄이거나 틀어 버릴 수는 있지만 묵묵히 흘러가야 된다는 딱 하나의 기준은 반드시 잡아야 한다. 특히 올해는 내 삶에 있어 가장 큰 변화, 아니 변혁의 상황을 마주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한편으론 지금 내 상황이 더 큰 도약을 하기 위한 준비단계 같기도 하다. 우물 안을 벗어나기 위한 개구리의 퀀텀 점프 quantum Jump!


 부처님, 하느님, 하나님, 예수님, 알라시여 그리고 제가 사랑해 마지않는 별님. 제발 로또가 되게 해 주세요 하고 기도 하고 싶지만 그 기도는 마음 깊은 곳에 고이 모셔 두고 제발 제가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제 몸을 갈아서라도 할 테니 일을 많이 할 수 있게 해 주세요. 개그맨 고명환 씨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녹이 슬어 무기력해지는 삶 대신 닳아 없어지는 삶을 살게 해 달라고.’ 바라옵건대 자발적인 의지에 의해 제 몸을 갈아 닳아 없어지는 당당한 삶을 살 수 있게, 대신 그 덕에 남은 제 삶과 저의 가족은 풍족하게 살 수 있게 해 주옵소서...


 아멘... 뭐 이러면 예수님만 반응하는 건가? 여하튼 다른 신들에게도 연락해서 잘 좀 봐주세요. 나무아미타불 이건 생각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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