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야기하는 늑대 Jan 28. 2024

아시안 컵 우승

https://groro.co.kr/story/8078



 축구 아시안 컵이 한창 진행 중이다. 이제 조별리그가 끝났다. 아시안 컵은 총 24개국이 6개 조를 편성해서 각 조의 1, 2위는 16강으로 바로 가고 3위는 다른 조의 3위들과 성적을 비교해 상위 4팀이 올라간다. 우리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E조 2위로 무난하게(?) 16강에 진출했다.



 월드컵이었다면 그 ‘무난’의 의미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무난이 맞았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시안 컵이라는 거다. 아시안 컵을 무시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아시아 지역에서 우리 대한민국 축구의 위상은 최강이다. 대한민국, 일본, 이란, 호주 정도가 아시아 4강이라 할 수 있고 그 뒤를 카타르, 사우디 정도가 따라온다고 볼 수 있다. 우리와 상성이 정말 안 좋아 상대할 때마다 애를 먹는 우즈베키스탄도 무시할 수 없고 그 외 중동국가들은 아시아 국가답지 않은 피지컬과 기술을 가지고 있어 은근 애를 먹는 정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축구는 아시아 최강이 맞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사는 아시아 대륙을 대표해서 월드컵 본선에 10회인가 11회 연속 진출하고 있고 자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이긴 하지만 4강을 이룬 적도 있다. 타국에서 개최한 월드컵에서 두 번인가 16강에 오른 적도 있다. 명백히 아시아 최강이며 그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나라다.



 그런 대한민국은 아시안 컵 조별 리그는 1위로 통과하는 게 맞다. 같은 조에 속한 나라의 면면을 봐도 그야말로 무난하게 조 2위가 아니라 1위로 올라가는 게 맞다. 그런데 1승 2 무로 조 2위라는 민망한 성적으로 16강에 진출했다. 일단 16강에 진출했으니 이제 됐다, 다음 토너먼트에 집중하자 하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찝찝한 건 어쩔 수가 없다.



 바레인을 3대 1로 이기고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와는 비겼다. 모르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조금이라도 축구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1승 2 무로 16강에 진출하긴 했지만 이 상황이 얼마나 처참한 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내용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그 처참함은 배가 된다. 바레인을 상대로는 이강인의 개인기에 힘입어 이긴 경기다. 즉, 이강인의 개인기가 없었다면 어찌 됐을지 모를 일이다. 무난하게 이길 거라고 예상했던 요르단과 겨우 비겼고 가볍게 압살 할 거라고 예상했던 말레이시아와도 어이없게 비겼다.



 더 가슴이 아픈 건 아시안 컵이라는 진수성찬을 차리기 위한 재료의 질이 그 어느 때보다 좋다는 점이다. 세계 최고 축구 리그인 EPL의 토트넘 주장을 맞고 있는 아시아 최고의 선수, 아시아의 빛이라는 별명을 가진 손흥민과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팀인 바이에른 뮌헨의 주전 수비수, 철벽 혹은 통곡의 벽이라는 별명을 가진 김민재가 있다. 더 나아가 역시 EPL의 중위권 팀인 울버햄튼을 이끌고 있는 황희찬과 리그앙의 상징과도 같은 팀인 PSG의 중원을 책임지는 슛돌이 이강인이 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유럽파 선수들이 있는 그야말로 역대 급 스쿼드를 자랑하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이다. 재료가 좋아도 너무 좋은 상황이다.



 정확한 건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각 나라 축구 대표 팀의 수준을 비교할 수 있는 피파랭킹이 있다. 공은 둥글다고 경기 결과는 알 수 없는 거라곤 하지만 그 둥근 공이 굴러 굴러 만들어 낸 경험치의 결과가 또 피파랭킹이기도 하다. 해서 상대를 일반적으로 비교하기에 나쁘지 않은 수치라고 할 수 있다. 바레인의 피파랭킹은 86위다. 요르단의 피파랭킹은 바레인 바로 아래인 87위다. 말레이시아의 피파랭킹은 130위다. 우리 대한민국의 피파랭킹은 23위다... 말레이시아는 산보하듯이 가볍게 이겼어야 했고 바레인과 요르단은 스파링 하듯 부담 없이 이겼어야 했다.



 그런데 그러지 못했다. 앞에도 이야기했지만 바레인과는 이강인의 개인기에 힘입어 3대 1로 이겼고 요르단과 말레이시아와는 겨우 겨우 2대 2, 3대 3으로 비겼다. 여하튼 1승 2 무로 16강에 올라갔다고 넘어가기엔 그 내용이 너무 처참하다. 선수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경기에 임했다. 물론 실수는 있을 수 있다. 그런 실수를 줄이고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개선해 나가면 된다. 단, 그런 개선을 선수 혼자 할 수는 없다. 그걸 도와주는 게 바로 감독이다. 장기판 전체를 보기 힘든 선수 개개인의 부족한 점을 장기를 두는 감독이 조율해 줘야 한다. 축구는 팀 경기 그리고 감독 놀음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감독의 영향력과 역량이 중요한 경기다.



 나 같이 축구를 제대로 볼 줄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공 잘 차는 손흥민 같은 선수가 있으면 되는 거 아니야 할 수 있지만 그게 그렇지가 않다. 우리 대표 팀은 늘 한방이 부족했다. 전반적으로 준수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경기 결과를 결정지을 수 있는 그게 공격적이든 수비적이든 간에 여하튼 한방을 가진 선수가 없었기에 늘 아쉬운 결과를 맞이했다. 그런데 지금 바로 그 한방을 가진 선수를 최소 두 명에서 최대 네 명까지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이제 되겠다 싶었는데 그래서 64년 만에 드디어 아시안 컵 우승을 이번에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조별리그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번에도 쉽지 않을 거 같다.



 손흥민 같은 선수를 제대로 요리할 수 있는 감독의 역량이 필요한데 지금 대한민국의 감독은 이름은 정말 높은데 저 양반이 감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설렁설렁하고 있는 독일의 레전드 클린스만이다. 현재 아시안 컵에 참여하고 있는 24개국 감독 중에 연봉이 2위다. 자그마치 29억을 받고 있다. 연봉을 29억을 받고 있지만 경기를 준비하고 경기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2,900만 원 정도만 주면 딱 맞을 거 같다.



 아직 아시안 컵이 끝난 것도 아니고 조별리그를 마치고 이제 본격적인 토너먼트를 시작하기 전이다. 16강, 8강, 4강 그리고 결승 이렇게 4경기를 이기면 우승이다. 기대를 하지만 그 과정이 결코 녹록지 않을 거 같다. 아시안 컵 우승이라는 게 내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니다. 우승을 하든 말든 아니 조별리그에서 조차 떨어지든 말든 아무 상관이 없다. 다만 2002년의 기억이 너무 선명하다. 소위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자체도 대단한지만 그 결과로 우리 대한민국이란 나라가 성장할 수 있었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에너지를 봤다.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아 국가부도 위기를 겨우 넘어선 시점인 2000년 초반에 월드컵의 결과를 통해 우리 대한민국은 다시 할 수 있다 뭐 이런 분위기를 탄 거 같았다. 지금에 이르러 보면 결과적으로 그 설명할 수 없는 에너지가 분명히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아시안 컵 우승은 나쁘지 않은 우리의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는 또 하나의 계기가 되길 바라고 있다.



 그래서 꼭 우승을 했으면 좋겠는데... 하늘이 좋은 선수를 내리더니 그의 반대급부가 돼 버린 아쉬운 감독까지 같이 내려 줘서 세상 일 쉬운 거 없다는 걸 다시금 확인시켜 주려는지 영 답답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민의 입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응원 밖에 없다.



 포털에서 우연히 검색한 손흥민 선수의 사진이 있다. 지난 카타르 월드컵에서 경기를 하고 있는 모습인데 주먹을 불끈 쥐고 헤딩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축구 선수가 헤딩을 하고 있는 모습이 뭐 대단하냐고 하겠지만 손흥민 선수는 평소에 헤딩을 잘하지 않는 선수다. 그런 선수가 월드컵 전에 안면 골절이 다 낫지 않은 상황에서 헤드기어 같은 걸 쓰고 경기를 했다. 헤딩을 잘하지 않던 선수가 얼굴이 정상이 아닌 상황에서도 주먹을 불끈 쥐고 헤딩을 하는 모습이 최소한 나에게 만큼은 조금 남다르게 다가왔다.



 저 선수가 뭐가 아쉬워서 저리 열심히 경기를 뛰고 있을까? 그럴 성향의 선수는 아니지만 안면 골절이 있으니 경기를 뛰지 않겠다고 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경기에 나간다 해도 헤딩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선수 개인으로서의 욕심과 목표도 있겠지만 보고 있으면 그런 부분을 넘어서는 선수인 거 같다. 주급이 3억이 넘는 연봉이 150억에 육박하는 자기 이름을 내 건 축구 센터 건립에 자기 돈 170억을 아무렇지 않게 들이는 그런 선수의 그야말로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는 뭐 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아니 많다.



 농담으로 손흥민은 성공했기 때문에 나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형이라고 부른다고 하지만 축구에 임하는 모습을 보면 성공여부를 떠나 형으로 불러야 마땅할 거 같다. 그런 손흥민이 주장으로 이끌고 있는 우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이 이번만큼은 제발 아시안 컵 우승을 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바다.



 감독님, 다른 나라도 아니고 독일 리그에서 활동한 레전드인 차범근 선수의 후배들입니다. 그 차범근 선수의 아들인 차두리 선수까지 코치로 옆에 두고 계시잖아요. 제발 잘 이끌어서 본인 커리어도 높이시고 대한민국이 반드시 아시안 컵 우승할 수 있게 해 주세요. 아시안 컵을 들어 올리고 밝게 웃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그런 손흥민 선수의 모습을 본 많은 국민들도 밝게 웃으며 우리 수준은 이게 맞다 하는 확인을 통해 대한민국이 다시금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세요.



 대한민국 파이팅!


          

다음에서 우연히 검색을 통해 찾게 된 사진입니다. 혼자 두고 보려고 다운로드해 둔 사진입니다. 저작권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면 해당 사진은 바로 내리겠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어정쩡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