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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Feb 21. 2024

# 3rd 그로로팟, 같은 실수

https://groro.co.kr/story/8411



 세 번째 그로로팟을 참여하고 있으면서 같은 실수를 계속해서 반복하고 있다. 사실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결과론적으론 같은 실수다. 화분갈이를 한 번으로 끝낼 수 없다는 거, 그러니까 이왕 하는 거 처음에 아예 큰 화분으로 화분갈이를 해야 된다는 사실... 그런데 이번에도 역시 작은 화분으로 일차적으로 옮겼다가 네모들이 자라고 자라 작은 화분이 뿌리로 가득 차고 나서야 아... 처음부터 큰 화분으로 옮길 걸 하는 후회를 했다.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은 계절이 겨울이라는 점이 가장 컸다. 밤낮으로 편하게 베란다에 화분을 둘 수 없는 상황에서 방 안으로 화분을 가지고 들어오려면 일단은 작은 화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베란다에 작은 온실을 꾸밀 정도로 열성적인 식집사는 아니었고 부담되게 큰 화분을 방 안에 그것도 책상에 올릴 정도로 역시 열정적인 식집사는 더더욱 아니었기에 상황에 맞게 스스로 적당히 합의를 본 지점이 바로 작은 화분을 이용하는 것이었다.



 여하튼 작은 화분을 이용해 상황에 맞게 방안의 책상에 둔 것까지는 좋았는데 네모필라라는 녀석이 잔 줄기를 방사형으로 쫙쫙 펼치는 그런 종인지는 미처 몰랐다. 처음엔 위로 뻗더니 이내 사방으로 줄기가 뻗어 나왔는데 점점 책상을 잠식해 들어갔다. 책상엔 네모 이외에 책상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게 노트북 등 여러 물건들이 있었는데 그런 물건들의 자리가 점점 위태로워지기 시작했다. 이게 아무래도 식물은 생명이고 노트북 등은 무생물이다 보니 무생물이 밀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네모들을 그냥 베란다에 둘 수는 없었다. 밤에는 방, 낮에는 베란다로 옮기면 되는데 영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이미 이전에 그렇게 하다가 귀찮음을 못 이겨 라벤더를 저어기 초록별로 보내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나 저제나 날이 풀리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풀리면 상시로 베란다에 둘 요량이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는 와중에 오늘 마침 날이 상당히 풀려 거의 봄 같은 느낌이 드는 순간 바로 결단을 내렸다.



 2차 분갈이를 시작했다. 앞에서 처음부터 큰 화분으로 옮길 걸 하는 후회가 조금은 무색한 크기의 화분이지만 1차 분갈이 화분보다는 조금 큰 건 사실이기에 일단 옮기기로 했다. 조금 큰 화분은 다름 아닌 이전에 라벤더를 심었던 요거트 통이었다. 라벤더가 죽어 그야말로 흙이 된 그 화분을 다시 이용하는 마음이 한편으론 조금 묘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신나게 옮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네모들의 가장 큰 줄기가 생각보다 약했다. 처음 화분에서 자라고 있었을 때는 네모들이 자라기 이전의 펠렛으로부터 자리를 잡은 상태였기 때문에 별 무리 없이 자랐다. 그걸 뽑아서 옮기고 하는 과정 속에 줄기는 그야말로 매가리 없이 이리 흔들 저리 흔들거렸다. 아... 망했다 하는 생각이 그냥 뒤통수를 후려쳤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기서 멈추면 네모들은 아마 그냥 죽을 것이다. 호랑이 등에 올라탔으니 일단 끝까지 갈 수밖에 없었다.



 어찌저찌 겨우 옮겨 심었다. 약간은 자포자기의 마음도 있었다. 어쩌겠는가. 이미 옮겼는 걸... 그저 뿌리를 마저 잘 내려 살아 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하루 종일 정말 봄 같아서 밤새 베란다에 둬도 될 것 같았지만 새벽은 또 어떨지 몰라 부랴부랴 방은 아니고 적당한 곳을 찾아 실내로 옮겨 뒀다. 내일 날이 밝으면 다시 베란다로 모셔 드릴 예정이다. 이번에는 이 귀찮음을 이겨 내서 네모가 꼭 꽃을 피울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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