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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야기하는 늑대 Feb 26. 2024

오는 봄을 기다리는 방학

https://groro.co.kr/story/8533



 학창 시절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지금 이 시점은 개학 혹은 입학을 앞둔 봄방학이었다. 요즘 학교의 학사 일정이 예전과는 다르게 뒤로 조금씩 밀린 경향이 있어 여름 그리고 겨울 방학 등이 모두 늦어져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여하튼 그때는 그랬던 거 같다. 그걸 떠나서 지금은 일반적으로 봄을 앞두고 있는 시점인 건 분명하다. 일주일 정도만 지나면 춘삼월이라는 별명이 붙은 그야말로 3월의 시작이니 봄을 기다리는 시기는 맞다.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부분에 있어 기대가 되고 설레고 두렵기도 한 봄이 오고 있다. 약간은 부담스럽기도 한 봄이기도 하다.



 드디어 딸아이가 유치원에 가기로 했다. 아내와 합의에 의해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가정보육을 진행하다 만으로 3세를 꽉 채우고 조금 지나 유치원 5세 반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딸아이가 눈앞에 뛰어다니는 것도 아직 신기한데 유치원이라니... 가서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더불어 잘할 수 있을 거야 하는 기대가 동시에 된다. 더 나아가 여타 직장인들과 다르게 일을 늦게 시작해서 오전은 아내와 함께 가정보육을 하는 시간이었는데 그 시간이 이제 온전하게 아내와 나의 시간으로 주어진다는 사실이 아직 실감이 나지 않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아내와 같이 3년 넘게 극장에 가 본 적이 없는데 조만간 같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이사를 간다. 결혼 6년 만이며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산지도 6년 만이다. 당시에 대출을 받아 산 집인데 그 대출금을 갚으면서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간다. 다소 무리가 되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실은 상당히 많지만) 이사를 하기로 했다. 결혼을 하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사면서 한 5년 정도 뒤에 조금 더 넓은 집으로 가자하는 막연한 목표 아닌 목표가 있었는데 이렇게 이사를 가게 됐다. 조금 뒤로 밀렸지만 시기는 예상한 것과 큰 차이가 없는 반면에 나머지 모든 부분은 사실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싫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닌데 약간 두렵고 조금은 부담스러운 마음이 드는 정도다. 하지만 괜찮다. 결정한 일, 해결해 나가면 될 일이다.



 다소 무리가 된 부분은 예상했겠지만 대출이다. 서울 집값에 비하면 민망하지만 소위 영끌을 했다. 물론 투기 목적의 영끌은 아니다. 살기 위한 방편인데 어쩌다 보니 영끌을 하게 됐다. 분명히 무리가 되는 부분이 있지만 수습해 나가야 한다. 이 지점이 가장 두렵고 부담스러운 부분인데 역설적으로 기대와 설렘을 실현해 낼 수 있는 동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두려움과 부담스러움을 영양제처럼 생각하고 으득으득 씹어 먹으려 한다.



 그래서 같이 일을 하다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서 일을 그만둔 아내도 드디어 일을 시작한다. 미안하면서 고맙고 아내 이전에 한 사람으로서 존경스러운 부분이다.



 3월과 4월에 벌어질 일들이다. 기대, 설렘, 두려움 그리고 부담스러움이 동시에 커져 가고 있다. 오는 봄을 기다리는 봄방학 같은 이 시점에 이 마음들을 정리하고 가다듬고 갈무리해 그야말로 우물을 벗어날 수 있는 도약을 준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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