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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기 위해 도서관에 갔다. 정확하게는 반납이 아니라 다시 대여를 하기 위해 갔다. 책을 빌리고 깨작깨작 읽다가 반납시기가 되면 아쉬운 마음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책이 재미있어진다. 그래서 뒤에 예약이 잡혀 있지 않으면 보통 다시 대여하는 편이다. 이번에 다시 대여한 책은 해리포터였다. 해리포터 1편 마법사의 돌이었다.
영화는 다 봤고 판타지소설을 좋아하는 편이라 읽어야지 하면서 늘 미루고 있었는데 디자인과 일러스트가 좋은 미나리마 에디션이라고 해서 내용보다는 그림 보는 재미가 있을 거 같아 빌렸다. 독특한 디자인의 일러스트뿐만 아니라 약간의 팝업북 같기도 한 책이었다. 그럼에도 역시 빌려두고 읽지 않다가 반납일시가 돼서야 비로소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어서 다시 대여해서 읽기로 했다.
다시 대여를 해서 도서관을 나서는데 독서마라톤이란 이벤트를 게시판에서 보게 됐다. 뭐지? 하고 다가가 보니 책 한 페이지 읽는 걸 2m로 환산해서 마라톤 하듯이 지속적으로 책을 읽어 보자 뭐 이런 이벤트였다. 오호! 이걸 기회 삼아 간만에 책 좀 읽어 보자 싶어 이벤트를 신청했다. 이왕 하는 거 진짜 마라톤도 아닌데 가장 긴 코스인 42.195Km 선택하지 뭐 이렇게 신청을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 자세히 보니 이건 그냥 실패할 이벤트였다. 책 한 페이지를 2m로 환산해서 42.195Km가 되려면 21,098 페이지를 읽어야 하는데 책 한 권을 300 페이지로 잡으면 대략 71권을 읽어야 하는 이벤트였다... 5월 1일부터 9월 30일까지 5개월 간 진행되는 이벤트였는데 그럼 한 달에 14권 정도를 읽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최근 몇 년 간 한 달에 한 권도 채 읽지 못했는데... 아, 자세히 보고 신청할 걸...
됐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신청했으니 읽는데 까지 읽어 보자 하면서 집으로 돌아 왔다. 그래! 이 참에 미루던 해리포터 한 번 다 읽어 보자. 그리고 내가 좋아라 하는, 읽어야 할 목록에 쟁여 두기만 했던 판타지소설들 죄다 읽어 보자 했다. 한 달에 300페이지 기준 책을 14권 정도를 읽어야 하는 걸 하루로 환산해 보면 매일 138 페이지 정도를 읽어야 한다. 지난 해 고통스럽게 읽었던 ‘듄’이 생각났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해 보자고 다짐했다.(영화 듄을 보고 원작 듄을 읽었는데 총 6권이고 전체 페이지가 4천 페이지가 넘었다. 매일 한 두 시간씩 읽었는데 상당히 고통스러웠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건 100% 실패할 수밖에 없는 계획임을 확인하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시작부터 그냥 실패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는데 다시 대여해 온 해리포터 마법사의 돌을 다 읽고 이벤트 주의사항을 다시 한 번 살펴보니 판타지소설은 제외한다는 거 였다... 아... 이러면 나가린데... 판타지는 아직 문학으로 인정하지 않는 구나. 시대가 이리 변했는데 아직도... 물론 판타지소설이 한 번 탄력 받아 읽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읽어 낼 수 있기에 그 부분을 경계하는 거 같기도 하지만 상당히 아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간만에 며칠 만에 다 읽은 해리포터가 이리 무색해 질 줄이야. 그래도 읽어 보려 한다. 가서 한 번 따져 보기도 하고 뭐 아니면 말고!